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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저자
엄기호
발행사항
서울: 낮은산, 2009
형태사항
255p. : 삽도, 22cm
일반주기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의 맨얼굴
서지주기
참고문헌을 포함하고 있음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21673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21673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라는 괴물
이 시대를 진단하는 키워드는 단연코 ‘신자유주의’라 할 만하다. 그런데 정작 “당신이 생각하는 신자유주의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비정규직 확산, 노동의 유연화, 금융자본주의… 같은 개념 몇 가지 외에는 더 말을 잇지 못하는 독자라면 이 책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를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문화·예술에서도, 근본적으로 삶의 철학에까지 침투해 우리를 온통 피폐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은 도대체 어떤 녀석인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언제 어떻게 태동했으며, 지금 한국에서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일까?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는 ‘우리 삶은 도대체 왜 이렇게 팍팍해지기만 하는 걸까’ 하는 질문을 한번쯤 던져보았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인문적 성찰을 제공한다.

저자 엄기호는 최근 10년 가까운 기간을 아시아를 중심으로 남미에서부터 유럽까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국제연대운동을 해왔다. 그 덕분에, 신자유주의가 발흥하고 번성하는 모습을 다각도로 지켜볼 수 있었다. 현재 연세대 문화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철학·윤리학·인류학의 눈으로 다시 정리하면서 신자유주의의 영향 아래 대다수 사람들의 삶과 감수성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유년기, 청?장년기, 그리고 죽음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찰해본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언제나 누구나 망하리라는 공포’에 사로잡혀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사회라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가 펼쳐내는 일련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개인과 가족, 사회 차원의 경제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수성이 통째로 바뀌었다. 자유의 이름 아래 인간의 권리는 인간의 의무로 교묘하게 바뀌었고, 노동은 자기 관리의 문제, 즉 자기 자신에 대한 경영의 문제로 바뀌었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지속적인 친밀한 관계도 순간적이고 소비적인 관계로 대체되었으며,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나누어져야 하는 주권과 시민권은 능력에 따라 차등을 두어 들쭉날쭉하게 나누어졌다.


언제나 누구나 망하리라는 공포
아이들에게 저축하는 법 대신 ‘투자’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 대학등록금이나 연금기금을 통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자본주의 도박판에 베팅하게 하는 사회, 사회가 무엇을 해주기 바라거나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은 비굴한 노예 취급하는 사회, ‘개인’의 집합체를 이끄는 최고 지휘자는 국가가 아니라 세계화된 금융자본인 사회. 사회운동은 범죄화 되고 통치는 군사화 되며, 국가는 각종 ‘전쟁’을 통해서만 버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바라본 신자유주의의 맨얼굴이다.
저자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여전히 소시민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며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지금은 극히 일부의 ‘예외’적인 사람만 탈락하고 망하는 시대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언제든 예외가 되어 버리는 그런 시대이다. 현실은 이미 나의 문제로 다가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교묘하게 우리 자신을 속이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이 착각에 말려 버리면 우리는 세상을 보는 눈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누구나 예외가 될 수 있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도덕이 탄생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이것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마지막 도덕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아무에게도 의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자기 몸은 자기가 돌보라!’는 명령에 따라야 한다. 누구에게도 위로를 기대하지 말고 너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고 살라는 명령이다.”

은숟가락을 물고 태어난 몇몇 외에는 이러한 상황이 공포일 수밖에 없는데도, 타인과 고통에 대한 감수성 역시 바뀌어 버렸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공포가 우선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서 부정한 사회에 대해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먼저 느낀다.” “이런 세상에서 타인과의 연대, 아니 하다못해 연민의 감각이라도 생겨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반값등록금’을 위해 연대투쟁하기보다는 ‘스펙’을 조금이라도 더 쌓는 것으로 불안을 해소하는 청년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편에 서지 못하는 정규직 노동자들, 노숙자나 성 소수자, 이주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혹한 공격… 이런 모습은 신자유주의적 가치의 확산에 따른 필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유와 연대의 페다고지를 향하여
오랜 기간 동안 독재 정권에 맞서 온 한국의 역사에서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체절명의 가치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제 또다른 ‘자유’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자유에 맞선 자유”를 “상상해 낼 수 있는 힘과 영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진리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교육,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맞서는 깊은 사유가 필요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더욱 유연하고 재빠르게, 필요하면 급진적인 조치들까지도 취하며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 위기 이후에 엄청난 규모의 은행 국유화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현상으로 알 수 있듯이…. 상황이 이렇다면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우리로서는 어떤 급진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저자는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실천이 아니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사유임을 강조한다. 황우석 사건과 같이 사유를 중단시키는 배타적 민족주의·국가주의를 넘어서고, 우리 사회의 불화와 적대에 민주주의로 맞서는 사유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세계의 변혁과는 무관한, 그저 세계를 해석하는 그런 사유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치열한 급진화의 운동이다. 그것은 개인의 사변과 이념으로 고립되지 않고 세상으로 나오려는 치열한 협력적 운동이다. 이 사유의 운동만이 이념을 이념의 자리에만 남겨두지 않고, 무게가 느껴질 수 있는 우리의 역사로 만들 수 있다.”
국제연대운동을 통해 다져진 실천적 사유와 이론적 사유로 무장한 저자의 성찰이 빚어낸 결론에 공감하며 ‘사유의 힘’을 통해 연대할 수 있는 독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목차
차 례 들어가는 말 신자유주의에 포박된 신인류의 삶 1 태어날때부터 발버둥 쳐야 한다 2 청년, 시한부 사랑을 하는 무산자 계급이 되다 3 평생, 언제나 누구나 망하리라는 공포와 함께한다 탈락한 자들의 귀환 4 팔 것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5 탈락한 자에게는 쓸쓸한 묘비명조차 없다 6 국가의 반격 7 탈락한 자들의 급진적 귀환 나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