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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소비자로 키워지는가: 아동과 글로벌 상업시장의 불편한 관계

발행사항
서울: 초록물고기, 2013
형태사항
p378 , 23cm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24371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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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00024371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아이들, 컨슈머 키드(Consumer Kids)!
이들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아이들은 무능력하고 무방비 상태의 소비자인가?
권리와 자율성을 가진 소비자인가?


소비자(Consumer)는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즉,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다. 페스터 파워(아이가 부모를 졸라서 물건을 구매하게 하는 힘, Pester Power)로 아이가 부모를 움직여 물건을 구매하게 했다면 아이도 소비자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사실상 소비자의 연령은 엄마 뱃속부터 무덤까지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소비자로 인정한 것은 최근의 일이며 그나마 그들의 소비자로서의 지위를 상반되게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어커프와 라이허의 책 『납치당하는 아이들』의 서두에는 “부모들이여, 오늘날 당신의 자녀들은 근대 문명의 그 어느 시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물리적, 심리적, 정서적, 윤리적 위험에 빠져있다.”라는 글이 있다. 아이들은 본질적으로 순진하고 무력하며 상업 마케팅과 미디어의 힘을 거부할 수 없는 약자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현혹되고 통제당하며 조작당하고 이용당하며 세뇌당하고 속아 넘어가며 프로그래밍 당하고 낙인찍힐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아이들을 기본적으로 피동적이고 심약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치 ‘수동적인 상업의 먹잇감’, ‘톱니바퀴’ 또는 아커프와 라이너가 말한 마케터들의 ‘봉’이고 ‘손쉬운 사냥감’처럼 말이다.
또 다른 시각으로 마케터들은 마우스를 손에 쥐고 태어난 디지털 세대의 아동을 일종의 권위적 존재로 설정하고 있다. 아동은 적극적이고, 능력이 있으며, ‘미디어에 정통’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아동에 접근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로 취급된다. 트윈스(8~14세)는 스스로 통제하기를 원하며, 자신들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하고, 존중받고 이해받기를 원한다. 그들을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트윈스는 정의하기 힘들고, 빠르게 움직이며, 변덕스럽고, 합당한 가치를 얻는 일에 관해서라면 분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들을 이해하고 사로잡는 일은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대단히 위력적이고 영향력 있는 소비자로 보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아이들은 무능력하고 천진난만한 소비자인가, 스스로 선택·판단이 가능한 현명한 소비자인가?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이분법적 양자선택은 뛰어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아동은 많은 아동운동가들이 상상하는 무력한 피해자도, 마케터들이 떠받드는 자율적이고, ‘박식한’ 소비자도 아니라고 말한다. 소비를 시장과 아동의 이원적 관계로서가 아니라, 부모와 또래와의 관계를 비롯해 일상생활 내에 내재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는 상품의 마케팅, 광고, 구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상품들이 어떻게 차용되고 이용되는지에 관한 문제다. 소비는 결코 모든 것을 결정하는 불가항력의 힘이 아니며, 소비가 아동에게 미치는 ‘효과’는 별개로 평가될 수 없다. 아동은 단순히 성인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구비해야 할 인지 능력을 연마하는, ‘만들어 지고 있는’ 소비자가 아니다. 늘 그랬듯이 아동은 처음부터 소비자였다. 그렇지만 결코 소비자만은 아니다. 오히려 아동 소비자의 다양한 정체성을 포함하여 아동기의 정체성은 시장과 아동 스스로에 의해 능동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을 무력한 존재로 보는 진보적 아동운동가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설적 결과가 있다. 아동을 대변하고 그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아동운동가들은 정작 아이들을 대개 무력한 존재로 상정한다. 반면 아동을 조작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마케터들은 아이들을 위력적인 존재로 간주한다. ‘급진적’으로 인식되는 소비문화 비판론자들은 아동을 순진무구하고 연약하며 외부의 힘에 의해 수동적으로 사회화되며 성인이 소유하고 있는 기량이나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통상적 정의에 의존한다. 반면 마케터들은 아동의 자율성, 능력, 독립성을 강조하고 치켜세운다. 물론 마케터들은 아이들을 단순히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이런 식의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볼 때, 마케터들의 관점은 아동의 순수함과 무력함을 주장하는 보수적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고 아동을 유능한 사회적 개체로 보는 입장을 옹호하는 아동기 사회학과 아동 권리 분야의 최근 흐름에 더 가깝다.

상품이 된 교육으로부터 소비하는 법을 배우다?

