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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11087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1087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철학은 미술을 빌려 구체적인 삶의 무늬를 입는다”
현대철학자들이 펼치는 미술에 관한 철학적 탐구의 결정판!
철학하는 사람치고 ‘그림’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시대를 막론하고 철학자들이 문학과 회화 등 예술 전반에 기울인 애정은 특별하다. 철학자들은 예술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세계관을 펼치고 확장시켜왔으며, 미술을 통해 추상적인 철학의 논제들에 색깔을 입히고자 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현대철학자들의 미술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여주려는 시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쳐왔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하이데거에서 랑시에르까지, 현대철학자들의 미술론』(서동욱 엮음)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탄생한 책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하이데거, 사르트르,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대표적인 현대철학자들의 미술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권으로 엮었다. 최초 기획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장장 8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책의 내용은 좀더 깊이 그리고 넓게 확장될 수 있었다. 미술에 관한 그리고 미술을 통한 철학적 탐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한 이 책의 유례없는 시도는 일반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은 물론, 학문적으로도 중요하고 귀한 업적이 될 것으로 감히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刊)
철학으로 미술 읽기, 미술로 철학하기-세 가지 질문들
■ 미술이란 무엇인가?
현상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한 것은 바로 전통 미학의 극복이다. 전통적으로 예술은 인간만의 고도의 정신적 활동의 결과라는 생각, 예술이 실재를 모방하는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예술은 미를 추구한다는 통념이 있어왔다. 이와 달리, 하이데거는 회화의 본질을 ‘미’가 아닌 ‘진리’ 개념에서 찾는다. 하이데거에게 회화의 본질은 사물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진리, 특히 도구의 기능에 대한 ‘비은폐성’에 있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근원’이 무엇인지, 회화를 통해 드러나는 진리가 무엇인지 반 고흐의 「구두」 그림을 통해 해명한다.
한편 메를로-퐁티는 예술을 사유에 이를 수 있는 의미를 지닌 ‘표현’이나 ‘언어’로 해석한다. 끊임없이 생트 빅투아르 산이라는 모티브를 되새김질하는 세잔에 대한 그의 현상학적 분석을 예술 일반에 적용할 수 있을까? 신인섭 강남대 교수는 메를로-퐁티의 미술론에서 예술이 은밀하고도 뿌리 깊은 지각의지를 통해 어떻게 스스로를 규정하는지를 가늠하고자 했다.
들뢰즈의 철학 역시 재현에 대한 비판을 핵심 과제로 삼는다. 비재현적 층위는 개념의 능력인 지성과는 다른 ‘감성’에서 발견된다. 감성을 기존의 개념에서 해방시킨 그림 속에서 우리는 재현적 개념이 개입하지 않은 ‘수동적 종합’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서동욱 서강대 교수는 바로크 회화와 베이컨의 회화에 관한 들뢰즈의 분석을 통해 이 철학자의 미술 이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지영래 고려대 교수는 사르트르에게서 미에 대한 성찰이 어떠한 철학적 사유의 바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바탕이 된 초기의 상상력 이론이 예술론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그리고 자코메티에 관한 구체적인 미술비평 속에서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었는지를 살펴본다.
■ 그렇다면 왜 미술인가?
뉴먼, 몬드리안, 칸딘스키, 폴록, 로스코 등의 현대 화가들은 회화의 본질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에 도전하고 저항한다. 사진과 영화 기술의 등장은 더 이상 회화의 가치나 본질이 3차원의 환영을 만들어내거나 대상을 재현하는 데 있을 수 없음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이제 회화는 자신의 운명이 다했음을 고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할 것인가? 추상표현주의는 회화의 본래적 가치를 복원시킴으로써 회화에 새로운 운명을 부여한다. 이제 캔버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대상이자 작품이 되며 작품의 의미는 내재적인 것이 아니라 독자의 해석에 맡겨지는 추세이다. 현대철학자들은 이러한 예술 영역의 새로운 실험과 변화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면서 현대철학의 과제를 발견하고 응답하는 중이다.
