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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21963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2196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1. 신이 빚어낸 서양문명의 심층을 파고들다
“어떤 것에 대한 피상적 이해가 가진 위험을 대변할 수 있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식수가 아주 귀한 어느 나라의 사람이 서구를 방문하여 수도꼭지에서 물이 시원스레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경탄했다지요. 그리고 수도꼭지를 여럿 사 가지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벽에 꽂아놓고 틀어보았지만 물이 나오지 않자 크게 실망했답니다. 벽 뒤에 마땅히 있어야 할 배관도, 급수펌프도, 정수장도 없이 물이 쏟아져 나올 리가 없지 않겠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서양문명에 대한 이해가 상당 부분에서 이와 같지 않은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에 대한 이해가 그렇습니다. 내가 말하는 신은 물론 기독교의 신인데,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놀라울 만큼 피상적이거나 왜곡되어 있어요. 놀라운 것은 서양인들조차 그들 문명의 근간인 신에 대해 심한 편견과 왜곡된 개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같은 저명한 자연과학자들의 신에 대한 담론들도 그러합니다. 그들이 하나같이 각자의 전문분야에 서서 벽에 수도꼭지를 박아놓고 그것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무신론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2010년 10월 김용규 선생님의 휴머니스트 강연에서
흥미진진한 지식 소설 《알도와 떠도는 사원》, 13편의 문학작품을 실마리 삼아 철학의 길, 삶의 해법을 제시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등 굵직하고 매력적인 철학교양서를 펴낸 철학자 김용규. 그가 딸에게 남겨줄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3년간 칩거하며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은 책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을 펴냈다.
서양문명에서 기독교는 무엇인가? 그것의 핵심인 ‘신’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은이는 이것을 제대로 알아야만 우리가 당면한 현대문명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명으로 그 실마리 찾기에 나섰다. 신에 대해 바르고 세밀하게 알아, 서양문명의 심층을 파악하고 나아가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가치의 몰락, 의미의 상실, 물질주의, 냉소주의, 허무주의, 문명의 충돌 등―에 대한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이상 인문학 공부에 매진한 그의 철학과 사유가 현실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학자적 사명감이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을 고민하고 추구해온 사람들의 이론을 살려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유와 가치 있는 삶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철학자 김용규의 소명의식, 그 첫 산물이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이다. 한국인으로,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서양문명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인 ‘신’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서양의 철학·신학을 문학, 역사, 예술, 과학과 연결하여 한편의 대서사시가 되는 ‘철학 내러티브’를 창안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치밀하고 세밀한 구성, 지식과 서사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철학 내러티브’, 서양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창조, 장면장면 펼쳐지는 스펙터클 등이 864쪽의 방대한 글 속에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편집자는 이 책이 비싼 로열티를 준 번역서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채롭고 풍부한 ‘내용’, 그리고 그것을 풀어가는 ‘내공’을 보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한국인 저자의 작품이라는 것에 편집자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근래 카렌 암스트롱의《신을 위한 변론》,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가 출간되었다. 편집자의 시각으로는 김용규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은 《신을 위한 변론》보다 더 친근한 글쓰기가 장점이고 , 《신을 옹호하다》보다 풍부한 깊이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2. 철학자 김용규, 2,000년 동안 서양문명을 이어온 가장 위대한 이야기를 쓰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제법 위대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그 감동의 실체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마주하는 예술품이나 유적들 안에 자리하면서 그것들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어떤 위대한 정신적 가치에서 나옵니다. 미술이든, 건축이든, 음악이든, 공연이든, 문학이든, 학문이든,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우리의 삶과 세계에 대한 개념을 바꾸게 하는 것들의 심층에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정신적 가치들이 반드시 들어있지요. 서구문명에서는 그것이 지난 2,000년 동안 한결같이 ‘신’이라는 이름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관하여 나타났는데, 내가 이 책에서 당신과 함께 이야기하려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2010년 10월 김용규 선생님의 휴머니스트 강연에서
