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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우리시대의 명강의 003

궁극의 시학: 스물네 개의 시적 풍경

발행사항
파주: 문학동네, 2013
형태사항
715 p: 삽도, 23cm
서지주기
참고문헌을 포함하고 있음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25717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25717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스물네 편의 시에서 시작된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의 비밀!

완전한 아름다움을 탐한 최고의 미학 경전 『이십사시품』
동아시아 지성인이 꿈꾼 삶과 예술의 지극한 경지를 열어젖히다!


박제가는 말했다.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운 것은 모두 시다.”
시(詩)만 시인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은 모두 시였다. 지난날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우주와 사회와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시를 통해 드러냈다. 그렇다면, 시를 논한 옛사람들의 시학서는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시를 말한 책이 아니다. 시학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미학과 통찰이 모두 집약된 예술과 철학의 총체였다.

여기, 그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시학서인 『이십사시품』(이하 『시품』) 한 권을 통해 전통사회에서 널리 향유했던 스물네 가지 궁극의 아름다움을 모두 보여준 책이 나왔다. 안대회(성균관대·한문학) 교수는 중국 시학 가운데 난해하면서도 대중적이며, 아직까지도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품』을 대상으로 회화와 서예, 인장, 그리고 인생의 문제까지 연결시켜 분석했다. 『시품』은 20세기 중국문학계에서 그 저작자가 누구이고, 어떤 미학을 담았는가를 놓고 가장 시끄러운 논쟁을 불러일으켜 세계적으로 연구의 대상이 된 작품이다. 전문 저작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른다. 그런데 안대회 교수는 『시품』의 본문을 충실히 이해한 바탕 위에서 정선, 반시직, 장부, 제내방 네 명의 화가가 그린 그림을 분석하고, 조선 후기의 가장 저명한 서예가인 이광사, 김정희, 권돈인이 쓴 서예작품을 분석하며, 『시품』의 미학을 중국과 한국의 시에 적용하여 풀이했다. 『시품』 자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단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 주목받는 미학을 해석해냈다.
이렇듯 문화적 시각에서 『시품』이 녹아든 예술작품을 다방면으로 아우르며 분석한 저서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시품』의 고향인 중국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시학을 문학과 회화, 인장, 국제교류, 인간들의 교제와 같은 다양한 예술과 인간사와 융합하여 다룬 시도는 처음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19세기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문화와 미의식을 『시품』의 기준에서 해명한 최초의 책이다.

스물네 편의 시적 풍경으로 완상하는 동아시아 미학의 정수

흐르는 물이 오늘의 모습이라면(流水今日) 밝은 달은 전생의 모습이라네(明月前身)
_『시품』 「세련洗鍊」 중에서

동아시아의 사람들은 『시품』을 사랑했다. 이는 마음속에서 늘 울려 퍼지는 메아리와도 같아서, 선비들은 문득 흥이나 정감이 일어나는 자리만 있으면 어김없이 『시품』의 구절을 운자로 삼아 시를 짓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절대 순수의 경지를 노래한 「세련」의 한 구절은 고결한 인품을 지닌 친구를 그리워할 때 흔히 떠올렸다. 다산의 두 아들 정학연, 정학유가 멀리서 찾아온 초의와 이별할 때 아쉬움을 담아 「세련」을 운자 삼아 시를 주고받은 정경은 『다산송철선증언첩茶山送鐵船贈言帖』에 지금도 남아 있다.
『시품』은 스물네 개의 풍격(風格)을 일종의 시로 표현해 ‘시로 시를 말한’ 시학 텍스트다. 저자는 오랫동안 당나라 말엽의 시인 사공도(司空圖, 837~908)로 알려져 있었으나, 분명치 않다. 『시품』에서 말하는 풍격이란, 직관적이고 상징적인 말로 시와 시인의 전체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것인데 이는 동양의 미학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시품』의 각 풍격은 네 글자 12구 48자로 짜인 운문이며, 원문으로 계산해보면 전체가 겨우 1152자에 지나지 않아 조금 긴 시 한 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짧은 시학에 정선과 신위, 김정희와 조희룡 등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빠져들었다. 그리하여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더 나아가 20세기까지 『시품』은 시인을 포함한 많은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미학으로 각광받았다.
『시품』의 풍격은 예술의 아름다움과 인간 정서의 거의 모든 것을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웅의 장대한 품격을 표현한 ‘웅혼(雄渾)’이 있는가 하면,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풍격으로는 ‘충담(沖淡)’이 있다. 전통시대에 흔히 찾아보기 힘든, 곱고 여성적인 정서를 나타낸 풍격으로 ‘섬농(纖?)’이 있으며, ‘표일(飄逸)’에서는 신선의 풍류도 등장한다. ‘침착(沈著)’과 ‘비개(悲慨)’는 슬픔의 정서를 표현한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시품』의 미학을, 매 장마다 중국과 한국의 시와 산문을 들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컨대 두보가 비장미의 ‘침착’을 구현한 대표적 시인이라면, 신선의 풍모를 노래하는 ‘고고(高古)’는 이백이 가장 잘 보여준다. 까칠하고 도도한 풍모를 지녔던 추사 김정희는 ‘청기(淸奇)’를 애호했고, 허구와 과장을 멀리하며 있는 그대로의 실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했던 다산 정약용은 ‘실경(實境)’의 미학을 높이 샀다.

