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침묵의 나선: 사람들은 실수보다 고립을 더 두려워한다
- 발행사항
- 서울: 사이, 2016
- 형태사항
- 444 p: 삽도, 23cm
- 서지주기
- 참고문헌과 색인을 포함하고 있음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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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27449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27449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겉으로 표명하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침묵한다.”
--침묵의 나선
천안함 사태와 세월호 참사 후 치러진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와 2015년 영국과 이스라엘 총선은
왜 여론 조사와 전문가의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왔는가?
선거 예측 결과가 이렇게까지 실패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침묵한다.”는 이론이 바로 <침묵의 나선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이다. 1965년 서독 총선에서 선거 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현상을 목격한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이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을 포착했고,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개인이 느끼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고립의 두려움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사회적 본성>인데, 우리는 이 본성을 부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실제로 우리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 “사람들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다수 의견에 공감하는 척하거나 혹은 침묵해 버린다!”
침묵의 나선은 간단히 말하자면, “상대의 견해가 다수 의견에 속한다고 여기면 소수 의견의 사람들은 고립에 대한 공포로 침묵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수 의견은 나선의 바깥쪽으로 돌면서 점점 세가 커지는 반면, 소수 의견은 나선 안쪽으로 돌면서 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진보>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을 때는 <보수>가 침묵하고, 반대로 보수가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을 때는 진보가 침묵한다. 승리를 확신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점점 더 크게 내고 패배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침묵한다. 따라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들의 견해는 실제보다 더 강해 보이고 그 반대 의견은 더 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은 실수하는 것보다 고립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는 토크빌의 말을 인용하면서, 고립의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어떤 의견과 행동양식이 승인되고 승인되지 않는지, 어떤 의견과 행동양식이 강세이거나 약세인지를 끊임없이 살피게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인간에게는 이와 같은 관찰을 가능케 하는 유사 통계학적 감각이 있다고 가정한다. 그 결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거부, 배척, 소외, 고립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견해가 다수 의견에 부합될 때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일 때는 침묵하거나 혹은 승리가 예상되는 편에 동조(밴드왜건 효과)한다는 것이다.
▣ 1965년 서독 총선에서 일어난, 여론과 달리 자민당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한 단 한 곳!
저자는 이 책을 1965년 서독 총선 이야기로 시작한다. 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디 차이트>를 비롯한 독일의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는 사민당의 승리를 확실시했지만, 정작 개표 결과는 기민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때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한 기관이 딱 한 군데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저자가 설립하고 몸담은 알렌스바흐 여론조사 연구소였다. 아주 섬세하게 마련된 조사도구로 꾸준히 유권자들의 여론 동향을 조사 분석해온 알렌스바흐 연구소는 선거 사흘 전에 실제 선거 결과와 매우 유사한 각 당의 득표 예측률을 내놓았다.(21-24쪽)
▣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개인과 타인>, <개인과 다수>의 관계를 분석한 이론!
저자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여론조사 기관인 알렌스바흐(Allensbach) 연구소를 직접 설립하고 세계여론조사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를 역임하고 독일 마안츠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를 역임하기도 한 세계적인 학자다. 그녀는 대표표본에 의한 면담조사 방식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흡연자 앞에서의 흡연 문제>, <낙태 문제>, <양육에서 체벌 문제>, <이혼에 있어서 파탄의 책임을 법으로 물어야 하는가> 등 아직 여론이 한쪽으로 명확하게 형성되지 않은 사회적 이슈들을 이용한 설문조사와 인터뷰, 실험 등 여러 사회과학적 조사도구들을 활용해 타인이 혹은 다수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강하게 어필할 때, 즉 고립의 <위협>이 느껴질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해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로 침묵의 나선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사실과 <고립의 두려움이 침묵의 나선의 동력>이라는 가설을 정확하게 입증해 냈다.(2-3장 참조) 이 결과를 토대로 1972년 도쿄에서 열린 세계심리학회에서 침묵의 나선 이론을 발표했다.
▣ “여론 형성 과정에서의 승리나 패배는 <옳고 그름에 달려 있지 않다>.”