레비나스는 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은 대상을 그 대상의 이미지로 대체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는 특히 ‘오블리테라시옹’이라고 지칭되는 소스노의 조각 기법에 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는 동시에 그로부터 사유를 위한 풍부한 영감을 얻고 있다.
리쾨르는 회화가 ‘실재에 이르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본다. 일상적인 사물들에서 볼 수 있는 색과 형태를 굳이 그림의 방식으로 보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림을 뭔가 다른 것으로 또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미셸 앙리는 회화가 제기하는 이러한 미학적이고 존재론적인 문제에 주목한 철학자다. 앙리는 칸딘스키 회화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내면의 정신적 실재에 근거한 정서적 울림의 표현으로 간주하고, 칸딘스키의 추상화 작업에서 비가시적인 실재를 탈은폐하는 현상학적 환원의 탁월한 범례를 발견한다.
마리옹은 외관에 대한 묘사를 배제하고 평면을 색으로 가득 채우는 로스코의 작품 세계를 통해 ‘얼굴’ 혹은 ‘우상’에 관한 사유를 발전시키는데, 레비나스가 제시하는 ‘타인의 얼굴’이 자신이 설명하는 ‘아이콘’에 부합한다고 본다. 로스코의 그림은 인간적 가치를 드러내는 아이콘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마리옹은 해석하고 있으며, 시선의 문제를 중심으로 미술작품의 심연을 이해하고자 한다.
라캉 역시 ‘정신분석 세미나’에서 그림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그림이 시각에 담긴 몰인식의 함정 속에서 진리를 일깨우는 훌륭한 안내자라 보았기 때문이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의 눈은 세계에 리비도를 투자하는 구멍이며, 그림이란 인간이 타자의 욕망에 직면하기 위해 고안해낸 주체적 장치이다. 라캉의 회화론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 철학은 미술과 어떻게 대면하는가?
철학과 회화가 마주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 봐야 하는데 보지 못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그것을 볼 수 있는가? 도대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해체의 철학자 데리다는 철학의 타자로서 항상 그리고 이미 해체의 작업을 실천해온 문학과 예술의 남다른 위상을 인식하고 있다. 한 점의 그림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회화의 진리인가 그 기원인가. 데리다는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면서 진리가 자명하고 표상 가능한 어떤 것으로 군림해온 역사를 비판한다.
우리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론적 상황은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삶을 언제나 타인의 것으로, 실험실의 대상으로 바라볼 줄만 알았지 자기 안에서 느끼고 체험할 줄 모른다.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은 타인의 삶을 봄으로써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느낄 때이다. 온 몸으로 느끼는 고통과 기쁨의 순간에 나는 나의 살아 있음을 자각한다. 그런데 나의 이 주관적인 고통과 기쁨은 과연 타인에게 전달되고 소통되며 공유될 수 있을까? 그 공명의 가능성이 바로 가시적인 것을 비가시화하면서 동시에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예술의 역량에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왜 현대철학자들이 그토록 예술에 천착했는지 수긍할 수 있다. 철학의 추상성에 삶의 구체적인 국면들을 개입시켜 색을 입히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상학과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현대철학의 지평을 깊이 이해하고 넓게 사유하는 또 하나의 길을 갖게 될 것이다.
