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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24268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24268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
보고서를 입수한 건 우연이었다. 「성매매 실태 조사 보고서」와 「성 매수 실태 조사 보고서」라는 제목이 붙은, 합해서 1천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보고서였다.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한겨레21』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대한민국 성매매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보고서의 내용을 지면에 실었다. 부족한 부분은 취재로 메웠다. 기사를 통해 한국의 성매매 산업 규모가 무려 6조 6,258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 자료를 최초로 공개했다. 2010년 한국 성인 남성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성매매를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 파장을 낳기도 했다.
당시 기사를 고치고 보강해 책으로 엮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지는 성매매의 실상을 더 상세히 파헤쳤다. 성매매에 연루된 이들의 목소리를 더 충실히 담았다. 기사의 세 배에 가까운 원고가 쌓여 거대한 성 산업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성매매는 단순히 성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방임과 묵인을 넘어 때로는 적극적으로 ‘포주’ 노릇까지 떠안았던 국가, 성매매에 기생해 살을 찌운 지역경제, 성을 도구화하는 데 익숙한 남성 중심적인 성 문화 등이 오늘의 성 산업을 있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 결과 대도시 대로변부터 시골 읍내 구석구석까지, 성매매는 ‘은밀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성매매는 정상이고, 일상이고, 현실이었다|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는 4,699만 건의 성매매가 이루어졌다. 여성 종사자 수는 14만 2,248명으로 추산됐다. 한 해 ‘화대’로 거둬들인 돈은 6조 6,258억 원이었다. 이조차 추정치일 뿐, 조사 기관에 따라 24조 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2년)까지 바라보기도 한다. 평생 성매매를 해 봤다고 답한 남성은 절반(49%)에 육박했다. 미국의 경우 4퍼센트, 성매매가 합법화된 오스트레일리아나 네덜란드조차 16퍼센트 정도였다.
놀라운 건 통계 수치만이 아니다. 보통 성매매는 고립된 지역의 집결지에서 이뤄질 거라 생각하지만 70퍼센트가 넘는 성매매가 우리가 매일 오가는 거리의 룸살롱, 노래방, 다방 등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주거지와 교육 시설을 가리지도 않는다. 서울 강남의 8학군 옆에서 영업을 하는 성매매 업소도 있다. 성을 구매하는 남성도 예상과 달리 20~30대 고학력 화이트칼라가 주종을 이뤘다. 이것이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성매매 업소는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었고, 그것도 우리의 일상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낯설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버젓이 행해지고 있었다.
|거대한 불법은 어떻게 용인되고 있는가?|
“무엇이 이 거대한 불법을 가능하게 하는가?” 책이 던지고 있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얽히고설킨 먹이사슬을 추적하는 것만큼 복잡했다. 1장에는 그 먹이사슬의 역사와 현재를 담았다. 성 산업은 정부의 비호 속에 성장했다. 위안소 운영에서 기생 관광까지, 국가는 겉으로는 성매매를 불법화하면서 군인들의 사기 진작과 외화 벌이를 위해 포주로 나섰다. 저자들이 찾아간 오늘의 강남 테헤란로 풍경이 그 결과를 집약한다. 대검찰청과 강남경찰서를 사이에 두고 성매매 가능 업소가 빼곡히 들어 차 있다. 주변엔 오피스텔, 이?미용실, 24시 음식점과 사채를 포함한 금융업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성매매 업소를 따라 형성된 상권이다. 업소 하나가 흥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성매매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정상적인 경제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2장부터 4장까지는 그 ‘정상적인’ 거래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기 위해 당사자들을 찾았다. 먼저 성 구매자 남성 열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왜곡된 성의식과 죄의식이 혼재돼 있었다. 무엇보다 성매매는 자연스러운 본능의 문제가 아니라 군대, 술, 회식이나 접대 등, 한국 특유의 남성 집단 문화와 연관된 현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성을 파는 사람들은 빚과 생활의 굴레에 묶여 있었다. 업소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빚이 쌓이기 시작한다. 한 달에 1천5백만 원을 번다는 강남 텐프로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선불금이 무효화되면서 그 자리에 제2.3금융권에 해당하는 대부업체가 들어선 현상도 목격됐다. 청소년 성매매의 현실은 더 첨예하고 잔인했다. 대부분 가출과 빈곤 때문에 성매매에 유입됐다. 학교와 집 바깥에는 어떠한 사회 안전망도 없는 현실, 낮아진 진입 장벽 등, 십 대를 성매매로 떠미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은 강력했다.