여론 형성 과정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이 이론은 발표 당시부터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현재까지도 <여론 형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유용한 이론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초기에 이 이론은 집단이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 다수의 견해, 여론 등에 대한 개인의 <동조성(conformity)>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동기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 때문에 종종 비판을 받았지만, 인간은 그동안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행동경제학 등이 점점 부각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나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여론조사의 결과를 뒤집는 선거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이 이론의 유용성과 생명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 <여론조사의 시작>, 그러나 아직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여론이라는 개념>
1930년대 중반에 인구의 모집단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대표적 표본에 의한 여론조사 방식이 <193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루스벨트 승리)함으로써 스스로 그 가치를 입증해 보인 이후 여론조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1930년대 초에 표본 설문조사 방법이 등장하면서 여론이라는 용어는 널리 통용되었고 이때부터 여론조사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여론을 측정하는 것은 통상적이면서도 편리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여론이라는 개념은 그 정의가 50여 가지나 될 정도로 아직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으며, 침묵의 나선 현상에 의해 개인들 또한 입을 다물거나 자신의 견해와 상관없이 다수 의견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조사하는 것이 정말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저자는 묻는다.
▣ 천안함 사태 후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 여당의 무난한 승리를 점친 여론조사.
세월호 국면 속에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 야당 우세 여론조사. 그런데 결과는?
가장 최근에 우리나라 선거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이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0년 지방선거, 2014년 지방선거를 둘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발생한 천안함 사태로 당시에는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여론조사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여당의 오세훈 후보와 야당의 한명숙 후보가 맞붙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오 후보가 적게는 12%p, 많게는 20%p넘게 한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접전지역에서 여당은 패했다. 서울시장 또한 오 후보의 여유 있는 승리 예측과는 완전 달리, <47.4% : 46.8%>로 간발의 차이로 오 후보가 승리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당시에는 <천안함 사건>이 사회적 이슈였다. 이 정국에서는 여당 지지층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야당 지지층은 침묵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침묵의 숨은 표>가 상황을 뒤집은 것이다. 특히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자신의 지지 성향을 강하게 밝히거나 침묵 속으로 숨는 경향은 더 강해진다.
<2014년 지방선거>는 이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침묵의 나선이 일어났다. 세월호 정국 속에서 치러진 이 선거는 야당 우세 여론조사가 지속되었으나 실제 투표 결과는 그와는 반대로 나왔다. 천안함 사건이 있었던 2010년과는 반대로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낳은 세월호 참사를 의식한 여당 지지층이 침묵의 나선 속으로 숨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경우 모두 방향은 달랐지만 정확히 침묵의 나선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고, 이 같은 현상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일어났다.
▣ “우리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숨어 있어서 여론조사에 노출되지 않는다?”
“우리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숨어 있어서 여론조사에 노출되지 않는다. 투표함 뚜껑을 열면 다른 결과가 나올 거다.” 이 말은 선거철 여론조사에 밀리는 후보들의 단골 멘트다. 이는 정치적 성향 공개를 꺼리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과정에서는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길 거부하다가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투표장에서는 본심을 드러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거 때마다 통용되는 이 전제는 바로 <침묵의 나선 이론>에 근거한다.
▣ 침묵의 나선은 전 세계적인 현상: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2015년 이스라엘과 영국 총선, 그리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2015년 이스라엘과 영국 총선도 여론조사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2014년 9월 18일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역시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부결됐다. 또한 <2015년 3월 17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도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르당은 선거 직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야권에 한참 뒤졌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 리쿠르당의 압승이었다. <2015년 5월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의 경우도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직전까지도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나왔는데 결과는 보수당의 압승이었다. 한참 과거로 올라가자면,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흑인 후보 톰 브래들리가 백인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이는 일부 백인들이 인종적 편견을 숨기기 위해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는 침묵하거나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또한 침묵의 나선 현상이다.
▣ 숨은 표로 인한 <막판 뒤집기> 현상, <밴드왜건 효과>, 그리고 <동조>에 대한 압력
선거에서 숨은 표로 인한 <막판 뒤집기 현상last minute swing>이 일어나는 이유는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숨은 표심은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여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론조사에서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혹은 여론의 분위기를 따라 승리가 예상되는 후보자에게 표를 던짐으로써 선거 결과를 뒤집는다. 후자의 경우는 승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현상의 이유는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가라고, 다수의 견해를 따르라는 <동조에 대한 압박>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수에 대한 동조성>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인데 이를 두고 “인간의 이성은, 인간 그 자신이 그렇듯이, 혼자 남겨질 때 더 소심하고 조심성이 있다. 그리고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의 숫자>에 비례해 단호함과 자신감을 얻는다.”라는 말로 설명한다. 또한 사회적 본성이 표출된 것으로 여겨지는, 익명의 대중과의 관계에서 개인이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정도에 대해서는 <한국인>을 조사했는데 그 내용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380쪽)
▣ “그렇다면 여론조사로 얻어진 결과들을 정말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회적 고립>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는 한, 여론은 결코 <이성적 사고>의 결과가 될 수 없으며 또한 <합리성>과도 동일시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20세기 후반에 하버마스, 푸코, 부르디외 등 세 사람의 이론은 모두 여론 형성 과정은 <합리적인 과정>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저자는 이에 반대하며 오히려 여론은 다수에게 <사회적 통제>의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으며 <사회 통합적 압력>을 더 많이 행사한다고 지적한다.
