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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뇌과학의 발전과 형법적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연구(Ⅰ): 뇌과학과 형법의 접점에 관한 예비적 고찰

발행사항
서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2
형태사항
p523 : 삽도, 26cm
서지주기
참고문헌과 부록을 포함하고 있음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24136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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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00024136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1. 뇌과학은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된 복잡한 뇌신경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21세기 과학기술의 핵심적인 연구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20세기 초 뉴런의 발견으로 본격적인 실증적인 뇌연구가 시작되었고, 이후 신경세포 및 생체전기현상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리고 인식과정에 필요한 뇌의 활동을 기록할 수 있는 공학기술의 발달로 뇌의 특정한 영역들에서의 기능적 활성과 이들간의 역동적 연결패턴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뇌과학자들은 뇌와 정신과정에 작용하는 매카니즘을 밝히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뇌신경공학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인간의 자유의지와 관련하여 강력한 회의가 제기되었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이론적 토대로 삼고 있는 법규범적 체계에 있어서 딜레마를 낳고 있다. 즉 뇌가 마음을 결정하는 물리적 실체이며, 물리세계의 규칙에 의해 결정되고, 마음을 가능케 하는 필요충분한 기관이라면, 우리의 자유의지는 환상이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부과할 수 없다고 뇌신경과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뇌에 관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철학적·사회과학적 맥락에 초래하는 파장을 염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연구대상이 바로 ‘뇌’이며, 이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 존재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뇌과학연구의 발전으로 신경세포 혹은 신경회로와 개인의 행동을 연결하는 정신적 과정, 즉 사고·감정·지각·기억·의식 등을 기술할 수는 있게 되었지만, 뇌활동으로부터 이러한 정신적인 과정이 이루어지고, 정신적인 과정으로부터 행동에 이르게 되는 맵핑은 여전히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현재의 지식과 기술수준으로서는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 이해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적 실험결과만으로 뇌과학이 자유의지를 비롯한 법규범적 이론틀 및 사법시스템 등에 제기하는 모든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의도와 행동에 관한 신경과학에서의 새로운 발견들이 기존의 법이론적 가정이나 토대를 약화시키기 보다는, 자유의지와 책임에 대한 사람들의 도덕적 직관을 변화시킴으로써 법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형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뇌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시되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뇌과학적 연구결과들이 형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수용되어질 수 있으며, 그 가능성과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연구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형법적 패러다임의 변화가능성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뇌과학의 발전과 형법적 패러다임전환에 관한 연구’는 2년에 걸쳐서 수행되는 연구주제로서, 그 첫해인 올해는 뇌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토대로, 뇌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어떻게 형법적 논제들과 접점을 갖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뇌과학에 대한 이해와 그 중요성, 뇌과학기술의 발전동향, 그리고 뇌과학 연구분야의 성과들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며, 뇌과학이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였던 자유의지와 의사결정에 관한 뇌과학 연구논문들에 대한 리뷰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뇌과학 연구의 한계와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뇌과학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미국과 영국 그리고 뇌과학연구에 대한 규범적·철학적 대응을 해온 독일에 있어서의 뇌과학 연구동향 및 법적인 대응경향을 검토해볼 것이다. 내년도 연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질 주제로서 뇌과학이 형법적 패러다임에 던지는 도전과 과제들을 다루기 이전에, 뇌과학 연구가 어떻게 형법적 주제들에 맞닿게 되었으며, 이러한 뇌과학의 도전과 과제를 형법이 결코 피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논의의 토대가 무엇인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뇌과학기술의 진보는 복잡한 해부학적, 정신의학적, 생화학적 그리고 분자구조적인 구조를 드러내는 중추신경계에 대한 미시구조와 거시구조에 대한 탐구에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뇌과학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기술인 뇌영상촬영은 뇌구조와 뇌 전체에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신경세포의 집합과 연결된 활동들에 대한 측정법을 제공하며, 이 측정법은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인지, 사고, 행동과의 상관관계를 형성하는지를 판단하는데 사용된다. 뇌기능을 탐구하기 위한 뇌영상 기술은 급격한 발달을 거치면서 뇌질환에 대한 이해와 진단 이외에도 인지·사회학·철학·법학 등의 인문학적·사회과학적 기본 논제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점들을 제시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고 있다.
특정 뇌영역의 기능이 법적인 요소와 관련된 여러 유형의 사고나 행동을 관장할 수 있다는 신경법학의 전제를 바탕으로 기능적 뇌영상은 점점 더 자주 현대 법정에서 증거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형사법 영역에 있어서 구조적·기능적 뇌영상기술의 사용증가는 일정한 유형의 범죄행위와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추론과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뇌영역의 기능장애간의 연관성을 밝혀, 뇌기능장애와 손상된 인지적·의욕적·정서적 프로세싱간의 상관관계를 입증함으로써 뇌영상기술이 일정한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받고자 하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기능적 뇌영상 기술들이 극복해야 할 많은 논리적·기술적 한계점들이 아직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 이용되고 있는 모든 뇌영상 기술들이 인간의 뇌영상 촬영에 있어서 갖는 가장 중요한 기술적인 한계는 수십만 개의 뉴런들로부터 나오는 모든 신호들을 측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다 나은 공간적인 척도에서 암호화된 인식에 중요한 모든 신호들, 사고들을 뇌영상을 이용하여 탐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신경과학적 증거의 해석은 평균적인 집단의 신경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평균적인 집단 수준에서의 특정한 패턴의 뇌활동이 손상된 의사결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동일한 신경패턴을 보이는 피고인의 뇌스캔이 그가 그러한 인지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결론으로 바로 연결되어질 수는 없다. fMRI가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던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N.Logothetis 조차 fMRI기술로 생산된 뇌영상이 과도하게 확대 해석되고 있으며 그것이 갖고 있는 한계는 감춰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fMRI 영상에서 활성화된 영역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그 영역이 특정한 인지 과정에 선택적으로 기능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은 특정한 일개인에 대한 결론에 관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룹 연구를 기반으로 한 신경과학적 지식을 일반화하고, 이를 법에 적용하여 개별화된 추론을 하는 것은 본질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와 같이 뇌영상 기술이 뇌의 기능과 동기부여상황과 행동에 대한 관계에 관하여 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고, 이러한 한계 때문에 뇌영상에 대한 해석과 그것의 법적 중요성은 불확실성에서 확실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대 뇌과학의 발전은 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자유로운 개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법제도의 근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따라서 책임에 수반하는 형벌의 정당성을 재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법철학적·형법 이론적 논의들이 행해지고 있지만, 신경과학과 법학의 두 학제간의 조화로운 해법은 아직은 요원해 보이며, 과학적 사실과 규범적 판단이라고 하는 서로의 영역을 가능한 존중하고자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과학 연구결과들이 직접적으로 법정에서 제시되고 있는 현상은 거스르기 어려운 추세이다. 즉 뇌기능과 행동에 관한 지식과 경험적 자료가 축적되면서, 인지상태와 정신적 예측의 상관관계를 포함한 뇌의 매커니즘의 상당부분이 밝혀지면서 뇌를 검사한 자료가 피고가 왜 특정행동을 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입증자료로서 법정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뇌과학 연구결과들이 현재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된 법적 영역은 책임, 증거, 그리고 정의의 문제이다. 즉 법은 심각한 이성의 결함에 의한 범죄행위가 아니고서는 모든 범죄행위를 당사자의 책임으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이성의 결함을 입증할 수 있는 책임항변자료로서 뇌손상을 보여주는 영상증거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결과는 평균적인 사람들의 정상적인 뇌에 비추어 비정상적인 뇌 이상을 나타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평균적인 사람과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제시할 뿐, 비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책임감소에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자료의 하나로서 뇌영상을 법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법정에서 제시되는 그러한 뇌영상 증거가 유효한 것인지, 신뢰할만한 것인지, 사법적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관과 배심원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에, 법은 뇌과학 연구결과와 관련하여 과학적이거나 준과학적인 평가기준을 개발해야할 필요성을 인식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3. 역사적으로 과학의 발달은 인류의 사회적 행위와 도덕적 행위에 관련한 기초 개념의 의미와 우리의 이해에 변화를 주어왔다. 특히 최근 신경과학의 발달은 그러한 개념들과 우리의 이해에는 어떤 변화를 주고 있으며, 미래에 우리는 자유의지와 행동의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게 될 것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그러한 개념적 변화에 따라 지금까지 가졌던 개념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이해하고서, 그것에 대비할 것인가를 관심을 갖고서, 본 보고서에서는 이를 중점적으로 기존의 신경과학적 연구 논문을 검토하였다.