김용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그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그것을 향해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 철학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철학자다. 따라서 그의 철학은 ‘보편적 주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을 고민하고 추구해온 사람들의 이론을 살려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유와 가치 있는 삶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소명을 갖고 있다. 그는 전문가들과의 논담보다는 대중과의 소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철학자이다.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폭넓은 만남이 바로 그가 책을 집필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그는 글을 쓸 때마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스스로 질문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글쓰기를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 그는 디아트리베라는 고대의 수사학을 채용했다. 고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것을 피하고 생동하는 일상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들과 함께 담화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는 인문주의를 지향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는 철학과 신학을 문학, 역사, 미술, 음악 등과 아울러 한편의 대서사시가 되는 ‘철학 내러티브’를 창안하여 우리들에게 새로운 지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에 나 자신을 온전히 실현하려면 보편적 가치에 대한 생각과 그것이 스며든 문화 예술적 감수성이 요구된다. 그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철학 내러티브’는 창조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사유와 다양한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3. 신을 매개로 한 서양의 철학과 문화가 대서사시처럼 펼쳐지다
“우리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하여(1부), 존재와 존재물에 속성에 대하여(2부), 창조주와 피조물의 의미에 대하여(3부), 신의 섭리와 인간의 자기희생에 대하여(4부), 신의 유일성과 인간의 연대성에 대하여(5부) 이야기할 것입니다. 도중에 우리가 잊어버린 여러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도, 열정과 희생으로 그것을 지켜 온 영웅들에 대해서도, 개인의 삶과 세계의 역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무신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에 대해서도, 서로 상반·대립하는 지식의 종합과 충돌하는 문명 간의 화해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할 것입니다. 또한 그 사이사이에 신과 연관하여 우리를 교육하고 감화하는 시, 소설, 회화, 조각, 음악, 역사, 과학, 철학, 신학에 대해서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 본문 9~10쪽 〈지은이의 말〉에서
이 책은 신에 대한 개요를 신론, 존재론, 그리고 서양문명의 상관관계 속에서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2부에서는 그리스적 존재 개념과 히브리적 존재 개념의 상이성과 그것들이 종합되어 이룬 기독교적 신 개념을 서술하고 서로 상반?대립하는 둘을 종합하는 자신의 학문적 방법들(시간화와 탈시간화의 마술, 러브조이의 이중적 논법, 쿠사누스의 대립의 일치 등)을 제안한다. 고대와 중세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19세기까지도 서양문명의 심층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한 ‘존재의 대연쇄’라는 형이상학과 그것이 서양의 신학, 윤리, 문학, 사회제도, 교회제도 등에 끼친 영향을 살피면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들과 그것이 지닌 우리 삶에서의 의미를 이야기해준다.
3부에서는 우리가 ‘운명’, ‘예정’, ‘섭리’라고 파악하는 신의 인격성과 인간의 삶과 세계의 역사에 부단히 관여하는 신의 인격성과 그 의미, 창조론과 빅뱅이론의 유사성과 상이성, 그리고 그 각각의 의미와 서로 상반?대립하는 주장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들(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 리오타르의 다원적 이성 등)에 대해 제안한다. 그리고 시간과 영원의 정의 그리고 그것들이 가진 우리의 삶과 세계 역사에서의 의미를 따지면서 창조론과 진화론의 관계, 창조론이 진화론을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진화를 통한 창조’라는 주장이 지닌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창조의 목적과 그것이 가진 우리의 삶과 세계 역사에서의 의미를 생각한다.
4부에서는 신의 섭리에 대한 정의와 그것이 우리 삶과 세계 역사에서 지닌 의미를 검토한다. 그리고 신의 섭리와 인간의 소망(기도)과의 관계, 신의 섭리를 따르는 인간의 자기헌신이 가진 의미를 키르케고르의 실존의 3단계설로 설명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신의 유일성에 대한 정의와 삼위일체로 나타난 신의 유일성, 신의 삼위일체성이 인간 공동체의 이상적 모델이라고 제안하고, 신의 유일성은 배타성이 아니고 포괄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상호연대와 협력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지은이는 신과 그의 이름으로 추구되어온 ‘최고의 가치’들의 몰락과 함께 닥쳐온 서양문명의 위기,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문제들(가치의 몰락, 의미의 상실, 물질주의, 냉소주의, 허무주의, 문명의 충돌 등)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한다.