▣ 고립의 두려움에 대한 솔로몬 애시의 각국의 <동조성 실험>에 대하여(3장 80쪽 참조)
-- 다수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의 의견에 동조한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 그것이 우리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솔로몬 애시는 1950년대 초에 미국인을 대상으로 유명한 실험을 했다. 기준선 역할을 하는 하나의 직선과 비교선 역할을 하는 세 개의 직선을 함께 보여주면서 기준선과 길이가 같은 선을 고르라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모두 기준선보다 짧은 직선을 고를 때 나머지 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를 실험했다. 참가자 중에 2명은 자기 판단을 단호히 고수했고, 나머지 8명 중 2명은 열 번의 반복 과정에서 단 한 번 혹은 두 번 집단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 외 6명은 분명 다수가 선택한 것이 잘못된 것임에도 그들의 의견에 동조한 횟수가 훨씬 많았다. 이는 고립의 두려움은 실제로 존재하며, 집단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고립의 공포 때문에 다수에 따라가게 됨을 의미한다.
▣ 프랑스 국민의 60%, 노르웨이 국민의 80%가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다수의 견해에 동조
스탠리 밀그램은 이 실험을 형태를 약간 달리해서 국민들이 극히 개인주의적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프랑스>와, 국민들이 응집력이 높고 유대감이 강하다고 알려진 <노르웨이>에서도 실행해 보았다. 실험 결과 노르웨이인들 중에는 80퍼센트, 개인주의가 강한 프랑스인들 중에서도 60퍼센트가 거의 항상 다수의 견해에 동조했다. 즉 <동조성>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솔로몬 애시와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은 고립을 두려워하는 정도는 각 사회마다 다르지만, <동조의 압박>이 전혀 없는 사회는 없으며 그 압박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 침묵의 나선을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 알렉시스 드 토크빌! (33쪽, 8장)
토크빌은 침묵의 나선이 작동하는 것을 명확히 관찰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는 18세기 중반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 교회의 쇠퇴에 대해,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종교에 대한 경멸이 마치 유행처럼 번져간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보았고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침묵의 경향을 보았던 것이다.
“교회의 교리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 고립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자기 홀로 충성하게 될 것을 걱정하여 자기도 다수와 똑같이 느낀다고 말하게 되었다.”
▣ 침묵의 나선은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가?
침묵의 나선이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임이 증명되었다면, 이제 그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침묵의 나선은 다음과 같은 4단계를 거치면서 일어난다.
첫째, 사회는 다수 의견에서 일탈한 개인들에게 <고립의 위협>을 가한다.
둘째, 개인들은 시시때때로 <고립의 두려움>을 느낀다.
셋째, 이 두려움 때문에 개인들은 <주변의 분위기>를 끊임없이 살피려 애쓴다.
넷째, 이 결과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지 침묵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자, 그렇다면 고립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침묵하거나 다수 의견에 동조해야 한다. 여기에 바로, 여론의 함정이 있다.
▣ 그렇다면, 개인은 <무엇이 다수의 의견인지>를 어떻게 알아채는가?