행동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의식에 지배되며, 따라서 의식 하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스스로 책상 앞의 물건을 집으려고 의도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의 행동이 자신의 의도에 의해 안내되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발적 행동은 행위자 자신이 그것을 의식하는 주관적 경험과 동반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알고서 행동을 실천하였다면, 자신은 명확히 그 의도를 주관적으로 안다고 가정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가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위 의도는 자발적 행동을 일으킬 원인이라고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 아래에서 우리의 행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문제도 정당화 된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분야의 신경학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 자신의 의지를 발현한다고 가정되는 의식이 발현되기에 앞서 행동에 대한 명령이 운동신경에 작동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한 실험적 연구의 보고들을 고려하면, 여전히 우리가 자신의 의식이 스스로의 행위를 지배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여기에서 그러한 실험적 연구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우선 살펴본 결과, 자발적 의지의 선택이 작용하기 전에 뇌의 활동은 이미 작동하며, 따라서 우리의 행동이 대부분의 일상적 활동에서 (이성의) 의식적 의도에 지배된다고 가정되었던 전통적 견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식적 의도가 뇌 활동에 의한 행동의 수행을 멈추게 할 수는 있다. 그리고 여러 인지적 정보들이 뇌의 행동 수행에 어떻게 해서든 영향을 준다는 것 정도는 밝혀졌다. 그러나 자발적 의도 혹은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뇌의 기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직 없으며, 따라서 여전히 우리의 정신적 측면과 관련하여 이원론과 일원론의 논쟁이 온전히 끝났다고 주장되기는 어렵겠다는 것 정도는 명확히 말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철학자들은 우리가 도덕적 행동을 위해 감정을 지극히 배제하여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주장의 기초에는 ‘인간은 이성을 발휘하기 위해 감성을 제어할 수 있으며, 이성과 감성은 엄밀히 구분된다’는 가정이 존재한다. 즉 우리는 충동적 감정에서 선택된 행동을 회피할 수 있으며, 의식이 발휘하는 이성적 사고에 의해 스스로의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러 신경생물학적 연구들에 따르면, 뇌의 정서 조절에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서 사회적 행동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한 보고들을 고려할 때, 뇌에 감정과 이성 또는 정서와 합리성을 조절하는 기능이 별개로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여러 다양한 종류와 수준에서 감성-이성 결합체의 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이유에서 전통적 도덕관의 가정을 뒤흔드는 신경과학의 실험적 연구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살펴본 결과, 이러한 연구들이 도덕적 행위 자체를 설명하기에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도덕적 행위를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정서는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적어도 명확히 말할 수준은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도덕적 행위는 우리가 정서적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한 때문으로, 그리고 온전히 이성적 지배아래 조절되지 못한 때문으로 고려했던 가정은 부정된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는 도덕적 행위를 위해 적절히 정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어려운 사람에 대해 동정심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타인에게 모질게 또는 잔인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비난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감정이 없는 인간이 사회적 활동을 잘 할 수 없다는 것도 동시에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전통적 관점, 우리가 선택하는 행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선택된 행위라는 관점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만약 어떤 사회적 행위가 타인과 공공에 피해를 준다면, 그리고 오직 자신에게만 이익이 되는 결과를 주었다면, 분명 그 행위는 그 자신에 의한 이기적 계산에 의해 동기화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된다. 그러한 이유에서 그의 동기화를 유도한 숙고는 사회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렇게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가정되는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합리적 사고 능력을 가졌다는 보다 기초적인 가정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임과 관련된 그러한 이유의 기초에는 다음의 가정이 있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활동에 있어 합리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선택할 수 있으며, 합리적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대의 신경과학적 연구들은 이러한 가정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 의심은 다음 세 측면에서 나온다.
첫째, 우리의 사회적 행동은 사려분별력보다는 모방의 방식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우리를 포함한 영장류들이 사회적 활동에서 의지적 선택과 무관하게 뇌는 모방적 행동 패턴을 촉발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모방 메커니즘의 자동적 작동이 의지적 합리성의 숙고로 보기에는 거리가 멀게 보인다.
둘째, 우리의 사회적 행동이 약물의 영향에 의해 영향 받거나, 유전자의 선별의 결과에 의해 또는 심리적 유도에 의해 유도되는 행동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과연 우리가 실익을 합리적으로 숙고한 결과로서 행위를 선택한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셋째, 최근의 신경계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실험적 연구는 사회적 행동이 의지의 합리적 선택을 벗어난 신경계의 인과적 작용에 의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증거들은 도덕적 행위가 (의식적 이성의 지배하의) 합리적?이성적 숙고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에 금이 가게 만든다.
우리의 행위 중에는 자발적 합리성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이 선택될 수 있으며, 자신이 비록 합리적이라고 의식한 것과는 무관하게 무의식적 기계적 모방 반응, 약물의 효과나 신경계의 여러 심리적 유인 요인들, 그리고 신경계의 구조적 메커니즘 등에 의해 (우리의 일상적 기대와는 달리)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선택 또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실험적 결과들이 함축하는 경향을 볼 때, 우리는 대부분의 일상적 활동에서 (합리적인 이성의) 의식적 의도에 지배된다고 가정되었던 전통적 견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제 신경과학은 의식적 의도를 산출하는 신경 메커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실험적 연구가 무엇을 밝혀낼지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가 가정했던 합리성에 대해서 앞으로 적지 않은 개념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예측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마도 인과론적 이해에 따른 개념이 될 것으로 전망하게 된다.
전통적 관점에 따르면 우리가 책임져야 할 도덕적 행동이란 의식적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되어야하고, 감성을 제어하고 이성에 따라 행동되어야 하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이다. 만약 이러한 조건을 벗어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다면, 그러한 책임의 부과가 다음에 그러한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에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위의 조건을 벗어나는 경우의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현대 신경학적 연구 결과의 측면에서 자유의지에 의한 행동의 선택에 관련된 전통적 관점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게 된다. 즉 여러 신경학 관련 연구들을 보면, 인간의 행동 선택은 인과적인가, 만약 인과적이라면 우리의 행동은 결정론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인가, 결국 우리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인과적 작용에 대해서는 예측이 가능하며, 비-인과적 작용 또는 의지적 선택에 의한 행위에 대해서는 예측불가능하다고 가정해왔다. 앞에서 보았듯이, 만약 우리 인간의 행위가 인과적이라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아마도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반문이 제기될 것이다. 우리가 다른 인간의 행위를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인간의 행위는 자유의지의 선택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생각에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자유의지에 의한 행위가 아니라면 책임을 질 수 없으며, 우리가 어떤 사람의 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곧 의지 혹은 의도에 따른 선택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 행동을 인과적 결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어떤 법적인 혹은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뇌는 명확히 인과적 장치이다. 앞에서 살펴본 어떤 신경학적 연구도 신경적 작용의 어떤 인과가 고려되지 않고 연구되는 사례는 없다. 특정 호르몬의 작용이든, 복내측 전두엽의 손상에 의한 것이든, 편도핵의 손상에 의한 것이든 혹은 전두엽과 두정엽 사이의 연결 경로의 손상에 의한 것이든, 그 어떤 원인에 의해서 피험자는 두려움과 같은 정서를 갖지 못할 수 있다. 그러한 인과적 작용에 의해서 피험자는 정상인들과 다른 행동 반응 혹은 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비로소 연구자에게 이해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떤 인과적 메커니즘이 앞으로 새로운 발견에 의해서 수정될 가능성도 물론 열려있다. 그렇지만 뇌가 인과적으로 작용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행동은 뇌의 신경계 작용에 의한 결과물이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의 모든 행동은 명확히 인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인과적이라고 해서 주체적으로 선택되는 일과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개념에 수정이 필요하며, 인과적이라면 무엇이든 책임과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전통적 가정 역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뇌가 인과적 장치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뇌의 모든 작용에 대해서 현재 예측할 가능성은 없다. 우리가 어떤 작용을 인과적이라고 파악할지라도 그것의 모든 작용을 예측가능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모든 것을 현재 우리가 상상하고 가정하는 모든 것을 넘어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한다. 이런 일은 분명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안다고 가정되는 것이 미래에 오류로 밝혀지거나, 그 이상의 다른 조건들이 관여된다는 것이 새롭게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뇌가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점에서도 비록 인과적이지만 예측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의 뇌에는 대략적으로 신경세포가 1011개 존재하며, 그 신경세포들마다 약 103개의 시냅스 연결을 갖는다. 따라서 뇌에는 신경세포의 연결이 무려 1014개나 존재한다. 이렇게 복잡한 작용의 원인과 결과를 정교하게 추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어 보인다. 게다가 뇌를 완벽히 이해하려면 뇌의 구성에 작용하는 세포 이하 수준의 유전자 관련 메커니즘까지도 알아야만 한다. 이러한 뇌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우리가 뇌에 대해서 인과적 작용을 파악한다는 것이 곧 뇌를 결정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해 보인다.