5장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성매매의 현실을 그렸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여성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성도, 빚이 발목을 잡고, 삼엄한 경비가 물리적으로 옥죄는 인신매매의 피해자였다. 한편, 한국 남성을 고객으로 하는 성매매 업소는 중국, 필리핀,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지역 범죄 조직과 손을 잡고 뿌리 내리고 있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 남성의 성性은 국제 인신매매의 주요 연결고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스스로를 ‘성 노동자’라 부르는 여성들을 만났다.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성 산업의 기형적 팽창을 염려하는 성매매 활동가들의 대담과 나란히 놓았다. 둘의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닮았다. 겹쳐지는 목소리 속에서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라는 대안이 떠올랐다.
|산업화된 성매매, 이제는 말해야 할 때|
성매매 경제 규모는 같은 해 영화 산업의 다섯 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 키스방부터 최근 등장한 ‘귀 청소방’까지, 각종 신.변종 업소들이 주택가와 골목까지 스며들었고 온라인 성매매는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여성 빈곤, 공권력과의 유착, 지역개발 등, 성매매를 둘러싼 현실은 하나같이 첨예하지만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가려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 산업의 전모를 밝힌 책이 나온 것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성매매는 ‘필요악’이라는 주장과 근절되어야 한다는 주장, 자발적 성매매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모든 성매매는 어느 정도 강요된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와중에 성매매는 어쩐지 불편하고 낯선 주제가 되었다. 저자들은 근본적인 접근 이전에 이 복잡다단한 생태계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실천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데, 『은밀한 호황』은 훌륭한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보고서를 입수한 건 우연이었다. 「성매매 실태 조사 보고서」와 「성 매수 실태 조사 보고서」라는 제목이 붙은, 합해서 1천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보고서였다.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한겨레21』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대한민국 성매매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보고서의 내용을 지면에 실었다. 부족한 부분은 취재로 메웠다. 기사를 통해 한국의 성매매 산업 규모가 무려 6조 6,258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 자료를 최초로 공개했다. 2010년 한국 성인 남성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성매매를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 파장을 낳기도 했다.
당시 기사를 고치고 보강해 책으로 엮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지는 성매매의 실상을 더 상세히 파헤쳤다. 성매매에 연루된 이들의 목소리를 더 충실히 담았다. 기사의 세 배에 가까운 원고가 쌓여 거대한 성 산업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성매매는 단순히 성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방임과 묵인을 넘어 때로는 적극적으로 ‘포주’ 노릇까지 떠안았던 국가, 성매매에 기생해 살을 찌운 지역경제, 성을 도구화하는 데 익숙한 남성 중심적인 성 문화 등이 오늘의 성 산업을 있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 결과 대도시 대로변부터 시골 읍내 구석구석까지, 성매매는 ‘은밀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성매매는 정상이고, 일상이고, 현실이었다|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는 4,699만 건의 성매매가 이루어졌다. 여성 종사자 수는 14만 2,248명으로 추산됐다. 한 해 ‘화대’로 거둬들인 돈은 6조 6,258억 원이었다. 이조차 추정치일 뿐, 조사 기관에 따라 24조 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2년)까지 바라보기도 한다. 평생 성매매를 해 봤다고 답한 남성은 절반(49%)에 육박했다. 미국의 경우 4퍼센트, 성매매가 합법화된 오스트레일리아나 네덜란드조차 16퍼센트 정도였다.
