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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22777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22777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대통령 선거에서 세 번이나 떨어진 김대중,
그는 어떻게 정권교체를 이루었나!
왜 지금 다시 김대중인가
운명의 신은 김대중을 세 번이나 외면했다. 하지만 그는 운명의 신을 쓰러뜨리고 결국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와 의지, 정적들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쟁취한 것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장작더미에 몸을 누이고 곰의 쓸개를 핥는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의지Der Wille zur Macht’를 한 순간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면서 자신을 갈고 닦았다.
《김대중, 다시 정권교체를 말하다》는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김대중의 정계 은퇴 선언부터 제15대 대통령 당선까지의 이야기다. 이 기간, 김대중은 실의와 좌절의 극한을 경험한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김대중에게 정치는 삶 자체였다. 그런 그가 패배의 쓰라림을 안고 정계를 은퇴한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있을 때보다 나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기간 극적인 반전을 통해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까지 김대중과 함께했던 이의 생생한 증언이다. 그리고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던 김대중이 어떻게 재기를 모색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는지에 대한 보고서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 선거 당시 사용했던 슬로건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준비된 대통령 김대중’은 그가 정계 은퇴에서부터 대통령 당선까지의 1,825일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문구다. 이 문구를 통해 김대중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결국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그의 당선 과정은 정권을 지키려는 사람, 다시 되찾으려는 사람 모두에게 교훈을 준다. 엄중한 시기, ‘김대중’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정치인 김대중’에 관한 가장 세밀한 정치 리포트
우리 현대사에서 ‘김대중’만큼 오랜 시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없었다. 살아생전에도, 영면에 든 지금까지도 그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를 ‘슨상님’이라 부르며 성인聖人처럼 숭배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름만 들어도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공존하고 있다. 이처럼 ‘김대중’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이유도 그가 우리 사회와 정치에 끼친 영향이 대단했기 때문이리라.
만약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대통령 노무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독불장군’이라 외면했던 노무현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집권 민주당 고문직을 맡기고, 마침내 자신의 후계자로 뒷받침해 준 김대중이 없었다면, ‘노풍盧風’은 미풍에 그쳤을 게 뻔하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그룹과 진보 진영이 대거 정치권에 입성한 것도 김대중 집권 이후라는 걸 고려하면, ‘진보 대 보수’의 경쟁 구도 형성에도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대한민국 사회를 바꿔 놓았다.
그의 승리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일흔이 넘은 김대중에게 제15대 대통령 선거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래서 전부 아니면 전무인, 너무나도 두려운 도박을 했다. 보수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김종필과 손을 잡았다. 동시에 집권 플랜을 마련하기 위해 비밀리에 팀을 구성하고, 클린턴과 블레어의 집권 과정을 면밀히 연구했다.
이 책에는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이야기가 불쑥불쑥 등장한다. 예를 들면, ‘민주 투사’의 과격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늘어놓고, 개그맨을 만나 그들에게서 복잡한 걸 쉽게 설명하고 청중을 웃기는 재주를 배우고, 사투리를 교정하기 위해 성우를 초빙해 발음을 교정하는 등이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으로 부각되던 나이와 건강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해 주변에 젊은 정치인을 전진 배치하는 것은 물론,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콘서트에 축하 영상을 보내고 연극인 순숙, 영화배우 오정혜, 탤런트 정한용, 코미디언 이봉원?박미선 부부 등 대중문화계 인사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공을 들인다. 그 결과 수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그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젊은 층을 포섭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치밀한 계산에 의한 행동이었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결국 50만 표도 안 되는 박빙의 승부 끝에 김대중은 경쟁자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된다. 만약 이 같은 정치적 전략과 노력이 없었다면, 그의 승리는 불가능했으리라는 방증이다.
‘인간 김대중’에 관한 가장 냉정한 평전
정계 은퇴를 발표한 뒤, 김대중은 일절 곡기를 끊었다. 평생을 걸고 추구했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허탈함에 빠져 지하 서재에 틀어박혀 멍하니 앉아 있었다. 회한과 비탄, 울분과 갈등에 빠져 괴로워했다. 정말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비서 장성민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방금 전에 나에게 뭐라고 했어요? 내가 다시 정계 복귀하면 당선될 수 있다고?” “예,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습니다.” DJ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보고서가 그거여? 알았으니 나중에 하지 그래. 나 정치 안 해요.”
하지만 그게 DJ의 본심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하겠습니다.” 내가 보고서를 들고 일어서자, DJ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 동지, 그 보고서는 놓고 가지 뭐하러 가져가.” “그럼 놓고 갈까요?” DJ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놓고 가세요.”
초조한 마음으로 비서실로 돌아가 DJ로부터 반응이 나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1시간 반쯤 지났을까, 나를 찾는 벨 소리가 울렸다. 다시 서재로 내려갔다. 한결 편안한 표정이 된 DJ가 나를 보고 말했다.