-- 미세한 <분위기의 변화>를 감지해 내는 인간의 능력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주변의 의견, 여론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 말하면서, 인간은 태생적으로 <주변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본능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대중으로부터 고립되지 않기 위해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고 타인의 반응을 살핀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당신은 어느 당을 지지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당신은 어느 당이 승리하리라고 예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서로 다르게 나오는 것은 우리에게 미세한 여론의 동향, 여론의 추이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우리는 왜 자신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에 더 신경>을 쓸까? (8장 165쪽)
토크빌은 “<평등>이 우리로 하여금 다수의 의견에 집착하게 만든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평등하고 삶의 조건이 비슷한 상태에 수렴할수록 개개인은 특정한 계층이나 특정인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게 된다. 오히려 그럴수록 다수를 신뢰하는 마음은 더 늘고,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여왕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된다. …… 평등의 시대에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않는데 그것은 그들이 갖는 보편적 유사성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서로 별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대중의 판단>에 대한 거의 무한한 확신을 준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가 동일한 판단의 수단을 부여받는다면 <숫자가 늘어날수록 진리의 위대성도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이다.” --169-170쪽(토크빌)
이 책의 저자는 토크빌의 이와 같은 견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등의 수준이 높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다수의 의견을 추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최선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의지할 만한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기댈 만한 계층적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실증적 관찰조사라는 수단을 통해서 그러한 압력이 수적인 다수로부터 생겨난다기보다는,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신념이 옳다는 확신을 적극적으로 내보이고 다른 한쪽은 고립의 두려움으로 움츠러드는 상황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255쪽(이 책의 저자)
▣ 우리는 그 누구도 <사회적 나병환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끝으로 저자는 1979년 10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더 데레사 수녀의 다음과 같은 성명을 인용하면서 우리의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회적 본성>에 대해 얘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아니고 폐결핵도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모두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느낌입니다.”
경멸의 대상이 되고 쫓겨난다는 것. 그것은 나병환자의 저주다. 사람은 육체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정서적 관계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나병환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좀 더 여론을 잘 이해하게 될수록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 대한 이해도 향상된다. 사회적 나병환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동조에 대한 모든 압력을 견뎌내라고, 대중과 함께 가자는 모든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37쪽)
--침묵의 나선
천안함 사태와 세월호 참사 후 치러진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와 2015년 영국과 이스라엘 총선은
왜 여론 조사와 전문가의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왔는가?
선거 예측 결과가 이렇게까지 실패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침묵한다.”는 이론이 바로 <침묵의 나선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이다. 1965년 서독 총선에서 선거 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현상을 목격한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이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을 포착했고,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개인이 느끼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고립의 두려움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사회적 본성>인데, 우리는 이 본성을 부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실제로 우리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 “사람들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다수 의견에 공감하는 척하거나 혹은 침묵해 버린다!”
침묵의 나선은 간단히 말하자면, “상대의 견해가 다수 의견에 속한다고 여기면 소수 의견의 사람들은 고립에 대한 공포로 침묵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수 의견은 나선의 바깥쪽으로 돌면서 점점 세가 커지는 반면, 소수 의견은 나선 안쪽으로 돌면서 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진보>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을 때는 <보수>가 침묵하고, 반대로 보수가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을 때는 진보가 침묵한다. 승리를 확신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점점 더 크게 내고 패배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침묵한다. 따라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들의 견해는 실제보다 더 강해 보이고 그 반대 의견은 더 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은 실수하는 것보다 고립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는 토크빌의 말을 인용하면서, 고립의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어떤 의견과 행동양식이 승인되고 승인되지 않는지, 어떤 의견과 행동양식이 강세이거나 약세인지를 끊임없이 살피게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인간에게는 이와 같은 관찰을 가능케 하는 유사 통계학적 감각이 있다고 가정한다. 그 결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거부, 배척, 소외, 고립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견해가 다수 의견에 부합될 때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일 때는 침묵하거나 혹은 승리가 예상되는 편에 동조(밴드왜건 효과)한다는 것이다.
▣ 1965년 서독 총선에서 일어난, 여론과 달리 자민당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한 단 한 곳!
저자는 이 책을 1965년 서독 총선 이야기로 시작한다. 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디 차이트>를 비롯한 독일의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는 사민당의 승리를 확실시했지만, 정작 개표 결과는 기민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때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한 기관이 딱 한 군데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저자가 설립하고 몸담은 알렌스바흐 여론조사 연구소였다. 아주 섬세하게 마련된 조사도구로 꾸준히 유권자들의 여론 동향을 조사 분석해온 알렌스바흐 연구소는 선거 사흘 전에 실제 선거 결과와 매우 유사한 각 당의 득표 예측률을 내놓았다.(21-24쪽)
▣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개인과 타인>, <개인과 다수>의 관계를 분석한 이론!