4. ‘디아트리베’, 인문주의 글쓰기의 전범을 보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밝히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당신은 이 책에서 내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조금 색다름을 바로 알아차릴 것입니다. 이는 내가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성직자들, 예컨대 사도 바울이 글을 쓰거나 설교를 할 때 즐겨 사용하던 디아트리베(diatribe)라는 수사법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기분 풀이’ 내지 ‘환담’이라는 뜻을 가진 디아트리베는 설사 심오한 철학적 변론이나 종교적 사상이라 할지라도 고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것을 피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비속하지만 생동하는 일상용어로 바꾸어 표현함으로써 독자나 청중을 대화의 상대로 끌어들이고, 그들과 함께 담화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수법이지요.” ― 본문 8쪽 〈지은이의 말〉에서
그는 이 책에서 인문주의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것은 문헌학적인 설명과 문법과 논리에 호소하고, 수사학적 표현, 고전적 지식과 작품을 활용한 글쓰기를 말한다. 인문주의 글쓰기는 어원을 풀고 고전에서 예를 드는 글쓰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디아트리베라는 고대의 수사학을 채용했다. 고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것을 피하고 일상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글을 썼다. 책을 펼침과 동시에 독자는 카페 같은 곳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환담에 초대되고 지은이와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여유롭고 편안하게 글을 읽을 수 있다.
5. 서양의 문학, 예술, 역사, 철학, 과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
“어느 문명에서든 신은 종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신은 언제나 종교 밖으로 나가 종교 아닌 것들 속으로 스며들어 가지요. 세속적인 것, 일상적인 것, 문화적인 것 안으로 과감히 침투해 들어갑니다. 신은 사회제도와 전통 안으로, 생활규범과 관습 속으로, 학문 안으로, 문학 속으로, 미술과 건축 안으로, 음악과 공연 속으로, 부단히 파고들어가 문화와 문명의 심층을 이룹니다. 서양문명이 특히 그렇지요. 따라서 내 생각에는 서양문명에 대한 이해를, 그 세계가 오랫동안 숭배해온 기독교의 신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비록 흔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썩 좋은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서양문명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도록 해 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바로 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할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 본문 8쪽 〈지은이의 말〉에서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은 신과 관련된 서양 철학과 신학의 진수만을 골라 모두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신과 연관된 서양의 고전들과 예술작품들을 풍부하게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플라톤, 파르메니데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고전철학과 플로티노스, 아퀴나스,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중세철학, 그리고 하이젠베르크, 리요타르, 비트겐슈타인 등 근현대 철학을 괴테, 셰익스피어, 단테, 밀턴 등의 문학과 미겔란젤로, 빙켈만 등의 예술작품과 예술이론을 연계하여 한편의 대서사시를 펼친다. 여기에 우주론과 진화론 그리고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같은 저명한 자연과학자들의 신에 대한 담론 등 최근의 과학 이야기를 담아내 책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고 짜임새 있게 만들고 있다. 지은이는 이들 작품들의 원전을 참고?인용하였고, 그 출처를 800여 개에 이르는 미주와 설명주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은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고, 신의 섭리와 인간의 자기헌신의 관계가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삼위일체로 나타나는 신의 유일성이 인간공동체의 원형이라는 부분에 마음이 이끌리는 분도 있을 것이며, 시나 회화 같은 서양문명에 스며있는 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한 피상적 이해가 가진 위험을 대변할 수 있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식수가 아주 귀한 어느 나라의 사람이 서구를 방문하여 수도꼭지에서 물이 시원스레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경탄했다지요. 그리고 수도꼭지를 여럿 사 가지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벽에 꽂아놓고 틀어보았지만 물이 나오지 않자 크게 실망했답니다. 벽 뒤에 마땅히 있어야 할 배관도, 급수펌프도, 정수장도 없이 물이 쏟아져 나올 리가 없지 않겠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서양문명에 대한 이해가 상당 부분에서 이와 같지 않은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에 대한 이해가 그렇습니다. 내가 말하는 신은 물론 기독교의 신인데,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놀라울 만큼 피상적이거나 왜곡되어 있어요. 놀라운 것은 서양인들조차 그들 문명의 근간인 신에 대해 심한 편견과 왜곡된 개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같은 저명한 자연과학자들의 신에 대한 담론들도 그러합니다. 그들이 하나같이 각자의 전문분야에 서서 벽에 수도꼭지를 박아놓고 그것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무신론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2010년 10월 김용규 선생님의 휴머니스트 강연에서