“이 보고서 나 아직 안 봤는데, 이런 거 앞으로 올리지 마세요. 올려서도 안 돼요. 기왕 올린 거니까 내가 갖고 있겠지만 누구한테도, 우리 집사람한테도, 가족들 누구한테도, 장 동지가 이런 걸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돼요. 장 동지도 절대로 외부에 이런 게 누설되지 않도록 하고. 이 보고서는 내가 외부에 나가지 않게 보관하고 있겠어요.” DJ는 그러면서 책상 서랍을 열어 보고서를 넣고는 열쇠로 잠갔다.
내실을 막 나서려는데 DJ가 혼잣말처럼 물었다. “그런데 장 동지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예, 드골과 카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총재님을 연결시켜 봤습니다. 물론 당장 복귀는 말도 안 되고요.” “그래요, 알았어요.” …(중략)… DJ는 다음 날부터 식사를 시작했다. 마루에도 올라오고, 마당에 나가 개도 보살피고, 평소대로 참새에게 쌀알을 뿌려주기도 했다.
- 본문 중에서
그로부터 2년 7개월 만에 김대중은 정계에 복귀했다. 현대사를 주름잡았던 정치 거목, 김대중. 그도 수없이 망설였다. 어떻게 해서든 목적을 달성하고야 마는 승부사의 냉혹함이 있는가 하면, 논리가 서기 전까지는 한없이 주저하는 소심함이 그 속에 혼재해 있었다. 정계 복귀를 앞두고, DJP 연합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를 찾는다. 그리고 은밀히 교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자신의 선택을 확인받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긍정적인 답을 얻으면 아이처럼 기뻐했다.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김대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역시도 선택에 앞서 주저하고 두려움에 떠는 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막내아들과 동갑인 젊은 비서를 대할 때도 거의 대부분 존댓말을 썼고, 언제나 논리를 들어 설명했다. 정계 은퇴 후 케임브리지에 머물던 시절,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비서의 잠자리를 손수 챙기며 웃는 모습은 그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며,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런 태도 때문에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자세로 헌신하는 가신들이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 장성민 역시 마찬가지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리가 불편한 김대중의 목욕을 돕고 한집에 머물며 가족처럼 지낸 사람이다. 김대중과 직접 살을 부대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 가족이자 정치적 동지였다. 김대중을 자신의 ‘큰바위얼굴’로 여기며 20여 년 동안 보필한 그가 언젠가 김대중의 말과 행적이 역사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기록한 글이다.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이 책을 통해서, ‘정치인 김대중’, 그리고 ‘인간 김대중’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김대중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는 어떻게 정권교체를 이루었나!
왜 지금 다시 김대중인가
운명의 신은 김대중을 세 번이나 외면했다. 하지만 그는 운명의 신을 쓰러뜨리고 결국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와 의지, 정적들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쟁취한 것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장작더미에 몸을 누이고 곰의 쓸개를 핥는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의지Der Wille zur Macht’를 한 순간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면서 자신을 갈고 닦았다.
《김대중, 다시 정권교체를 말하다》는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김대중의 정계 은퇴 선언부터 제15대 대통령 당선까지의 이야기다. 이 기간, 김대중은 실의와 좌절의 극한을 경험한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김대중에게 정치는 삶 자체였다. 그런 그가 패배의 쓰라림을 안고 정계를 은퇴한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있을 때보다 나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기간 극적인 반전을 통해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까지 김대중과 함께했던 이의 생생한 증언이다. 그리고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던 김대중이 어떻게 재기를 모색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는지에 대한 보고서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 선거 당시 사용했던 슬로건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준비된 대통령 김대중’은 그가 정계 은퇴에서부터 대통령 당선까지의 1,825일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문구다. 이 문구를 통해 김대중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결국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그의 당선 과정은 정권을 지키려는 사람, 다시 되찾으려는 사람 모두에게 교훈을 준다. 엄중한 시기, ‘김대중’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정치인 김대중’에 관한 가장 세밀한 정치 리포트
우리 현대사에서 ‘김대중’만큼 오랜 시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없었다. 살아생전에도, 영면에 든 지금까지도 그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를 ‘슨상님’이라 부르며 성인聖人처럼 숭배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름만 들어도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공존하고 있다. 이처럼 ‘김대중’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이유도 그가 우리 사회와 정치에 끼친 영향이 대단했기 때문이리라.
만약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대통령 노무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독불장군’이라 외면했던 노무현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집권 민주당 고문직을 맡기고, 마침내 자신의 후계자로 뒷받침해 준 김대중이 없었다면, ‘노풍盧風’은 미풍에 그쳤을 게 뻔하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그룹과 진보 진영이 대거 정치권에 입성한 것도 김대중 집권 이후라는 걸 고려하면, ‘진보 대 보수’의 경쟁 구도 형성에도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대한민국 사회를 바꿔 놓았다.
그의 승리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일흔이 넘은 김대중에게 제15대 대통령 선거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래서 전부 아니면 전무인, 너무나도 두려운 도박을 했다. 보수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김종필과 손을 잡았다. 동시에 집권 플랜을 마련하기 위해 비밀리에 팀을 구성하고, 클린턴과 블레어의 집권 과정을 면밀히 연구했다.