현대철학자들의 미술 이론-묵직하고 깊이 있는 사유의 아카이브 속으로
이 책에는 들뢰즈, 라캉, 푸코, 데리다, 랑시에르 등 13명의 주요 현대철학자와 베이컨, 홀바인, 마네, 아다미, 로댕 등 그와 짝을 맺은 미술가가 등장한다. 하이데거의 진리와 유희 공간, 사르트르의 절대와 실존,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리오타르의 숭고, 레비나스의 얼굴과 우상, 데리다의 파레르곤과 시뮬라크르, 마리옹의 아이콘 등 철학자들이 주창한 개념들과 학적 시각들이 미술이라는 창을 통해 엄밀하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엮은이인 서동욱 서강대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최고의 시각 체험인 미술과 최고의 사유 체험인 철학이 조우하여 세상의 저 비밀에 다가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재를 떠도는 투명한 신 같은 철학이 미술의 몸을 빌려 놀라운 색채와 형태를 드러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미술이 흙과 물 같은 자신의 질료 속에 숨겨둔 드높은 이념을 철학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2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현상학과 실존주의로 묶일 수 있는 하이데거, 사르트르, 레비나스, 메를로-퐁티, 리쾨르, 미셸 앙리, 마리옹이, 2부는 구조주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적 사상가로 묶이는 라캉, 리오타르, 들뢰즈, 푸코, 데리다, 랑시에르가 다루어진다. 정신분석가 맹정현, 푸코 전공자 허경, 칸트 미학을 연구한 김상현 등 굴지의 국내 연구자 12명이 농밀하고 압축된 철학자의 사유 세계를 유감없이 펼쳐 보여준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해당 주제를 미리 탐색할 수 있도록 압축적인 요약문을 붙였고, 각 장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40여 컷의 작품 도판을 수록했다. 부록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철학자와 미술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실어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현대철학자들의 미술론을 집대성한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를 통해 독자들은 겉핥기식의 교양미술론이 아닌, 보다 묵직하고 깊이 있는 사유의 아카이브를 가지게 될 것이며 진정한 교양의 전범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철학자들이 펼치는 미술에 관한 철학적 탐구의 결정판!
철학하는 사람치고 ‘그림’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시대를 막론하고 철학자들이 문학과 회화 등 예술 전반에 기울인 애정은 특별하다. 철학자들은 예술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세계관을 펼치고 확장시켜왔으며, 미술을 통해 추상적인 철학의 논제들에 색깔을 입히고자 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현대철학자들의 미술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여주려는 시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쳐왔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하이데거에서 랑시에르까지, 현대철학자들의 미술론』(서동욱 엮음)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탄생한 책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하이데거, 사르트르,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대표적인 현대철학자들의 미술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권으로 엮었다. 최초 기획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장장 8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책의 내용은 좀더 깊이 그리고 넓게 확장될 수 있었다. 미술에 관한 그리고 미술을 통한 철학적 탐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한 이 책의 유례없는 시도는 일반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은 물론, 학문적으로도 중요하고 귀한 업적이 될 것으로 감히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刊)
철학으로 미술 읽기, 미술로 철학하기-세 가지 질문들
■ 미술이란 무엇인가?
현상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한 것은 바로 전통 미학의 극복이다. 전통적으로 예술은 인간만의 고도의 정신적 활동의 결과라는 생각, 예술이 실재를 모방하는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예술은 미를 추구한다는 통념이 있어왔다. 이와 달리, 하이데거는 회화의 본질을 ‘미’가 아닌 ‘진리’ 개념에서 찾는다. 하이데거에게 회화의 본질은 사물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진리, 특히 도구의 기능에 대한 ‘비은폐성’에 있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근원’이 무엇인지, 회화를 통해 드러나는 진리가 무엇인지 반 고흐의 「구두」 그림을 통해 해명한다.
한편 메를로-퐁티는 예술을 사유에 이를 수 있는 의미를 지닌 ‘표현’이나 ‘언어’로 해석한다. 끊임없이 생트 빅투아르 산이라는 모티브를 되새김질하는 세잔에 대한 그의 현상학적 분석을 예술 일반에 적용할 수 있을까? 신인섭 강남대 교수는 메를로-퐁티의 미술론에서 예술이 은밀하고도 뿌리 깊은 지각의지를 통해 어떻게 스스로를 규정하는지를 가늠하고자 했다.
들뢰즈의 철학 역시 재현에 대한 비판을 핵심 과제로 삼는다. 비재현적 층위는 개념의 능력인 지성과는 다른 ‘감성’에서 발견된다. 감성을 기존의 개념에서 해방시킨 그림 속에서 우리는 재현적 개념이 개입하지 않은 ‘수동적 종합’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서동욱 서강대 교수는 바로크 회화와 베이컨의 회화에 관한 들뢰즈의 분석을 통해 이 철학자의 미술 이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지영래 고려대 교수는 사르트르에게서 미에 대한 성찰이 어떠한 철학적 사유의 바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바탕이 된 초기의 상상력 이론이 예술론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그리고 자코메티에 관한 구체적인 미술비평 속에서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었는지를 살펴본다.