정선, 반시직, 장부, 제내방, 우창숴, 김정희… 『시품』을 그리고 새기고 쓴 사람들
모든 풍격이 시로 제시된 『시품』은 그 자체로 하나하나가 ‘시적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 때문에 『시품』은 서예와 인장, 그림 등 형상예술에서 특히 즐겨 소재로 삼았다. 이 책에는 정선, 반시직, 장부, 제내방 네 명의 화가가 『시품』을 주제로 그린 화첩을 빠짐없이 수록해 이들 그림을 읽는 독법을 제시했다. 이중 반시직과 장부의 그림은 유난히 『시품』을 사랑했던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명으로 제작된 것이며, 청나라 말엽 제내방이 그린 『시품』 그림은 대부분 풍격에 중국 고사를 연결지어 그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기할 만한 것은, 조선에서도 아주 이른 시기에 『시품』을 그림으로 그린 화보를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곧 정선이 그림을 그리고, 서예가인 이광사(李匡師)가 글씨를 그린 『사공도시품첩司空圖詩品帖』이다.
뿐만 아니라 청나라 말엽의 저명한 전각가인 우창숴(吳昌碩)는 일찍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며 만든 인장에 『시품』 「세련」 구절을 새겼으며, 추사는 「청기」 일부를 서예로 남겼다. 조선의 저명한 서예가인 이광사, 김정희, 권돈인 역시 『시품』 전체를 글씨로 써놓았다. 이렇듯 조선과 청에서 『시품』은 화보로 서첩으로 인보로 그 영역을 넓혀가며 다양한 예술의 경계를 넘어 활용되는 공통의 소재가 되었다.

삶을 예술처럼, 예술을 삶처럼! 아름다움을 살다

떨어지는 꽃잎은 말이 없고(落花無言) 사람은 담백하기가 국화와 같다(人淡如菊)
_『시품』 「전아典雅」 중에서

아름다움이 결국 향해야 할 곳은 인생이었다. 『시품』 풍격은 단지 예술의 소재나 미학 개념으로만 활용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생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시품』 같은 삶을 인생에서 구현하고자 했음은 물론이다.
예컨대 「전아」는 아름다운 선비의 삶을 일관되게 묘사한 것인데, 여기에서 ‘국화 같은 사람’ 또는 ‘국화를 닮은 사람’이란 뜻을 지닌 국인(菊人)과, ‘담백한 사람’이란 뜻의 담인(澹人)이 나왔다. 지난날 선비들은 이 말로 아호를 삼아 국화를 사랑하는 담박한 생활을 실현하고자 했다.

이렇듯 『시품』은 시학으로 동아시아 미학과 철학을 모두 구현한 책이었기에, 『시품』을 이해하지 않고는 감히 동양의 예술과 정서를 논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궁극의 시학』은 『시품』을 통해 당대 시문과 그림과 글씨, 사람들의 인생 태도까지 함께 엮은 우리 시대의 야심찬 인문학 저작이다.

목차
해제_ 『이십사시품』과의 만남 첫번째 풍격_ 웅혼(雄渾) 영웅의 품격 두번째 풍격_ 충담(沖淡) 선비의 담백한 미학 세번째 풍격_ 섬농(纖농) 여인의 향기 네번째 풍격_ 침착(沈著) 내성적이고 비관적인 성향 다섯번째 풍격_ 고고(高古) 높고 예스러움 여섯번째 풍격_ 전아(典雅) 명사의 풍류 일곱번째 풍격_ 세련(洗鍊) 단련하고 정제하라 여덟번째 풍격_ 경건(勁健) 힘이 넘치는 시 아홉번째 풍격_ 기려(綺麗) 화려한 인생의 노래 열번째 풍격_ 자연(自然)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다 열한번째 풍격_ 함축(含蓄) 말하지 않고 말한 시 열두번째 풍격_ 호방(豪放) 신화적 세계에서 노니는 원시의 미학 열세번째 풍격_ 정신(精神) 사물의 핵심을 싱싱하게 표현하다 열네번째 풍격_ 진밀(縝密) 치밀한 구성과 맥락 열다섯번째 풍격_ 소야(疏野) 거칠음과 시골티의 미학 열여섯번째 풍격_ 청기(淸奇) 청결하고 기이함 열일곱번째 풍격_ 위곡(委曲) 파란과 곡절 열여덟번째 풍격_ 실경(實境) 진실과 즉흥의 미학 열아홉번째 풍격_ 비개(悲慨) 비극적 파토스의 미학 스무번째 풍격_ 형용(形容) 세밀하고 정확한 묘사 스물한번째 풍격_ 초예(超詣) 초월을 꿈꾸다 스물두번째 풍격_ 표일(飄逸) 표연히 날다 스물세번째 풍격_ 광달(曠達) 활달하게 살다 스물네번째 풍격_ 유동(流動) 흘러 움직이다 주 주요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