불과 30년 전 미취학 아이들은 한글과 기초적인 수학을 집에서 부모로부터(특히, 엄마) 배웠다. 이렇다 할 교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부모가 늘 한가롭게 아이를 끼고 가르쳤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뱃속에서부터 학습되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방문학습지는 엄청나게 성장했고, 그 외의 유아 관련 잡지, 도서, CD 등은 넘쳐난다. 이미 민간 기업이 공교육 안팎을 점령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면 교과서도 민간 기업이 만들고 있으며, 방과 후 프로그램은 민간 교육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런 교육서비스도 상품화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아이들은 은연중에 소비문화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소비자로 인식한 민간 기업에서 교육서비스까지 침투하면서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아동과 시장의 관계는 대개 종교와 세속의 관계처럼 인식되며, 이러한 대립적 사고는 ‘아동의 소비문화’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경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그러한 감상적 입장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아동을 단순히 수동적이거나 무능력한 소비자로 보지 않으며, 광고와 마케팅의 힘에 대한 주장이 대개 터무니없이 과장됐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아동을 하찮은, 물질적 욕망에 굴복하는 존재로 비난하려는 도덕주의적 주장들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분법적 접근법을 넘어서서 아동은 수동적 피해자도 권리 신장된, 자율적인 사회적 행위주체도 아니라고 한다. 소비는 단순히 조작과 통제의 문제도 선택과 자유의 문제도 아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노예’도 아니며, 그렇다고 즐겁게 나름대로의 의미를 창조하는 존재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저자는 양측의 그러한 주장들은 거창한 지식인의 비관주의로 표출되든, 일종의 포스트모던적 희망사항으로 표현되든 안이한 감상주의의 포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양극화를 넘어서 아동 소비문화를 재구성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안이한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해 아동 소비의 이슈를 전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상황별로 소비를 접근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 시장의 성장을 주로 가정생활의 중대한 변화라는 더 포괄적인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아동 소비를 개별적인 차원이 아니라 부모 및 또래, 그리고 더 넓게는 커뮤니티와의 관계 속에 얽혀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아동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자신들의 소비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체성 또는 주관성은 필연적으로 소비문화 속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상업과 비상업적 활동, 또는 소비 행위와 어쨌든 소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상황’의 구분을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사회적, 역사적으로 아동의 소비문화를 보는 스펙트럼을 넓힐 경우, 아동 소비문제는 최근의 일처럼 보이나 소비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아동의 접근성 향상은 지난 몇 세기에 걸친 소비 자본주의의 훨씬 광범위한 역사적 발달의 일부라는 것이다. 시장은 아동기의 신성한 공간을 침해하거나 정복하지 않았으며, 좋든 나쁘든 아동은 상품의 세계에 태어났고, 자본주의 경제에서 아동기는 시장 관계의 바깥에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고집스럽게도 소비가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친밀한 사회 행위 속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것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생활과 분리된 것처럼 말한다.

아동은 소비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는 중산층 특유의 망상!

저자는 아동의 소비문화에 대한 담론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문제는 어른도 아이처럼 상업적 영향과 설득의 동일한 프로세스에 힘없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소비가 사랑과 보살핌, 갈망과 향수의 의미들을 함축하기 때문에 부모는 아동의 소비에 깊이 연루될 수밖에 없으며 아동처럼 성인도 일상적으로 상품으로 권력과 지위를 표시하고, 정서적 안정과 정체성을 발견하며, 더 나아가 권위에 대한 저항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아동 자체가 문제며 아동이 특별하게 ‘위기’에 처해있고, 시장과 관련한 지식과 권력에 대한 그들의 접근성을 규제하는 것이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엘렌 세이터의 주장을 인용하여 아동이 소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개념은 중산층 특유의 망상이며, 그것은 고급 장난감과 교육 서비스의 분야에서 그들만의 전문적 소비 시장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아동 소비에 대한 현시대의 ‘도덕적 공황’―예를 들어 비만 및 ‘성애화’와 관련하여―이 지닌 핵심 문제는 그것이 실제 사회적 문제의 복합성과 까다로움을 간과하게 유도한다는 점이다. 미디어 폭력성에 대한 논쟁과 마찬가지로 다면적 사회 이슈들이 단순한 인과관계의 논리로 귀결되고 있으며, 미디어를 비난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대중의 우려에 대해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손쉬운 방법이 됐다. 이 과정에서 기저에 깔린 원인은 일반적으로 무시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아동 대상 마케팅에 미치는 유해한 효과를 비난하는 것은 일부에게는 처치법이 될 수 있지만, 결국은 피상적이고 잘못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목차
목차 1장 아동 소비자의 정의: 이용인가, 권리의 신장인가? 2장 소비의 이해 3장 소비자 만들기 - 아동의 소비에 관한 이론과 연구 4장 아동 소비의 역사 5장 현대 아동 시장 6장 비만의 공포 - 비만, 먹거리, 그리고 소비 7장 너무 많이, 너무 빨리? - 마케팅, 미디어, 그리고 여아의 성애화 8장 ‘페스터 파워’의 재조명 - 아동, 부모, 그리고 소비 9장 ‘또래 압력’을 넘어서 - 또래 집단에서의 소비와 정체성 10장 시장의 선별 - 아동 텔레비전의 사례 11장 학습을 위한 소비: 소비하는 법을 배우는 것 - 교육이 상품이 되다 12장 물질 사회에서 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