저자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여론조사 기관인 알렌스바흐(Allensbach) 연구소를 직접 설립하고 세계여론조사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를 역임하고 독일 마안츠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를 역임하기도 한 세계적인 학자다. 그녀는 대표표본에 의한 면담조사 방식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흡연자 앞에서의 흡연 문제>, <낙태 문제>, <양육에서 체벌 문제>, <이혼에 있어서 파탄의 책임을 법으로 물어야 하는가> 등 아직 여론이 한쪽으로 명확하게 형성되지 않은 사회적 이슈들을 이용한 설문조사와 인터뷰, 실험 등 여러 사회과학적 조사도구들을 활용해 타인이 혹은 다수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강하게 어필할 때, 즉 고립의 <위협>이 느껴질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해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로 침묵의 나선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사실과 <고립의 두려움이 침묵의 나선의 동력>이라는 가설을 정확하게 입증해 냈다.(2-3장 참조) 이 결과를 토대로 1972년 도쿄에서 열린 세계심리학회에서 침묵의 나선 이론을 발표했다.
▣ “여론 형성 과정에서의 승리나 패배는 <옳고 그름에 달려 있지 않다>.”
여론 형성 과정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이 이론은 발표 당시부터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현재까지도 <여론 형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유용한 이론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초기에 이 이론은 집단이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 다수의 견해, 여론 등에 대한 개인의 <동조성(conformity)>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동기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 때문에 종종 비판을 받았지만, 인간은 그동안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행동경제학 등이 점점 부각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나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여론조사의 결과를 뒤집는 선거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이 이론의 유용성과 생명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 <여론조사의 시작>, 그러나 아직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여론이라는 개념>
1930년대 중반에 인구의 모집단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대표적 표본에 의한 여론조사 방식이 <193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루스벨트 승리)함으로써 스스로 그 가치를 입증해 보인 이후 여론조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1930년대 초에 표본 설문조사 방법이 등장하면서 여론이라는 용어는 널리 통용되었고 이때부터 여론조사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여론을 측정하는 것은 통상적이면서도 편리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여론이라는 개념은 그 정의가 50여 가지나 될 정도로 아직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으며, 침묵의 나선 현상에 의해 개인들 또한 입을 다물거나 자신의 견해와 상관없이 다수 의견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조사하는 것이 정말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저자는 묻는다.
▣ 천안함 사태 후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 여당의 무난한 승리를 점친 여론조사.
세월호 국면 속에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 야당 우세 여론조사. 그런데 결과는?
가장 최근에 우리나라 선거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이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0년 지방선거, 2014년 지방선거를 둘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발생한 천안함 사태로 당시에는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여론조사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여당의 오세훈 후보와 야당의 한명숙 후보가 맞붙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오 후보가 적게는 12%p, 많게는 20%p넘게 한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접전지역에서 여당은 패했다. 서울시장 또한 오 후보의 여유 있는 승리 예측과는 완전 달리, <47.4% : 46.8%>로 간발의 차이로 오 후보가 승리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당시에는 <천안함 사건>이 사회적 이슈였다. 이 정국에서는 여당 지지층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야당 지지층은 침묵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침묵의 숨은 표>가 상황을 뒤집은 것이다. 특히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자신의 지지 성향을 강하게 밝히거나 침묵 속으로 숨는 경향은 더 강해진다.
<2014년 지방선거>는 이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침묵의 나선이 일어났다. 세월호 정국 속에서 치러진 이 선거는 야당 우세 여론조사가 지속되었으나 실제 투표 결과는 그와는 반대로 나왔다. 천안함 사건이 있었던 2010년과는 반대로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낳은 세월호 참사를 의식한 여당 지지층이 침묵의 나선 속으로 숨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경우 모두 방향은 달랐지만 정확히 침묵의 나선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고, 이 같은 현상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일어났다.
▣ “우리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숨어 있어서 여론조사에 노출되지 않는다?”
“우리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숨어 있어서 여론조사에 노출되지 않는다. 투표함 뚜껑을 열면 다른 결과가 나올 거다.” 이 말은 선거철 여론조사에 밀리는 후보들의 단골 멘트다. 이는 정치적 성향 공개를 꺼리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과정에서는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길 거부하다가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투표장에서는 본심을 드러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거 때마다 통용되는 이 전제는 바로 <침묵의 나선 이론>에 근거한다.