이 책에는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이야기가 불쑥불쑥 등장한다. 예를 들면, ‘민주 투사’의 과격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늘어놓고, 개그맨을 만나 그들에게서 복잡한 걸 쉽게 설명하고 청중을 웃기는 재주를 배우고, 사투리를 교정하기 위해 성우를 초빙해 발음을 교정하는 등이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으로 부각되던 나이와 건강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해 주변에 젊은 정치인을 전진 배치하는 것은 물론,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콘서트에 축하 영상을 보내고 연극인 순숙, 영화배우 오정혜, 탤런트 정한용, 코미디언 이봉원?박미선 부부 등 대중문화계 인사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공을 들인다. 그 결과 수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그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젊은 층을 포섭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치밀한 계산에 의한 행동이었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결국 50만 표도 안 되는 박빙의 승부 끝에 김대중은 경쟁자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된다. 만약 이 같은 정치적 전략과 노력이 없었다면, 그의 승리는 불가능했으리라는 방증이다.
‘인간 김대중’에 관한 가장 냉정한 평전
정계 은퇴를 발표한 뒤, 김대중은 일절 곡기를 끊었다. 평생을 걸고 추구했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허탈함에 빠져 지하 서재에 틀어박혀 멍하니 앉아 있었다. 회한과 비탄, 울분과 갈등에 빠져 괴로워했다. 정말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비서 장성민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방금 전에 나에게 뭐라고 했어요? 내가 다시 정계 복귀하면 당선될 수 있다고?” “예,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습니다.” DJ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보고서가 그거여? 알았으니 나중에 하지 그래. 나 정치 안 해요.”
하지만 그게 DJ의 본심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하겠습니다.” 내가 보고서를 들고 일어서자, DJ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 동지, 그 보고서는 놓고 가지 뭐하러 가져가.” “그럼 놓고 갈까요?” DJ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놓고 가세요.”
초조한 마음으로 비서실로 돌아가 DJ로부터 반응이 나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1시간 반쯤 지났을까, 나를 찾는 벨 소리가 울렸다. 다시 서재로 내려갔다. 한결 편안한 표정이 된 DJ가 나를 보고 말했다.
“이 보고서 나 아직 안 봤는데, 이런 거 앞으로 올리지 마세요. 올려서도 안 돼요. 기왕 올린 거니까 내가 갖고 있겠지만 누구한테도, 우리 집사람한테도, 가족들 누구한테도, 장 동지가 이런 걸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돼요. 장 동지도 절대로 외부에 이런 게 누설되지 않도록 하고. 이 보고서는 내가 외부에 나가지 않게 보관하고 있겠어요.” DJ는 그러면서 책상 서랍을 열어 보고서를 넣고는 열쇠로 잠갔다.
내실을 막 나서려는데 DJ가 혼잣말처럼 물었다. “그런데 장 동지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예, 드골과 카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총재님을 연결시켜 봤습니다. 물론 당장 복귀는 말도 안 되고요.” “그래요, 알았어요.” …(중략)… DJ는 다음 날부터 식사를 시작했다. 마루에도 올라오고, 마당에 나가 개도 보살피고, 평소대로 참새에게 쌀알을 뿌려주기도 했다.
- 본문 중에서
그로부터 2년 7개월 만에 김대중은 정계에 복귀했다. 현대사를 주름잡았던 정치 거목, 김대중. 그도 수없이 망설였다. 어떻게 해서든 목적을 달성하고야 마는 승부사의 냉혹함이 있는가 하면, 논리가 서기 전까지는 한없이 주저하는 소심함이 그 속에 혼재해 있었다. 정계 복귀를 앞두고, DJP 연합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를 찾는다. 그리고 은밀히 교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자신의 선택을 확인받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긍정적인 답을 얻으면 아이처럼 기뻐했다.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김대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역시도 선택에 앞서 주저하고 두려움에 떠는 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막내아들과 동갑인 젊은 비서를 대할 때도 거의 대부분 존댓말을 썼고, 언제나 논리를 들어 설명했다. 정계 은퇴 후 케임브리지에 머물던 시절,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비서의 잠자리를 손수 챙기며 웃는 모습은 그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며,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런 태도 때문에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자세로 헌신하는 가신들이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 장성민 역시 마찬가지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리가 불편한 김대중의 목욕을 돕고 한집에 머물며 가족처럼 지낸 사람이다. 김대중과 직접 살을 부대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 가족이자 정치적 동지였다. 김대중을 자신의 ‘큰바위얼굴’로 여기며 20여 년 동안 보필한 그가 언젠가 김대중의 말과 행적이 역사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기록한 글이다.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이 책을 통해서, ‘정치인 김대중’, 그리고 ‘인간 김대중’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김대중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목차
목 차
머리말 : 인간 김대중, 그리고 정치인 김대중
프롤로그1 _ 2009년 여름, 거인 잠들다
프롤로그2 _ 나의 큰 바위 얼굴
1장. 절망의 끝에 서다
2장. 햇볕정책의 탄생
3장. 정계 복귀, 그리고 갈등
4장. 주저하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5장. 대권을 향한 마지막 승부수
6장. 민주 투사의 이미지 변신
7장. 사형수에서 대통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