신경과학 연구의 미래를 전망하게 하는 그동안의 여러 성과들 중에 아마도 가장 크게 성과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에 관해 이제 우리가 상당히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인류는 스스로 신경계의 작용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였고, 그 성과에 따라서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그 성과를 실제 생활에 응용하고 있기도 하다. 신경계를 모의하는 새로운 병렬처리, 즉 새로운 컴퓨터의 계산능력을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미래 신경과학의 발달이 어떤 전망을 보여줄지를 우리는 신경계의 이해로부터 얻어낸 인식론의 배경에서 전망해볼 필요가 있다.
신경계의 작용은 우리가 경험에 의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며, 경험 후에 과거와 다른 새로운 인식적 구조를 어떻게 가질지를 설명해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계산처리 방식은 우리가 경험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행동을 하게 할 습관을 어떻게 얻게 되는지도 설명해준다. 간단히 말해서, 신경연결망은 계산처리 장치와 기억 장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러한 연구가 사회적 행동 패턴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그러한 것들이 계산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의 행동이 수학적 도구에 의해 (복잡하기는 하겠지만) 계산적으로 접근 가능하다는 것은, 우리가 행동 선택과 행동조절을 어떻게 이룰지를 미래 신경과학이 어떻게 해명해줄지에 대해 전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행동 선택과 행동조절의 문제에 대해서 미래 신경과학은 계산적 측면에서 접근 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미 새로운 개념의 인공지능, 즉 연결주의 인공지능(connectionist AI)의 연구가 걸어 다니는 로봇에 적용시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우리 행동에 대해 이미 계산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앞으로 연구 성과에 따라서 우리의 행동선택과 행동패턴 그리고 의사결정 등이 상당히 계산적으로 접근될 수 있다는 첫 출발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신경의 차원에서 설명과 사회적 차원 혹은 도덕적 차원의 설명이 동일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사람들의 행동이 신경의 작용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행동으로 조성되는 사회적 현상은 신경학적으로 전혀 설명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것이다. 즉 사회적 현상이 신경학적 현상들과 다르듯이, 인간의 행동 선택과 행동 조절의 차원 역시 신경학적 차원과 명확히 다르다고 주장될 수 있으며, 따라서 앞에 가늠했던 전망은 모두 불필요한 논의라고 지적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신경계 자체 또한 복잡계이며, 복잡계의 시스템은 예측하기 어려운 정도의 문제로서 복잡성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이러한 정도의 문제 측면에서 볼 경우 복잡계 시스템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본래적으로 계산 불가능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신경과학과 여러 관련 과학들이 발달함에 따라서 예측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경계의 작용들과 여러 다른 구조와 기능들이 조성할 사회적 활동 역시 예측가능하고 설명 가능한 복잡계일 듯싶다.
사회적 현상들과 우리의 행동이 신경과학의 작용으로 완벽히 설명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은 정확한 질문이 아니다. 사회적 현상들과 우리의 행동에 대해 설명해줄 이론 체계 들 중에 어느 것이 현대 신경과학의 이론들 체계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행동 결정과 의사결정이 미력한 과거의 가정들(이론들)에 의해 이해되고 설명될 것인지, 아니면 보다 과학적 근거를 가진 새로운 이론들에 의해 이해되고 설명될 것인지를 묻는 것이 정확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과거의 틀린 가정들에 근거했던 지금까지의 이해와 설명이 앞으로 포괄적 설명력을 가진 신경과학의 이론들에 의해서 새롭게 이해되고 설명될 전망이다.

4. 주요 외국에 있어서 뇌과학과 법의 접점에 관한 연구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은 법과 뇌과학이 교차하는 분야에서 다수의 중요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이러한 발전의 토대가 된 것은 신경과학의 기술과 기법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그 영향이 법학분야로 빠르게 확대되었고, 더욱이 뇌과학적 실험연구가 법적으로 연관된 주제들을 그 대상으로 하면서 부터였다. 이미 미국에 있어서는 뇌신경과학적 증거가 중요한 법적인 맥락에서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사법의 집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사법시스템에 있어서 뇌신경과학적 증거의 사용이 확대될 것인가, 확대된다면 어떻게 확대되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현재 맹렬히 논쟁되고 있는 문제라 할 것이다. 이에 법률주석가들도 뇌신경과학의 상이한 기술과 분석방법, 그리고 법률적 맥락이 서로 교차하는 부분을 어떻게 좀더 효율적이고 공정한 법률시스템을 위해 허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미국은 뇌신경과학적 증거들이 법에 대해서 제기하는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2007년 법과 신경과학 프로젝트가 설립하였고, 2011년 법과 신경과학에 관한 연구네트워크가 설립하였다. 이 프로젝트와 연구네트워크는 반더빌트 로스쿨에 사령탑을 두고, 미국 전역의 50명 이상의 과학자, 법학교수, 판사들이 학제간 연구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기억과 기만의 탐지, 청소년기 충동성에 대한 휴지상태 기능적 연관성 분석, 중독자에 있어서의 위험과 정보처리, 배심원의 의사결정에 대한 뇌영상증거의 효과, 제3자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인지처리,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확한 개별화된 평가를 하기 위한 방법의 개선 등에 대한 경험적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형사사법시스템에 있어서 뇌신경과학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뇌과학 기술들이 형사절차에 관여하는 판사, 배심원, 변호사, 피고인, 증인 등의 정신적인 활동에 대한 전례없는 조사와 관찰을 가능하게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미국내 4만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뇌와 신경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뇌신경과학적 연구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법의 영역에 있어서도 뇌신경과학적 연구의 잠재적 영향력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뇌영상 증거는 헌법적인 맥락에서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논의된 바 있으며, 형사적인 맥락에서는 피고인의 재판받을 능력, 범죄에 대한 고의요소 부인 또는 정신이상 항변, 양형단계에서의 형량감경 등과 관련하여 논의되어졌다. 하지만 미 연방법원들은 증거에 관한 기준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신경과학적 증거에 최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한편, 뇌스캔으로부터 피고인의 법적 책임에 관련된 쟁점을 이끌어내야 하는 추론적인 사슬 안에 불완전한 연결이 얼마나 많은가를 판단해야만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형사법적 맥락에서 뇌과학이 수반하는 한계로서 지적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개별화된 추론의 문제이다. 즉 법정에서 피고인이 뇌영상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평균적인 집단의 수준에서 특정한 패턴의 뇌활동이 손상된 의사결정과 연결되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뇌가 그와 동일한 신경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서 결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여 책임을 감경받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집단의 신경과학적 데이터로부터 피고인 개인에 고유한 개별화된 추론이 가능해야만 하는데, 연구자의 실험적 상황하에서 얻어진 평균적인 데이터가 특정한 범죄적 상황하에 있던 피고인의 뇌에 대한 설명으로 제시되는 것이 적절하고 합리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즉 피고인의 뇌영상 스캔이 손상된 의사결정을 나타낸 평균적인 뇌정보와 동일한 신경활동패턴을 보인다고 해서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이 필연적으로 그러한 인지적 결손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다른 한계로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바로 뇌영상증거가 작성되어지는 시점의 문제이다. 즉 뇌기능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한 뇌검사가 형사사건에서 쟁점이 된 행동을 할 당시에 있어서의 뇌기능의 상태에 대해서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 즉 형사절차에 있어서 뇌과학적 증거가 제시되는 시점은 범죄행위가 이루어지고 나서 한참의 시간의 흐른 이후가 되기 때문에, 형사절차적인 필요에 의해서 진단이 이루어지거나 포렌식적 증거로서 뇌스캔이 이루어지는 시점은 범죄행위가 이루어지던 과거의 시점과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과연 법정에서 뇌스캔이 보여주는 뇌영상의 정보가 범죄행위 당시의 뇌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뇌구조 혹은 뇌기능에 관한 어떠한 데이터도 범죄가 행해진 시간과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방법도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뇌스캔 데이터는 증거로서의 허용가능성에 대한 입증기준을 충족시킨다고 추정하는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데이터들은 단지 어떤 사람의 행동과 뇌의 구조나 기능에 있어서 확인된 비정상성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추론을 제공하는데 그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한계로는 인과관계의 입증의 문제가 있다. 즉 뇌영상 촬영기술은 신경과학자로 하여금 뇌활동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특정한 유형의 행동과 뇌활동간의 상관관계를 실험자로 하여금 발견하게 한다. 하지만 뇌구조 또는 뇌활동과 행동간에 존재하는 상관관계가 인과관계에 대한 신뢰할만한 증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뇌와 행동간의 인과관계는 아주 드문 뇌의 비정상성의 경우에 있어서는 추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특히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한 일탈행동의 갑작스런 개시는 양자간의 적절한 연관관계를 비교적 용이하게 확립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뇌영상 증거의 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뇌의 이상성과 행동의 변화에 대한 명확한 히스토리나 일정한 개입방식이 없을 경우 인과관계를 추론할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뇌과학에 있어서 인과관계는 법률상의 인과관계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적되고 있는 한계는 법정에서 제시되는 뇌영상 증거의 잠재적 편향성 유발의 문제이다. 뇌영상은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대단히 어려운 과학의 산물로서 인식되는우월한 정보적 특권 때문에 사진과의 유사성을 훨씬 넘어서서 오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 증언에 수반하여 뇌이미지가 증거로서 추가되는 경우 배심원으로 하여금 전문가 증언에 보다 더 신뢰를 갖게 만들어 편견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가 뇌영상 증거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법적 판단에 있어서 뇌영상이 다른 형태의 신경과학적 증거 이상으로 선입견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뇌영상 이미지가 배심원들로 하여금 뇌의 기능이나 행위 보다는 사진형태로 보여지는 뇌의 공간적 위치에 초점을 맞추게 함으로써 실제 존재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험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즉, 사진의 형태로 보여지는 뇌이미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뇌 이미지에 기반한 데이터의 해석이나 추론의 신뢰성을 과대 평가하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법률적인 맥락에서 우려되는 정도의 수준에 이르는가는 명확하지 않다.