▣ 침묵의 나선은 전 세계적인 현상: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2015년 이스라엘과 영국 총선, 그리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2015년 이스라엘과 영국 총선도 여론조사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2014년 9월 18일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역시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부결됐다. 또한 <2015년 3월 17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도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르당은 선거 직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야권에 한참 뒤졌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 리쿠르당의 압승이었다. <2015년 5월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의 경우도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직전까지도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나왔는데 결과는 보수당의 압승이었다. 한참 과거로 올라가자면,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흑인 후보 톰 브래들리가 백인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이는 일부 백인들이 인종적 편견을 숨기기 위해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는 침묵하거나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또한 침묵의 나선 현상이다.
▣ 숨은 표로 인한 <막판 뒤집기> 현상, <밴드왜건 효과>, 그리고 <동조>에 대한 압력
선거에서 숨은 표로 인한 <막판 뒤집기 현상last minute swing>이 일어나는 이유는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숨은 표심은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여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론조사에서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혹은 여론의 분위기를 따라 승리가 예상되는 후보자에게 표를 던짐으로써 선거 결과를 뒤집는다. 후자의 경우는 승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현상의 이유는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가라고, 다수의 견해를 따르라는 <동조에 대한 압박>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수에 대한 동조성>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인데 이를 두고 “인간의 이성은, 인간 그 자신이 그렇듯이, 혼자 남겨질 때 더 소심하고 조심성이 있다. 그리고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의 숫자>에 비례해 단호함과 자신감을 얻는다.”라는 말로 설명한다. 또한 사회적 본성이 표출된 것으로 여겨지는, 익명의 대중과의 관계에서 개인이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정도에 대해서는 <한국인>을 조사했는데 그 내용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380쪽)
▣ “그렇다면 여론조사로 얻어진 결과들을 정말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회적 고립>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는 한, 여론은 결코 <이성적 사고>의 결과가 될 수 없으며 또한 <합리성>과도 동일시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20세기 후반에 하버마스, 푸코, 부르디외 등 세 사람의 이론은 모두 여론 형성 과정은 <합리적인 과정>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저자는 이에 반대하며 오히려 여론은 다수에게 <사회적 통제>의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으며 <사회 통합적 압력>을 더 많이 행사한다고 지적한다.
▣ 고립의 두려움에 대한 솔로몬 애시의 각국의 <동조성 실험>에 대하여(3장 80쪽 참조)
-- 다수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의 의견에 동조한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 그것이 우리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솔로몬 애시는 1950년대 초에 미국인을 대상으로 유명한 실험을 했다. 기준선 역할을 하는 하나의 직선과 비교선 역할을 하는 세 개의 직선을 함께 보여주면서 기준선과 길이가 같은 선을 고르라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모두 기준선보다 짧은 직선을 고를 때 나머지 한 사람은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를 실험했다. 참가자 중에 2명은 자기 판단을 단호히 고수했고, 나머지 8명 중 2명은 열 번의 반복 과정에서 단 한 번 혹은 두 번 집단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 외 6명은 분명 다수가 선택한 것이 잘못된 것임에도 그들의 의견에 동조한 횟수가 훨씬 많았다. 이는 고립의 두려움은 실제로 존재하며, 집단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고립의 공포 때문에 다수에 따라가게 됨을 의미한다.
▣ 프랑스 국민의 60%, 노르웨이 국민의 80%가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다수의 견해에 동조
스탠리 밀그램은 이 실험을 형태를 약간 달리해서 국민들이 극히 개인주의적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프랑스>와, 국민들이 응집력이 높고 유대감이 강하다고 알려진 <노르웨이>에서도 실행해 보았다. 실험 결과 노르웨이인들 중에는 80퍼센트, 개인주의가 강한 프랑스인들 중에서도 60퍼센트가 거의 항상 다수의 견해에 동조했다. 즉 <동조성>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솔로몬 애시와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은 고립을 두려워하는 정도는 각 사회마다 다르지만, <동조의 압박>이 전혀 없는 사회는 없으며 그 압박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 침묵의 나선을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 알렉시스 드 토크빌! (33쪽, 8장)
토크빌은 침묵의 나선이 작동하는 것을 명확히 관찰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는 18세기 중반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 교회의 쇠퇴에 대해,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종교에 대한 경멸이 마치 유행처럼 번져간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보았고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침묵의 경향을 보았던 것이다.