흥미진진한 지식 소설 《알도와 떠도는 사원》, 13편의 문학작품을 실마리 삼아 철학의 길, 삶의 해법을 제시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등 굵직하고 매력적인 철학교양서를 펴낸 철학자 김용규. 그가 딸에게 남겨줄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3년간 칩거하며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은 책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을 펴냈다.
서양문명에서 기독교는 무엇인가? 그것의 핵심인 ‘신’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은이는 이것을 제대로 알아야만 우리가 당면한 현대문명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명으로 그 실마리 찾기에 나섰다. 신에 대해 바르고 세밀하게 알아, 서양문명의 심층을 파악하고 나아가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가치의 몰락, 의미의 상실, 물질주의, 냉소주의, 허무주의, 문명의 충돌 등―에 대한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이상 인문학 공부에 매진한 그의 철학과 사유가 현실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학자적 사명감이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을 고민하고 추구해온 사람들의 이론을 살려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유와 가치 있는 삶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철학자 김용규의 소명의식, 그 첫 산물이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이다. 한국인으로,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서양문명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인 ‘신’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서양의 철학·신학을 문학, 역사, 예술, 과학과 연결하여 한편의 대서사시가 되는 ‘철학 내러티브’를 창안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치밀하고 세밀한 구성, 지식과 서사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철학 내러티브’, 서양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창조, 장면장면 펼쳐지는 스펙터클 등이 864쪽의 방대한 글 속에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편집자는 이 책이 비싼 로열티를 준 번역서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채롭고 풍부한 ‘내용’, 그리고 그것을 풀어가는 ‘내공’을 보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한국인 저자의 작품이라는 것에 편집자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근래 카렌 암스트롱의《신을 위한 변론》,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가 출간되었다. 편집자의 시각으로는 김용규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은 《신을 위한 변론》보다 더 친근한 글쓰기가 장점이고 , 《신을 옹호하다》보다 풍부한 깊이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2. 철학자 김용규, 2,000년 동안 서양문명을 이어온 가장 위대한 이야기를 쓰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제법 위대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그 감동의 실체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마주하는 예술품이나 유적들 안에 자리하면서 그것들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어떤 위대한 정신적 가치에서 나옵니다. 미술이든, 건축이든, 음악이든, 공연이든, 문학이든, 학문이든,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우리의 삶과 세계에 대한 개념을 바꾸게 하는 것들의 심층에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정신적 가치들이 반드시 들어있지요. 서구문명에서는 그것이 지난 2,000년 동안 한결같이 ‘신’이라는 이름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관하여 나타났는데, 내가 이 책에서 당신과 함께 이야기하려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2010년 10월 김용규 선생님의 휴머니스트 강연에서