영국의 경우에 있어서는 왕립위원회가 뇌과학자들과 법률전문가들이 상이한 방법론과 용어를 사용하면서 서로 다른 상황속에서 자신들의 일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두 학제간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익이 되는 분야를 탐구할 수 있는 포럼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뇌과학 전문가들과 법률시스템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매3년마다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뇌과학과 법이 교차하는 분야에 있어서 현실적인 응용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 뇌과학이 형법에 있어서 의미를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양형과 보호관찰의 맥락에서 활용되는 위험성 평가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 평가의 정확성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기존의 기술과 함께 신경과학적 증거의 사용이 고려되어지고 있다. 특히 보호관찰이나 가석방 결정에 있어서 폭력적·충동적 성향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표지를 개발할 수 있다면, 위험성 평가에 있어서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효과적인 처우나 사회복귀의 토대를 제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법정에서 신경과학적 증거는 최근 20년에 걸쳐 뇌영상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함께 증가되어져 왔다. 신경과학적 증거는 형사사법시스템에서 뿐만 아니라 민사사법시스템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민사사건에서는 원고에게 야기된 손해의 정도, 형사사건에서는 피해자의 피해의 정도를 평가하는 수단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형사사건의 항소의 대상이 되는 새로운 신경과학적 증거들을 검토하는 경우, 1심 재판에서 사용된 뇌의 단면에 대한 사진은 재판 당시 의학전문가들에 의해 해석된 결론을 재검토하기 위한 모든 항소를 가능하게 한다. 현대 신경과학의 발전에 비추어 볼 때 기존의 신경과학적 증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그 자체가 항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로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법정이 신경과학적 증거를 대하는 태도로서 흥미로운 것은, 법정에서 신경과학적 증거의 사용을 위해 항소법원이 재판에서 과학적 증거를 허용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신경과학적 증거의 허용가능성은 증거에 관한 일반원칙과 과학적 증거에 대한 특별한 원칙 양자를 모두 준수해야 하는데, 최근 영국 법률위원회(Law Commission)는 ‘전문가의 과학적 증거는 그것이 신뢰할 수 있다면, 그리고 신뢰성을 판단하기 위한 다중요인분석(multi-factor test)을 제시한 경우라면 허용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경과학적 증거의 활용에 대한 초기의 사법적 접근방법은 고의의 형성가능성 판단과 관련한 것이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EEG검사(뇌전도검사)가 행해졌던 서면 의학보고서의 활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영국법원들은 신경과학적 증거들을 법정에서 활용되는 다른 유형의 증거들과 구분하여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영국 법원에 있어서 형사적인 맥락에서 신경과학적 증거가 논의되는 경우로는 피고인의 범죄행위능력, 변론능력, 책임의 감경, 양형 그리고 증인의 증언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부분적 변호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피고인에 의한 주장이 뇌손상에 근거하고 있는 경우에 있어서 MRI 스캔의 사용이 특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 있어서 뇌과학은 우선적으로 오랜 역사속에서 지속되어온 법철학적인 쟁점들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에 이루어졌던 자유 논쟁에 대한 토론자들이, 독일의 저명한 뇌 과학자들이 거대 일간지의 문예란에서까지 뇌과학과 의사자유라는 주제에 대해 의견을 게재하는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격앙된 반응의 원인은, 뇌 과학자들이 의견 게재 등을 통해 우리의 두피 안으로 심으려 했던 가시들, 즉 새로운 인간상을 그리려는 도발 때문이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새로운 인간상에서는 신경과학의 기술적 수단으로 인해 인간의 의사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은 비결정론(非決定論), 즉 우리의 의사결정과 행위에 대한 자기책임과 관련한 모든 고찰들을 종결시켜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형법은 이러한 뇌과학자들에 의해 지지되는 형법폐지 주장에 따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거나, 21세기 선도적 학문으로 언급되는 신경과학에 굴복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독일 뇌과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1인칭 시점에서 볼 때 의사의 자유는 경험되며 주관적으로 체득되는 실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경과학적 수단들을 통해 인간이 결정을 내리고 행위하는 것을 관찰하는 시점, 즉 신경과학에서 표준이 되는 3인칭 시점에 입각해 보면, 의사의 자유는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결정을 내리고 행위를 하였던 것과 다르게 결정하고 다르게 행위하였을 수도 있다는 이른바 대안주의의 가설은 잘못된 것이며, 우리의 변연계가 우리를 확정짓는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자연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결정된 상태의 존재이기 때문에, 규율을 어기는 행위에 대한 개인적 비난가능성과 결합되어 있는 책임형법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에 의하면 우리는 다른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가능성(Anders-Handeln-K?nnen)과 결합되어 있는 책임이라는 관념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위험한 범죄자들을 구금하여 그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은 정당화 된다.
뇌과학자들은 여기에 언급된 자신들의 테제가 모든 법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들은 그저 형법에 저항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형법에 대해 공격할 때 단지 책임형법에만 한정하여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역시 그들은 명백히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소수 학자들은 형법 내에서 신경법학이 각성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은 뇌과학자들의 지식을 자세히 검증하지도 않은 채 신봉하며, 그러한 지식을 정당화 기반으로 삼아 뇌과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책임형법의 폐지 또는 수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뇌연구 테제의 추종자 중에서는 군나르 슈필기스(Gunnar Spilgies)와 그리샤 데프렙센만이 이 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으며, 신경과학적으로 입증된 결정론을 지지하는 내용을 좀 더 포괄적으로 정당화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까지는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형법체계에 대해 보다 세분화된 작업을 행하지는 않았다. 반면 그리샤 데프렙센이 주목했던 것은, 현행 형법이 결정론적 인간상과 충돌한다는 견해에 대한 비판이다. 데트렙센에 따르면, 제재라는 것은 “인격반가치”가 아니라 “행위반가치”를 표현해야 하며,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특정한 조건 하에서 종래의 처벌을 택할 것인지 치료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데트렙센(메르켈)도 의사자유를 부정하는 새로운 범죄체계에 대해서는 어떠한 단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비판받을 만한) “변연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을 전제로 하는 형법”의 초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변연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을 전제로 하는 형법에 대하여, 당분간은 곳곳에서 보안처분법으로의 지향을 반대하는 의혹이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
책임론과 뇌과학 연구들을 거칠게 대치시킨 결과, 본 논문에 인용된 학설 가운데 어떠한 것도 의사자유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어떤 입장을 취하더라도 의사자유에 대한 질문을 미해결로 남겨놓을 수 없다. 책임형법은 경험적으로는 자유를 부정하지만 규범적으로는 자유를 진실이라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적 답변으로는 설득력있게 그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반론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변연계의 지배를 받는 사람을 전제로 하는 형법으로 마무리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책임형법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다.