놀라운 건 통계 수치만이 아니다. 보통 성매매는 고립된 지역의 집결지에서 이뤄질 거라 생각하지만 70퍼센트가 넘는 성매매가 우리가 매일 오가는 거리의 룸살롱, 노래방, 다방 등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주거지와 교육 시설을 가리지도 않는다. 서울 강남의 8학군 옆에서 영업을 하는 성매매 업소도 있다. 성을 구매하는 남성도 예상과 달리 20~30대 고학력 화이트칼라가 주종을 이뤘다. 이것이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성매매 업소는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었고, 그것도 우리의 일상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낯설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버젓이 행해지고 있었다.
|거대한 불법은 어떻게 용인되고 있는가?|
“무엇이 이 거대한 불법을 가능하게 하는가?” 책이 던지고 있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얽히고설킨 먹이사슬을 추적하는 것만큼 복잡했다. 1장에는 그 먹이사슬의 역사와 현재를 담았다. 성 산업은 정부의 비호 속에 성장했다. 위안소 운영에서 기생 관광까지, 국가는 겉으로는 성매매를 불법화하면서 군인들의 사기 진작과 외화 벌이를 위해 포주로 나섰다. 저자들이 찾아간 오늘의 강남 테헤란로 풍경이 그 결과를 집약한다. 대검찰청과 강남경찰서를 사이에 두고 성매매 가능 업소가 빼곡히 들어 차 있다. 주변엔 오피스텔, 이?미용실, 24시 음식점과 사채를 포함한 금융업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성매매 업소를 따라 형성된 상권이다. 업소 하나가 흥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성매매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정상적인 경제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2장부터 4장까지는 그 ‘정상적인’ 거래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기 위해 당사자들을 찾았다. 먼저 성 구매자 남성 열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왜곡된 성의식과 죄의식이 혼재돼 있었다. 무엇보다 성매매는 자연스러운 본능의 문제가 아니라 군대, 술, 회식이나 접대 등, 한국 특유의 남성 집단 문화와 연관된 현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성을 파는 사람들은 빚과 생활의 굴레에 묶여 있었다. 업소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빚이 쌓이기 시작한다. 한 달에 1천5백만 원을 번다는 강남 텐프로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선불금이 무효화되면서 그 자리에 제2.3금융권에 해당하는 대부업체가 들어선 현상도 목격됐다. 청소년 성매매의 현실은 더 첨예하고 잔인했다. 대부분 가출과 빈곤 때문에 성매매에 유입됐다. 학교와 집 바깥에는 어떠한 사회 안전망도 없는 현실, 낮아진 진입 장벽 등, 십 대를 성매매로 떠미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은 강력했다.
5장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성매매의 현실을 그렸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여성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성도, 빚이 발목을 잡고, 삼엄한 경비가 물리적으로 옥죄는 인신매매의 피해자였다. 한편, 한국 남성을 고객으로 하는 성매매 업소는 중국, 필리핀,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지역 범죄 조직과 손을 잡고 뿌리 내리고 있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국 남성의 성性은 국제 인신매매의 주요 연결고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스스로를 ‘성 노동자’라 부르는 여성들을 만났다.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성 산업의 기형적 팽창을 염려하는 성매매 활동가들의 대담과 나란히 놓았다. 둘의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닮았다. 겹쳐지는 목소리 속에서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라는 대안이 떠올랐다.
|산업화된 성매매, 이제는 말해야 할 때|
성매매 경제 규모는 같은 해 영화 산업의 다섯 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 키스방부터 최근 등장한 ‘귀 청소방’까지, 각종 신.변종 업소들이 주택가와 골목까지 스며들었고 온라인 성매매는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여성 빈곤, 공권력과의 유착, 지역개발 등, 성매매를 둘러싼 현실은 하나같이 첨예하지만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가려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 산업의 전모를 밝힌 책이 나온 것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성매매는 ‘필요악’이라는 주장과 근절되어야 한다는 주장, 자발적 성매매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모든 성매매는 어느 정도 강요된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각을 세우는 와중에 성매매는 어쩐지 불편하고 낯선 주제가 되었다. 저자들은 근본적인 접근 이전에 이 복잡다단한 생태계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성매매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실천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데, 『은밀한 호황』은 훌륭한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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