김용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그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그것을 향해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 철학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철학자다. 따라서 그의 철학은 ‘보편적 주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을 고민하고 추구해온 사람들의 이론을 살려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유와 가치 있는 삶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소명을 갖고 있다. 그는 전문가들과의 논담보다는 대중과의 소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철학자이다.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폭넓은 만남이 바로 그가 책을 집필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그는 글을 쓸 때마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스스로 질문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글쓰기를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 그는 디아트리베라는 고대의 수사학을 채용했다. 고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것을 피하고 생동하는 일상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들과 함께 담화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는 인문주의를 지향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는 철학과 신학을 문학, 역사, 미술, 음악 등과 아울러 한편의 대서사시가 되는 ‘철학 내러티브’를 창안하여 우리들에게 새로운 지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에 나 자신을 온전히 실현하려면 보편적 가치에 대한 생각과 그것이 스며든 문화 예술적 감수성이 요구된다. 그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철학 내러티브’는 창조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사유와 다양한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3. 신을 매개로 한 서양의 철학과 문화가 대서사시처럼 펼쳐지다
“우리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하여(1부), 존재와 존재물에 속성에 대하여(2부), 창조주와 피조물의 의미에 대하여(3부), 신의 섭리와 인간의 자기희생에 대하여(4부), 신의 유일성과 인간의 연대성에 대하여(5부) 이야기할 것입니다. 도중에 우리가 잊어버린 여러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도, 열정과 희생으로 그것을 지켜 온 영웅들에 대해서도, 개인의 삶과 세계의 역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무신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에 대해서도, 서로 상반·대립하는 지식의 종합과 충돌하는 문명 간의 화해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할 것입니다. 또한 그 사이사이에 신과 연관하여 우리를 교육하고 감화하는 시, 소설, 회화, 조각, 음악, 역사, 과학, 철학, 신학에 대해서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 본문 9~10쪽 〈지은이의 말〉에서
이 책은 신에 대한 개요를 신론, 존재론, 그리고 서양문명의 상관관계 속에서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2부에서는 그리스적 존재 개념과 히브리적 존재 개념의 상이성과 그것들이 종합되어 이룬 기독교적 신 개념을 서술하고 서로 상반?대립하는 둘을 종합하는 자신의 학문적 방법들(시간화와 탈시간화의 마술, 러브조이의 이중적 논법, 쿠사누스의 대립의 일치 등)을 제안한다. 고대와 중세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19세기까지도 서양문명의 심층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한 ‘존재의 대연쇄’라는 형이상학과 그것이 서양의 신학, 윤리, 문학, 사회제도, 교회제도 등에 끼친 영향을 살피면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들과 그것이 지닌 우리 삶에서의 의미를 이야기해준다.
3부에서는 우리가 ‘운명’, ‘예정’, ‘섭리’라고 파악하는 신의 인격성과 인간의 삶과 세계의 역사에 부단히 관여하는 신의 인격성과 그 의미, 창조론과 빅뱅이론의 유사성과 상이성, 그리고 그 각각의 의미와 서로 상반?대립하는 주장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들(비트겐슈타인의 언어놀이, 리오타르의 다원적 이성 등)에 대해 제안한다. 그리고 시간과 영원의 정의 그리고 그것들이 가진 우리의 삶과 세계 역사에서의 의미를 따지면서 창조론과 진화론의 관계, 창조론이 진화론을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진화를 통한 창조’라는 주장이 지닌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창조의 목적과 그것이 가진 우리의 삶과 세계 역사에서의 의미를 생각한다.
4부에서는 신의 섭리에 대한 정의와 그것이 우리 삶과 세계 역사에서 지닌 의미를 검토한다. 그리고 신의 섭리와 인간의 소망(기도)과의 관계, 신의 섭리를 따르는 인간의 자기헌신이 가진 의미를 키르케고르의 실존의 3단계설로 설명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신의 유일성에 대한 정의와 삼위일체로 나타난 신의 유일성, 신의 삼위일체성이 인간 공동체의 이상적 모델이라고 제안하고, 신의 유일성은 배타성이 아니고 포괄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상호연대와 협력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지은이는 신과 그의 이름으로 추구되어온 ‘최고의 가치’들의 몰락과 함께 닥쳐온 서양문명의 위기,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문제들(가치의 몰락, 의미의 상실, 물질주의, 냉소주의, 허무주의, 문명의 충돌 등)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한다.