뇌과학자들의 저작, 법의학에 종사하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저작, 그리고 법률가들이 신경과학을 형법?형사사법에 연결시킨 저작을 면밀히 살펴보면 2차 논쟁을 접하게 된다. 이 논쟁은 1920년대 이래로 영상촬영절차를 이용해 뇌를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촉발된 논쟁이다. 이 논쟁에서는 특히 두 가지 문제영역이 다루어진다. 첫 번째 문제영역은 구체적 사건 및 법정 형사절차에서 (의사자유에 관한 문제를 넘어선) 책임능력, 치료능력, 성적 정체성, 미래의 (법적) 행동 예측 및 피고인들의 재범가능성이나 (미래의) 위험성 등 형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에 대해 판단함에 있어 신경촬영법이 행할 수 있는 역할과 관련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때때로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인간,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래에 저지를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예후적 정보가 문제된다. 두 번째 문제영역은 피의자 진술 및 증인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그리고 그 진술의 기초가 되는 기억력의 품질이 어떠한가에 대한 판단이다. 여기에서는 특히 독일에서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인 기존의 거짓말탐지기라는 수단을 신경촬영 절차를 통해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다루어진다. 이러한 문제영역에서는 진술의 품질이나 내용이 생약학적 촉진(enhancement)을 통해 개선되거나 변경, 조작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부수적으로 다루어진다. 결론적으로 보면, 경촬영법은 유기적(구조적) 뇌장애 분야에서는 표준적인 수단에 속한다. 하지만 그 밖에 영상촬영방법을 형사소송에 투입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적 성격을 가질 뿐이다. 이에 관하여 책임을 질 수 있을만한 견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도 이미 오래 지난 사건들에서 비례성원칙이 엄격히 지켜진다면 책임능력을 조사하기 위해 요추천자나 후두골천자를 이용하여 체액(뇌수 및 척수)을 채취하고, 뇌실공기주입(공기 뇌촬영)을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사례는 적어도 제한된 증거가치로 확립된 절차였던 것이지, 실험적 연구였던 것이 아니라 할 것이다. 현재의 연구상황은 오늘날 독일의 법정에서 신뢰성평가를 위해 신경촬영법을 (일반적으로) 투입하도록 권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적절한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는 대형 연구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연구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경촬영법은 단지 법적으로 중요한 질문, 즉 여기에서는 신뢰성판단에 대하여서만 대답을 구성하는 초석에 불과하며, 이 초석은 다른 절차에 의하여서만 확실해 질 수 있다.

5. 자유의지는 도덕철학과 법철학에서 줄곧 중요하게 다루어 온 주제였지만, 지금까지 철학적·사변적으로 논해온 이 영역에 과학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뇌과학을 포함하여 인간의 인지 현상을 탐구하는 인지신경과학은 지금까지는 과학이 다가갈 수 없는 영역으로서 인간이 자유로이 수행한다고 여겨온 의사 결정과 선택 등의 사고와 행동 영역을 기계적 혹은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으로 끌어 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과학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연구자들 중 일부는, 자유의지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단언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유의지에 대한 우리의 체험을 일종의 착각으로 설명하기까지 한다. 자유의지 물음을 둘러싼 이론적 대립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사실 ‘결정론이냐 자유의지냐’를 둘러싼 이론적 대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21세기에 이르러서도 17,8 세기의 논의 지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자들의 관심과 과학자의 관심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의 개념적 자원이나 설명 수단도 당연히 다를 것이다. 이것들을 뒤섞게 되면 혼란이 오고 불필요한 문제들이 생김과 동시에 불필요한 오해도 생기기 마련이다. 작금의 자유의지를 둘러싼 논의에는 바로 이러한 혼란과 오해들이 얼마간 쌓여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변화의 동력이 첨단 과학기술에서 나오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서 다소 위축된 철학자들은 인간의 자유로운 행동과 의사결정의 영역에까지 과학이 밀고 들어오는데 대해 당황하여 성급한 방어벽을 치려고 했을 수 있다. 반면 과학자들은 실험실의 성과를 사회에 내놓는 방식에서 다소의 과장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고나 느낌, 행위가 우리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어떤 요소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한편 우리는 또 우리가 전적으로 자유로운 최종결정자로서 자신의 결정과 행위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존재라는 생각에 대해서도 일말의 두려움을 가진다. 어쩌면 인간은 개인으로서 운명적으로 옥좨어 오는 결정적 힘도 피하고 싶고, 그렇다고 자유의 이름으로 모든 것이 허용되고 책임을 떠맡는 길도 피하고 싶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뇌과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시 부상하는 자유의지 논의는 이런 복잡한 인간의 자기성찰에 대한 이 시대의 알리바이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자유의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이런 강도의 자유의지 개념은 한편으로는 철학 진영으로부터, 다른 한면으로는 과학 진영으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의지자가 인과연쇄 밖에 존재한다는 생각이나, 의지력이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은 특히 그러하다. 전통적인 자유의지 개념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독일의 게하르트 로트(Gerhard Roth)는 위에서 열거한 특성을 가진 자유의지 개념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철학적 자유의지에 대한 논의는 로트식의 과학적 반론을 어떻게 방어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철학 논쟁은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로트식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지나치게 대립적 이슈 제기 혹은 학문 분과적 고립을 자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본다.
전통적인 자유의지 논의에서 양립불가능주의가 대세를 이루었다면, 오늘날 자유의지 논의에서 강세를 보이는 쪽은 양립가능주의이다. 뇌과학에 대한 새로운 주목과 함께 철학자들이나 과학자들 사이에 양립가능주의가 대체로 무난하게 수용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입장이 자유의지 문제 해결에 용이하고, 미래의 과학 발전에 대해서도 염려할 필요가 덜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입장은 일상에서의 자유에 대한 사람들의 체험과 과학적 우주관을 결합시킬 수 있는 입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철학사에서 근대 이래 홉스(Hobbes), 로크(Locke), 흄(Hume) 등도 대체로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양립가능성을 받아들였다. 오늘날 뇌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과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이 양립가능론에 호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일반사람들이 더 선호를 보이는 입장은 양립불가능주의로 알려져 있다. 법제도도 공식적으로는 이쪽에 서있다. 결정론을 거부하고 자유와 이에 따른 책임을 옹호하는 쪽이다. 그런가 하면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양립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엄격한 결정론을 지지하는 입장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이런 저런 이유에서 여전히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결정론이 참인지 아닌지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기 어렵다. 일어난 사건의 결과는 선행하는 원인을 가진다는 의미에서의 방법상의 결정론은 몰라도, 강한 도그마로서의 결정론은 우리 직관에도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 경험 세계를 벗어난 영역에서는 모든 경과는 선행하는 원인을 가진다는 견해는 이론적 기초가 약한 추정에 불과하다. 뇌과학도 뇌메카니즘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지 결정론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결정론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나머지 이 강력한 도그마에 사로잡혀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충돌을 염려하거나 자유의지를 부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양립불가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립불가능주의가 보통사람들의 직관에 의해서도 지지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서로 충돌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한 나미아스도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을 그런 방향에서 해석하고 있다. 즉 그는 보통사람들이 자유나 도덕적 책임에 위협이 된다고 여기는 것은 실제는 결정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기계론 혹은 환원주의이다. 즉 사람들은 우리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에 대한 기계적 설명이 자유나 도덕적 책임과 충돌한다고 여겨 우려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간행위가 흡사 로봇이나 컴퓨터처럼 내면적 의식세계나 느낌 없이 기계적으로 작동한다는 생각에 저항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인간이 아메바나 다른 하등동물처럼 외부의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기만 하는 존재로 전락하는데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결정론에 기초한 양립불가능주의를 직관적으로 지지한다면 그 이유는 바로 결정론을 기계론에 대한 두려움을 섞어서 떠올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론적 추상적 물음에서는 양립불가능주의의 입장을 취하지만, 일상의 구체적 맥락에서는 오히려 양립가능주의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자유의지가 뒤에 언급할 도덕적 책임 판단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구체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 도덕 판단에서 감정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자유의지와 책임은 우리의 의식적인 숙고, 계획, 결정들이 우리 행동에 제대로 인과적 기여를 해내는 한 가능하다. 인간의 행위는 결정되어 있는가가 중요한 물음이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통해 결정되는가가 정작 중요한 물음이다. 자유와 자유의지에 대한 우리 경험의 핵심적인 부분을 - 우리 인간이 의지와 행위의 장본인이라는 점,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 행위 결정에 우리가 책임을 진다는 점 - 망상이라고 말하는 과학은 망상이다. 자유에 대한 우리 경험의 핵심적인 부분은 과학적 세계상과 결합할 수 있다. 