■ 그렇다면 왜 미술인가?
뉴먼, 몬드리안, 칸딘스키, 폴록, 로스코 등의 현대 화가들은 회화의 본질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에 도전하고 저항한다. 사진과 영화 기술의 등장은 더 이상 회화의 가치나 본질이 3차원의 환영을 만들어내거나 대상을 재현하는 데 있을 수 없음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이제 회화는 자신의 운명이 다했음을 고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할 것인가? 추상표현주의는 회화의 본래적 가치를 복원시킴으로써 회화에 새로운 운명을 부여한다. 이제 캔버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대상이자 작품이 되며 작품의 의미는 내재적인 것이 아니라 독자의 해석에 맡겨지는 추세이다. 현대철학자들은 이러한 예술 영역의 새로운 실험과 변화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면서 현대철학의 과제를 발견하고 응답하는 중이다.
레비나스는 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은 대상을 그 대상의 이미지로 대체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는 특히 ‘오블리테라시옹’이라고 지칭되는 소스노의 조각 기법에 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는 동시에 그로부터 사유를 위한 풍부한 영감을 얻고 있다.
리쾨르는 회화가 ‘실재에 이르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본다. 일상적인 사물들에서 볼 수 있는 색과 형태를 굳이 그림의 방식으로 보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림을 뭔가 다른 것으로 또는 다른 방식으로 보고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미셸 앙리는 회화가 제기하는 이러한 미학적이고 존재론적인 문제에 주목한 철학자다. 앙리는 칸딘스키 회화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내면의 정신적 실재에 근거한 정서적 울림의 표현으로 간주하고, 칸딘스키의 추상화 작업에서 비가시적인 실재를 탈은폐하는 현상학적 환원의 탁월한 범례를 발견한다.
마리옹은 외관에 대한 묘사를 배제하고 평면을 색으로 가득 채우는 로스코의 작품 세계를 통해 ‘얼굴’ 혹은 ‘우상’에 관한 사유를 발전시키는데, 레비나스가 제시하는 ‘타인의 얼굴’이 자신이 설명하는 ‘아이콘’에 부합한다고 본다. 로스코의 그림은 인간적 가치를 드러내는 아이콘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마리옹은 해석하고 있으며, 시선의 문제를 중심으로 미술작품의 심연을 이해하고자 한다.
라캉 역시 ‘정신분석 세미나’에서 그림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그림이 시각에 담긴 몰인식의 함정 속에서 진리를 일깨우는 훌륭한 안내자라 보았기 때문이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의 눈은 세계에 리비도를 투자하는 구멍이며, 그림이란 인간이 타자의 욕망에 직면하기 위해 고안해낸 주체적 장치이다. 라캉의 회화론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 철학은 미술과 어떻게 대면하는가?
철학과 회화가 마주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 봐야 하는데 보지 못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그것을 볼 수 있는가? 도대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해체의 철학자 데리다는 철학의 타자로서 항상 그리고 이미 해체의 작업을 실천해온 문학과 예술의 남다른 위상을 인식하고 있다. 한 점의 그림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회화의 진리인가 그 기원인가. 데리다는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면서 진리가 자명하고 표상 가능한 어떤 것으로 군림해온 역사를 비판한다.
우리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론적 상황은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삶을 언제나 타인의 것으로, 실험실의 대상으로 바라볼 줄만 알았지 자기 안에서 느끼고 체험할 줄 모른다.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은 타인의 삶을 봄으로써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느낄 때이다. 온 몸으로 느끼는 고통과 기쁨의 순간에 나는 나의 살아 있음을 자각한다. 그런데 나의 이 주관적인 고통과 기쁨은 과연 타인에게 전달되고 소통되며 공유될 수 있을까? 그 공명의 가능성이 바로 가시적인 것을 비가시화하면서 동시에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예술의 역량에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왜 현대철학자들이 그토록 예술에 천착했는지 수긍할 수 있다. 철학의 추상성에 삶의 구체적인 국면들을 개입시켜 색을 입히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상학과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현대철학의 지평을 깊이 이해하고 넓게 사유하는 또 하나의 길을 갖게 될 것이다.