4. ‘디아트리베’, 인문주의 글쓰기의 전범을 보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밝히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당신은 이 책에서 내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조금 색다름을 바로 알아차릴 것입니다. 이는 내가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성직자들, 예컨대 사도 바울이 글을 쓰거나 설교를 할 때 즐겨 사용하던 디아트리베(diatribe)라는 수사법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기분 풀이’ 내지 ‘환담’이라는 뜻을 가진 디아트리베는 설사 심오한 철학적 변론이나 종교적 사상이라 할지라도 고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것을 피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비속하지만 생동하는 일상용어로 바꾸어 표현함으로써 독자나 청중을 대화의 상대로 끌어들이고, 그들과 함께 담화를 나누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수법이지요.” ― 본문 8쪽 〈지은이의 말〉에서
그는 이 책에서 인문주의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것은 문헌학적인 설명과 문법과 논리에 호소하고, 수사학적 표현, 고전적 지식과 작품을 활용한 글쓰기를 말한다. 인문주의 글쓰기는 어원을 풀고 고전에서 예를 드는 글쓰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디아트리베라는 고대의 수사학을 채용했다. 고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것을 피하고 일상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글을 썼다. 책을 펼침과 동시에 독자는 카페 같은 곳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환담에 초대되고 지은이와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여유롭고 편안하게 글을 읽을 수 있다.
5. 서양의 문학, 예술, 역사, 철학, 과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
“어느 문명에서든 신은 종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신은 언제나 종교 밖으로 나가 종교 아닌 것들 속으로 스며들어 가지요. 세속적인 것, 일상적인 것, 문화적인 것 안으로 과감히 침투해 들어갑니다. 신은 사회제도와 전통 안으로, 생활규범과 관습 속으로, 학문 안으로, 문학 속으로, 미술과 건축 안으로, 음악과 공연 속으로, 부단히 파고들어가 문화와 문명의 심층을 이룹니다. 서양문명이 특히 그렇지요. 따라서 내 생각에는 서양문명에 대한 이해를, 그 세계가 오랫동안 숭배해온 기독교의 신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비록 흔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썩 좋은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서양문명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도록 해 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바로 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할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 본문 8쪽 〈지은이의 말〉에서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은 신과 관련된 서양 철학과 신학의 진수만을 골라 모두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신과 연관된 서양의 고전들과 예술작품들을 풍부하게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플라톤, 파르메니데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고전철학과 플로티노스, 아퀴나스,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중세철학, 그리고 하이젠베르크, 리요타르, 비트겐슈타인 등 근현대 철학을 괴테, 셰익스피어, 단테, 밀턴 등의 문학과 미겔란젤로, 빙켈만 등의 예술작품과 예술이론을 연계하여 한편의 대서사시를 펼친다. 여기에 우주론과 진화론 그리고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같은 저명한 자연과학자들의 신에 대한 담론 등 최근의 과학 이야기를 담아내 책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고 짜임새 있게 만들고 있다. 지은이는 이들 작품들의 원전을 참고?인용하였고, 그 출처를 800여 개에 이르는 미주와 설명주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은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고, 신의 섭리와 인간의 자기헌신의 관계가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삼위일체로 나타나는 신의 유일성이 인간공동체의 원형이라는 부분에 마음이 이끌리는 분도 있을 것이며, 시나 회화 같은 서양문명에 스며있는 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목차
차 례
1부 신이란 무엇인가
2부 신은 존재다
1장 존재란 무엇인가
2장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3부 신은 창조주다
3장 창조론이 왜 《고백론》안에 있나
4장 창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5장 창조의 목적은 무엇인가?
4부 신은 인격적이다
6장 아테네와 예루살렘이 무슨 관계가 있나
7장 신의 인격성이란 무엇인가
5부 신은 유일자이다
8장 일자란 무엇인가
9장 유일신은 배타적인가
맺음말-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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