자유의지를 무조건적 절대의지로 상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의지도 물리적 조건에 매이며 의지에 대해서 그 물리적 신경적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그리고 자유의지가 어느 순간 저절로 불쑥 나타나는 사건이 아니라, 모든 우리 경험이 그러하듯이, 자유의지도 시간적인 경과의 산물이며 배후에 놓인 그 무엇들의 결과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뇌에 대한 메카니즘적 이해가 자유의지의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 놓이는 문제임을 인정한다고 해서 자유의지 논의에 대한 뇌과학의 기여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위와 의사결정의 문제도 인간행위의 물리적 관점에 비추어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도덕의 문제에서도 경험과학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행동과 의사결정, 선택, 통제 등등의 개념을 신경기반에서 재개념화 해보는 기회를 통해 자유의지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념적 논의방식에 탈출구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개념적 의미적 정합성 충족만으로는 아무래도 불충분한 것이다. 경험과학적 데이터의 도움으로 이론의 확장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인간행동규범에 연관된 과정에 대해 더 많은 통찰을 얻는다면 자기통제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론 구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자유의지 논의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과학과 철학의 교집합으로 이론 확장을 위한 새로운 여건이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신상태를 물질에 편입시키거나 뇌상태로 환원시키는 물리주의, 환원주의(reductionism), 소거주의(eliminativism), 부수주의(epiphenomenalism) 등의 함정을 피한다면, 그리고 자유의지를 형이상학적 비현실적 주제로 만들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절제된 자유 개념을 취한다면 말이다. 이점에서 최근 새로운 양립가능론 진영에서 몇몇 학자들이 자기조정 문제를 인지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제한된 의지(bedingte Wille)’로 개념화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뇌과학이 자유의지에 접근하는 방식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에서 성과가 있었다면 그것은 자연과학자들과 정신과학자들에게 ‘상호 인정 투쟁’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정론이냐 자유의지냐’, 혹은 ‘양립가능주의냐 양립불가능주의냐’ 식의 고립화 전략 대신에, 자연과학과 정신과학이 분리가 아닌 종합으로 가면서 인간성과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가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뇌과학의 도전은 인간의 자기이해에 관한 철학이 비철학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준다고 생각한다. 반면 자연과학의 입장에서의 인과관계에 대한 해명이나 자유의지에 대한 반박은 철학의 진영에서 보기에는 개념적으로 불명확하고 무엇보다도 복잡한 철학적·도덕적 개념차원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요컨대 의식과정의 물리적 조건을 의심할 수 없다면 자유의지 문제에서 ‘정신과학의 절대 우위’를 주장할 어떤 근거도 없다. 정신과학과 자연과학의 협동과 상호 보완이 요구된다. 새로이 대두된 뇌과학 연구는 정신적 특성을 정신적 상태로만 파악하려고 해서는 우리의 의식된 사고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알려 준다. 하부구조 없이 의식 안에서 철학을 독자적인 원리로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통적으로 사회학이나 심리학, 정치학은 이런 의미에서 토대과학을 이루어 왔다. 이제 정신적 특성이나 도덕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 21세기의 뇌과학이 토대 학문 분과로서 하나 더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될 때, 뇌과학은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담론에 위협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론 확장과 발전에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학문통합의 방향에 서면 ‘뇌과학의 패러다임 전환적 의미’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6. 20세기에 들어서서 뇌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언제, 어디서, 왜 인간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역학적 원인이 무엇이고, 신경세포가 어떻게 구축되고 폐쇄되며, 신경세포가 언제 폭발하고, 이러한 현상이 뇌의 어느 부분에서 일어나며 동시에 뇌영역에서 어떤 과정이 진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측도 가능하다고 주장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러한 뇌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다양한 행동이 이미 뇌에 존재하는 신경회로의 작동 때문이며, 뇌의 특정부위가 자극될 때 인간의 특정 행동을 낳는다고 하는 뇌 결정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뇌과학이 뇌의 처리과정에 대한 물리주의적 이해로 귀결되면서 범죄행위와 형벌에 관한 기존의 규범적인 관념과 인식의 토대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법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서도 범죄행동에 대한 뇌과학적 설명들과 씨름하면서 점점 더 자유의지에 의존하지 않는 책임에 대한 대안적 해석들과 과거의 행동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행을 장려하고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미래를 생각하는 형법, 즉 예방형법이라는 것에 주의를 돌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에게 부여하는 가치와 존엄을 과학 혹은 뇌에게 빼앗기길 원하거나, 오랜 동안 윤리적·철학적 논쟁을 거쳐 확립해온 책임 매카니즘을 무의미하게 만들기는 원하는 사람은 적어도 법공동체내에서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즉 책임은 단지 법질서의 토대로서 의미 뿐만 아니라 법공동체내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어기제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법적 책임의 기준은 실험적으로 입증되는 뇌의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규범의 차원에 놓이며, 따라서 법적 판단의 과정에서 신경과학적 지식을 참조하되, 그것과는 다른 행위 합리성의 차원에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뇌과학적 지식은 이 문턱을 넘어서서 법정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법적인 가치와 절차적인 맥락에서 엄격히 재평가하여 형법 영역내에서 뇌과학의 위치지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 뇌과학 연구결과들은 형법에 대하여 일정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법이 범죄와 형벌이라고는 두 기둥을 세우는데 있어서 주춧돌로 삼고 있는 책임을 온전히 개인의 행위에 귀속시킬 수 있는 매카니즘을 갖고 있는가, 만약 뇌의 문제로 인하여 그 매카니즘이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고 한다면 책임과 행위간의 단절이 발생하고 더 나아가 범죄와 형벌을 무엇으로 설명하고 정당화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뇌과학의 도발적인 요구에 대하여 형법은 답을 하기에 앞서서 뇌과학에 되물어야만 할 것이 있다. 즉 뇌과학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단순한 인간의 일상적 행동이 아니라 개인 간의 관계에서 혹은 사회 더 나아가 국가와의 관계에서 자유·재산·생명 등을 침해하는 다양한 행동에 개별적으로 귀속될 수 있는 궁극적인 원인(ultimate cause)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확신할 수 있다면 원인이 되는 신경상관자가 행위로 연결되는 신경매카니즘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뇌과학이 기존에 알지 못했던 특정 행위에 대한 신경과학적 연구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그러한 행위에 대한 다른 측면에서의 이해와 접근방법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 연구결과이고 추론적 접근이기 때문에 정확성과 구체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단지 뇌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그 추론의 정확성을 조금씩 높혀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뇌과학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범죄와 관련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특성을 발견했다고 하는 것이, 이러한 특성들이 왜 어떤 사람이 범죄적 행동으로 나아갔는가를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뇌에 기반한 어떠한 설명도 법에 있어서 정당화, 면책 또는 감경에 대한 직접적인 함의를 갖고 있지 못하다.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은 과학적 결과물이 아니라 법적인 결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뇌과학이 형사책임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뇌의 비정상성 혹은 기능장애, 뇌손상으로 인한 정신이상 항변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전제되어야 할 사실은 범죄적 행위와 강력하게 결합된 특정한 뇌의 변형 내지 비정상성의 예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한 유형의 뇌손상과 강하게 연관성을 갖는 많은 행동이나 능력들은 존재하지만, 손상을 입었을 때 불가피하게 필연적으로 범죄적 행동을 야기하게 하는 특정한 뇌영역이 현재로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최소 한가지 형태의 뇌손상은 일부 범죄적 혹은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뇌영상에 기반한 증거를 토대로 피고인이 비정상적으로 특정한 뇌구조 내지 기능의 결함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결함이나 비정상성이 피고인으로 하여금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회피할 수 없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요지를 입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이상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달리 행위할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 법은 고도의 과학적·의학적 증명을 필요로 하는데, 뇌과학적 연구들이 아직까지는 그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의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통해 정신이상과 범죄적 행동간의 강력한 연관성이 발견되어질 가능성을 무조건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뇌과학이 형사책임과 관련하여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은 바로 뇌의 미성숙으로 인한 책임의 제한과 관련해서이다. 미성숙한 뇌와 관련하여 논의가 되는 것은 청소년의 경우, 뇌가 일정한 발달단계를 거쳐 성숙되고 있으며, 특히 뇌의 실행기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두엽이 발달단계의 마지막 부위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청소년의 미성숙 뇌와 관련한 연구분야는 뇌과학기술 특히 뇌영상 증거자료를 청소년의 뇌의 성숙 정도와 형사적으로 책임있는 행위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밝혀줄 만큼 과학의 진보된 영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법정에서도 청소년들은 일시적으로 건전한 의사결정, 개인적인 규제능력이 감소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사형을 부과하는 것은, 사형제도의 토대가 되는 응보적 사법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이라 판단하여 청소년에 대한 사형선고를 금지하고 있다.