현대철학자들의 미술 이론-묵직하고 깊이 있는 사유의 아카이브 속으로
이 책에는 들뢰즈, 라캉, 푸코, 데리다, 랑시에르 등 13명의 주요 현대철학자와 베이컨, 홀바인, 마네, 아다미, 로댕 등 그와 짝을 맺은 미술가가 등장한다. 하이데거의 진리와 유희 공간, 사르트르의 절대와 실존,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리오타르의 숭고, 레비나스의 얼굴과 우상, 데리다의 파레르곤과 시뮬라크르, 마리옹의 아이콘 등 철학자들이 주창한 개념들과 학적 시각들이 미술이라는 창을 통해 엄밀하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엮은이인 서동욱 서강대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최고의 시각 체험인 미술과 최고의 사유 체험인 철학이 조우하여 세상의 저 비밀에 다가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재를 떠도는 투명한 신 같은 철학이 미술의 몸을 빌려 놀라운 색채와 형태를 드러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미술이 흙과 물 같은 자신의 질료 속에 숨겨둔 드높은 이념을 철학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2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현상학과 실존주의로 묶일 수 있는 하이데거, 사르트르, 레비나스, 메를로-퐁티, 리쾨르, 미셸 앙리, 마리옹이, 2부는 구조주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적 사상가로 묶이는 라캉, 리오타르, 들뢰즈, 푸코, 데리다, 랑시에르가 다루어진다. 정신분석가 맹정현, 푸코 전공자 허경, 칸트 미학을 연구한 김상현 등 굴지의 국내 연구자 12명이 농밀하고 압축된 철학자의 사유 세계를 유감없이 펼쳐 보여준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해당 주제를 미리 탐색할 수 있도록 압축적인 요약문을 붙였고, 각 장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40여 컷의 작품 도판을 수록했다. 부록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철학자와 미술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실어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현대철학자들의 미술론을 집대성한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를 통해 독자들은 겉핥기식의 교양미술론이 아닌, 보다 묵직하고 깊이 있는 사유의 아카이브를 가지게 될 것이며 진정한 교양의 전범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실존주의와 현상학의 미술 체험
1장 하이데거의 미술론(반 고흐)-반 고흐의 「구두」 그림과 미학적 진리 개념 ___하피터
2장 사르트르의 미술론(자코메티)-절대에 대한 탐구 ___지영래
3장 레비나스의 미술론(소스노)-우상 또는 타인의 얼굴 ___서동욱
4장 메를로-퐁티의 미술론(세잔)-세잔의 번뇌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 ___신인섭
5장 리쾨르의 미술론(렘브란트)-실재에 대한 또 다른 탐구 ___윤성우
6장 미셸 앙리의 미술론(칸딘스키)-추상, 비가시적인 삶의 파토스 ___김재희
7장 마리옹의 미술론(로스코)-시선의 역설과 신비 ___김동규
제2부 미술의 포스트모던적 모험
8장 라캉의 미술론(홀바인)-새들의 사유와 제욱시스의 욕망 ___맹정현
9장 리오타르의 미술론(뉴먼)-숭고와 전체주의에 맞선 대항 ___김상현
10장 들뢰즈의 미술론(베이컨)-감성의 수동적 종합으로서 회화 ___서동욱
11장 푸코의 미술론(마네)-현대 회화의 물질적 조건을 선취한 화가 ___허경
12장 데리다의 미술론(아다미)-파레르곤과 시뮬라크르 ___강우성
13장 랑시에르의 미술론(로댕)-표면의 탐험가 오귀스트 로댕 ___박기순
참고문헌
도판 목록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 소개
이 책에 나오는 미술가 소개
필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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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기(인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