형사사법시스템에 있어서 뇌영상 증거는 책임단계, 양형단계 또는 양자 모두에서 제공되어질 수 있다. 즉 책임단계에서는 피고인측에서 정신이상 항변을 뒷받침하기 위해 뇌영상 증거를 제공할 수도 있고, 피고인이 유죄평결에 필수적인 정신적인 상태를 갖고 있고 따라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검찰측 주장을 극복하기 위해서 또는 진실에 관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해 뇌영상 증거가 법정에 제시될 수 있다. 그리고 양형단계에서는 형벌감경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뇌영상 증거가 제공되어질 수 있다. 하지만 뇌영상 증거가 범죄적 행동에 대한 법적, 사실적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이 뇌과학과 관련한 증거들이 법정에서 고의나 책임, 경우에 따라서는 과실을 입증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는데 있어서는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 또는 법적인 기준의 측면에서 흠결이 있음에도, 뇌영상 기술을 활용하여 반사회적 개인들에게 나타나는 뇌기능 장애의 법적 함의에 대해 고찰한 한 연구는, 뇌영상증거는 법정에서 이미 받아들여지고 있는 다른 과학적 증거와 유사한 지위를 갖는 또다른 방식의 과학적 증거이므로 법적 판결에서의 역할이 증대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뇌영상 증거를 법정에서 입증자료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들도 있다. 따라서 법정에서 전문가에 의해 제출된 뇌과학적 증거의 입증가치를 보증하고 허용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해 시행되는 시스템들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 과학기술의 발달로 뇌신경관련 증거의 활용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몇몇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과도한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유무죄 판단 혹은 책임감소 여부 판단을 함에 있어서 뇌과학적 증거에 대해 부여되는 지위에 대하여 냉정하고도 현실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형사사법시스템은 엄격한 기준을 통해 과학적 증거가 법정에 들어오는 것을 규제하고 있지만, 과학의 발전에 따라 그 규제기준도 상당한 변화를 겪어오고 있다. 최근 들어 과학을 확실한 분야를 다루는 것으로 인식하는 일반인의 판단오류에 기대어 법정에 과학을 도입하고자 하는 피고측 변호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오로지 건전한 과학만이 법정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보증할 수 있는 기준의 마련이 과제로 남겨지게 되었다. 따라서 책임능력에 관한 종래의 규범적 판단의 프레임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는 법정에서 뇌과학에 따른 패러다임의 이동에 맞추어 새로운 규범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목차
목차 국문요약 제1부 뇌과학 연구의 동향 제1장 서론 제1절 연구목적 제2절 연구 방법 제2장 뇌과학 연구와 기술의 현황 제1절 뇌에 관한 연구의 시대적 발전과 관점의 변화 1. 고대와 중세시대의 뇌에 대한 관점 2. 근세시대의 뇌에 대한 관점 3. 근세 이후의 뇌에 대한 관점과 뇌과학의 형성 제2절 뇌과학 기술의 발달 현황 1. 뇌과학 기술의 발달과정 2. 뇌영상기술의 유형 가. 뇌전도 (EEG:electroencephalogram) 나. 자기뇌기록(MEG:Magneto Encephalo Graphy) 다. 단일광자방출 컴퓨터 단층 촬영술(SPECT: 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라. 양전자방사단층촬영술(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마. 자기공명영상법(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e,) 사. 근적외전 분광법(NIRS: Near Infrared Spectroscopy) 아. 기타 뇌영상 기술 자. 주요 뇌영상 기술의 특징과 장단점 3. 뇌영상 기술의 의의와 한계 가. 뇌영상 기술의 의의와 중요성 나. 뇌영상기술의 한계 제3절 뇌과학 연구의 중요성 및 주요 연구분야 1. 뇌과학 연구의 중요성 가. 의학적인 측면 나. 경제적인 측면 다. 사회문화적인 측면 라. 법적인 측면 2. 뇌과학 연구의 최신 동향 가. 뇌인지과학 나. 뇌의학 다. 뇌공학 라. 신경윤리학 제2부 인지 및 의사결정 관련 뇌과학 실험연구의 가능성과 한계 제1장 인지 및 의사결정 관련 뇌과학 실험연구의 등장 배경 제1절 머리말 제2절 자유의지와 도덕적 판단의 전제들 제2장 행동조절 관련 뇌신경과학 실험연구 제1절 자발적 행동 의지와 뇌의 활동 1. 패트릭 해가드(Patrick Haggard) 리뷰 논문 2. 벤자민 리벳(Benjamin Libet) 자유의지 논문 가. 연구 배경 및 목표 나. 실험 디자인 및 데이터 분석 방법 다. 연구 결과 라. 연구결과의 의미 3. 패트릭 해가드와 마틴 에이머(Patrick Haggard & Martin Eimer)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방법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실험결과 바. 연구결과의 의미 4. 해가드와 리벳(Patrick Haggard & Benjamin Libet) 논문 가. 연구 배경 및 목표 나. 연구 결과 5. 길버트 고메즈(Gilberto Gomes) 논평 논문 가. 개요 나. 클라인(Klein, 2002)의 결과 다. 포켓(Pockett, 2002)의 결과 라. 트레베나와 밀러(Trevena and Miller, 2002)의 결과 6. 리벳(Benjamin Libet) 논문 가. 리벳의 연구의 요약 나. 트레비나와 밀러(Trevena & Miller) 논문 다. 포켓(Susan Pockett) 논문 라. 포켓의 다른 해석들 마. 고메즈(Gilberto Gomes)의 반증 7. 리벳 논문 가. 연구 배경 및 목적 나. 연구 결과 8. 해가드 외 연구원들(Patrick Haggard & Sam Clark & Jeri Kalogeras) 논문 가. 연구 배경 나. 실험 목적 다. 실험 방법 라. 연구 결과 마. 연구 결과의 의미 9. 해가드와 클락(Patrick Haggard & Sam Clark) 논문 가. 연구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연구 결과 바. 연구 결과의 의미 10. 앤더슨과 추이(Richard A. Andersen & He Cui) 리뷰 논문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연구 결과 라. 연구 결과의 의미 제2절 이성과 감성의 구분에 관한 연구 1. 앤더슨 외 연구원들(Antoine Bechara & Antonio R. Damasio & Hanna Damasio & Steven W. Anderson) 가. 연구 배경 나. 실험 목적 다. 실험 디자인 라. 연구 결과 마. 연구 결과의 의미 2. 다마지오 외 연구원들(Antoine Bechara & Hanna Damasio & Daniel Tranel & Antonio R. Damasio)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연구결과 바. 연구결과의 의미 3. 벡춰라(Antoine Bechara)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및 데이터 분석 방법 라. 연구결과 마. 연구결과의 의미 4. 다마지오 외 연구원들(A. Bechara & H. Damasio & D. Tranel & A.R. Damasio)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연구결과 및 연구결과의 의미 5. 다마지오 외 연구원들(Michael Koenigs, Liane Young, Ralph Adolphs, Daniel Tranel, Fiery Cushman, Marc Hauser & Antonio Damasio)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연구결과 바. 연구결과의 의미 6. 리버존 외 연구원들(S. Shaun Ho. & Richard D. Gonzalez & James L. Abelson & Israel Liberzon)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연구 결과 바. 연구 결과의 의미 7. 도메스 외 연구원들(Lars Schulze, Alexander Lischke, Jonas Greif, Sabine C. Herpertz, Markus Heinrichs, Gregor Domes)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연구결과 바. 연구결과의 의미 8. 매누엘 로드리게스 외 연구원들(Jose A. Obeso, MD & Maria Cruz Rodr Lguez-Oroz, MD & Beatriz enitez-Temino, PhD & Franscisco J. Blesa, PhD & Jorge Guridi, MD & ConcepcioMarin, MD, PhD & and Manuel Rodriguez, MD) 가. 연구 목표 및 배경 나. 연구결과 다. 연구결과의 의미 제3절 행위의 합리적 선택과 인과적 작용 1. 리졸라티와 외 연구원들(L. Fadiga, L. Fogassi, G. Pavesi, and G. Rizzolatti)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연구 결과 마. 연구 결과의 의미 2. 레오나르도 포가시 외 연구원들(Giacomo Rizzolatti, Luciano Fadiga, Vittorio Gallese, Leonardo Fogassi)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연구 결과 마. 연구 의미 3. 기안 루이지 렌지 외 연구원들(Laurie Carr & Marco Iacoboni & Marie- Charlotte Dubeau & John C. Mazziotta & Gian Luigi Lenzi)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바. 연구결과의 의미 4. 코헨 외 연구원들(Joshua D. Greene & R. Brian Sommerville & Legigh E. Nystrom & John M. Darley & Jonathan D. Cohen)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연구결과 바. 연구결과의 의미 5. 오체스너 외 연구원들(Jennifer A. Bartz & Jamil Zaki & Niall Bolger & Kevin N. Ochsner) 가. 인간에 대한 옥시토신 연구의 상승 나. 옥시토신이 사회 인지와 전사회성에 주는 영향 다. 심리 과정의 단서로 해석하는 문맥적 접근 라. 질병 치료제로써의 옥시토신이 가지는 가능성 6. 나단 드웰 외 연구원들(Roy F. Baumeister, E.J. Masicampo and C. Nathan DeWall)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적 다. 실험 디자인 및 결과 라. 연구 결과의 의미 7. 펠로우와 파라(Lesley K. Fellows & Martha J. Farah)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연구 결과 바. 연구 의미 8. 로스키스(Adina Roskies)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적 다. 연구 결과 라. 연구 결과의 의미 9. 토르타와 카우다(D.M. Torta & F. Cauda) 가. 연구배경 및 목표 나. 데이터 분석 방법 다. 연구 결과 라. 연구 결과의 의미 10. 벤자민 스트라우베 외 연구원들(Johannes Blos, Anjan Chatterjee, Tilo Kircher, Benjamin Straube) 가. 연구 배경 나. 연구 목표 다. 실험 디자인 라. 데이터 분석 방법 마. 연구 결과 바. 연구 결과의 의미 11. 베이네와 찰머스(Tim Bayne and David J. Chalmers) 가. 배경 나. 통일의 다양성 다. 접근 통일(access unity)과 현상 통일(phenomenal unity) 라. 언제 접근 통일이 무너지는가? 마. 현상 통일이 무너질 수 있는가? 바. 통일 논제(unity thesis)의 응용 사. 상위차원 사고 (higher-order thought) 이론 아. 표상주의(representationalism) 자. 통일 논제에 대한 해명 제3장 의사결정 및 행동조절 관련 뇌신경과학 연구의 의미 제1절 인과적 행위와 책임 제2절 인과론과 예측가능성 제4장 의사결정 및 행동조절 관련 뇌신경과학 연구에 대한 전망 제1절 신경계 통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제2절 뇌의 차원과 사회적 차원 제3부 뇌과학과 법에 관한 주요 외국의 연구 및 판례 경향 제1장 미국에 있어서 뇌과학과 형법 제1절 뇌과학과 법에 관한 연구 동향 1. 뇌과학 연구 및 법적 활용 현황 2. 뇌과학과 법의 접점 가. 헌법 나. 형법 다. 불법행위법 라. 보건법 마. 고용 관련 법 제2절 미국 형사사법시스템에 있어서 뇌과학의 적용 1. 형사절차에 있어서 뇌과학의 활용 가. 증거법상의 문제 나. 책임의 문제 다. 양형의 문제 2. 형사법적인 맥락에서 뇌과학이 수반하는 한계 가. 개별화된 추론의 문제 나. 시점의 한계 다. 인관관계의 입증 라. 법정에서 뇌영상의 잠재적 편향성 제3절 형사책임과 관련한 뇌과학적 증거를 수반한 판례 1. 사형과 관련한 판례 가. Roper v. Simmons 나. Graham v. Florida 다. Akins v. Virginia 2. 범죄의도 형성과 관련한 판례 가. Peter Braunstein 나. Sexton v. State 다. People v. Weinstein 제3장 영국에 있어서 뇌과학과 형법 제1절 뇌과학과 법에 관한 연구 동향 제2절 법원에 있어서 뇌과학적 증거의 활용 1. 뇌과학적 증거 활용의 기본원칙 2. 뇌과학 증거에 대한 영국법원의 태도 가. 고의입증에 관한 판례 나. 책임감경과 관련한 판례 다. 증인의 신뢰성에 관한 판례 라. 변론능력과 관련한 판례 제4장 독일에 있어서 뇌과학과 형법 제1절 뇌과학과 형법의 연구 동향 1. 형법에 있어서 뇌과학 논쟁의 시작 2. 뇌과학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형법적 통찰 제2절 뇌과학이 가져온 독일 법분야의 변혁 1. 형법에서의 변화 가. 책임 이외의 도그마틱 제도에 대한 효과 나. 개인적 비난가능성으로서 책임의 포기 다. 보안처분법의 대안 2. 형법 이외의 법 분야에서의 변화 제3절 뇌연구의 명제와 요구에 대한 형법적 수용 1.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응들 2. 형법 내부적 전략 가. 형법의 신경과학적 변화 나. 자유에 관한 질문에 판단을 내리지 않는 책임 다. 전통적인 책임이론 라. 뇌연구자들로 부터의 공격에 대한 방어 제4절 형사절차와 뇌과학 1. 의사자유와 형사소송법 2. 뇌영상촬영과 형사소송 가. 판결에 있어서 중요요소인 가벌성·양형·형벌효과에 관한 질문에 대한 판단의 의미 나. 뇌영상촬영과 신뢰성 평가 제4부 뇌과학의 발전과 형법적 패러다임 제1장 뇌과학과 자유의지에 관한 법철학적 쟁점 제1절 문제의 출발 제2절 자유개념의 다양성 1. 개념정의의 어려움 2. 자유는 정도의 문제 제3절 자유의지의 철학적 논의 지형 1. 자유의지 대 결정론 2. 강한 결정론 - “양립은 불가능하다” 3. 결정론과 기계론 4. 자유옹호론 ? “양립은 불가능하다” 5. 칸트의 자율개념 6. 소결 - 양립할 수 있는 길 제4절 자유의지에 관한 뇌과학적 접근의 문제점 1. 리벳 실험의 도전 2. 자유의지에 관한 뇌과학적 접근방법 가. 결정론적 접근 나. 해석적 접근 다. 통합적 접근 3. 칸트에 대한 재고찰 ? 칸트 다시보기 제5절 규범적 자유주의 1. 미시세계와 생활세계 2. 자연주의적 규범성 제6절 법철학에 있어서 자유의지와 책임 1. 자유의지와 책임능력 그리고 통제 2. 유책자를 가려내는 어려움 제2장 뇌과학의 도전에 대한 형법적 대응 제1절 뇌과학의 발전과 형법에의 도전 1. 뇌과학 발전이 가져온 형법적 딜레마 2. 자유의지에 도전한 뇌과학 실험연구에 대한 비판적 재고 가. 의도 내지 행위계획에 대한 고려의 결여 나. 수렴적 조작과 내성보고의 문제 다. 가정의 오류 제2절 뇌과학과 형법적 책임 1. 형법적 맥락에서 뇌과학에 대한 회의 2. 형사책임에 대한 뇌과학의 기여 3. 뇌과학과 형사책임간의 관계가 갖는 함의들 뇌의 비정상성과 책임 나. 뇌의 미성숙과 책임 제3장 뇌과학의 요구에 대한 형사절차적 대응 제1절 재판단계에서의 뇌과학 1. 입증의 문제 가. 입증의 도구로서 뇌과학 나. 법률적 증거로서의 위험성 다. 기준의 확립 2. 양형의 문제 제2절 처우단계에서의 뇌과학의 수용 1. 위험성 평가 2. 처우의 선택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