“교회의 교리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 고립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자기 홀로 충성하게 될 것을 걱정하여 자기도 다수와 똑같이 느낀다고 말하게 되었다.”
▣ 침묵의 나선은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가?
침묵의 나선이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임이 증명되었다면, 이제 그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침묵의 나선은 다음과 같은 4단계를 거치면서 일어난다.
첫째, 사회는 다수 의견에서 일탈한 개인들에게 <고립의 위협>을 가한다.
둘째, 개인들은 시시때때로 <고립의 두려움>을 느낀다.
셋째, 이 두려움 때문에 개인들은 <주변의 분위기>를 끊임없이 살피려 애쓴다.
넷째, 이 결과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지 침묵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자, 그렇다면 고립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침묵하거나 다수 의견에 동조해야 한다. 여기에 바로, 여론의 함정이 있다.
▣ 그렇다면, 개인은 <무엇이 다수의 의견인지>를 어떻게 알아채는가?
-- 미세한 <분위기의 변화>를 감지해 내는 인간의 능력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주변의 의견, 여론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 말하면서, 인간은 태생적으로 <주변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본능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대중으로부터 고립되지 않기 위해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고 타인의 반응을 살핀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당신은 어느 당을 지지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당신은 어느 당이 승리하리라고 예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서로 다르게 나오는 것은 우리에게 미세한 여론의 동향, 여론의 추이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우리는 왜 자신의 의견보다 <다수의 의견에 더 신경>을 쓸까? (8장 165쪽)
토크빌은 “<평등>이 우리로 하여금 다수의 의견에 집착하게 만든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평등하고 삶의 조건이 비슷한 상태에 수렴할수록 개개인은 특정한 계층이나 특정인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게 된다. 오히려 그럴수록 다수를 신뢰하는 마음은 더 늘고,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여왕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된다. …… 평등의 시대에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않는데 그것은 그들이 갖는 보편적 유사성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서로 별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대중의 판단>에 대한 거의 무한한 확신을 준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가 동일한 판단의 수단을 부여받는다면 <숫자가 늘어날수록 진리의 위대성도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이다.” --169-170쪽(토크빌)
이 책의 저자는 토크빌의 이와 같은 견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등의 수준이 높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다수의 의견을 추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최선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의지할 만한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기댈 만한 계층적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실증적 관찰조사라는 수단을 통해서 그러한 압력이 수적인 다수로부터 생겨난다기보다는,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신념이 옳다는 확신을 적극적으로 내보이고 다른 한쪽은 고립의 두려움으로 움츠러드는 상황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255쪽(이 책의 저자)
▣ 우리는 그 누구도 <사회적 나병환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끝으로 저자는 1979년 10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더 데레사 수녀의 다음과 같은 성명을 인용하면서 우리의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회적 본성>에 대해 얘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아니고 폐결핵도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모두에게서 버림받았다는 느낌입니다.”
경멸의 대상이 되고 쫓겨난다는 것. 그것은 나병환자의 저주다. 사람은 육체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정서적 관계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나병환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좀 더 여론을 잘 이해하게 될수록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 대한 이해도 향상된다. 사회적 나병환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동조에 대한 모든 압력을 견뎌내라고, 대중과 함께 가자는 모든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37쪽)
목차
제2판 서문: 개인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힘
제1판 서문: “사람들은 실수보다 고립을 더 두려워한다.”
이상한 사내, 백작과 백작부인, 그리고 마을 사람들 | 사람들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여론에 동조하거나 침묵해 버린다 | 우리는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지 않다
1. 침묵의 가설
2. 조사 연구의 도구를 이용한 실험
3. 동기로 작용하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
4. 여론, 그것은 무엇인가?
5. 여론이라는 법: 존 로크
6. 정부는 여론에 의지한다: 데이비드 흄, 제임스 매디슨
7. 여론이란 용어의 첫 사용: 장 자크 루소
8. 폭정을 휘두르는 여론: 알렉시스 드 토크빌
9. 사회적 통제라는 개념이 형성되고, 여론이라는 개념은 해체되다
10. 늑대들의 울부짖는 합창
11. 아프리카와 태평양 섬 부족들 사이에서의 여론
12. 바스티유 감옥 습격: 여론과 군중심리
13. 유행은 여론이다
14. 형틀 씌우기
15. 법과 여론
16. 여론은 통합을 만들어 낸다
17. 전위파, 이단자, 아웃사이더: 여론에 대한 도전
18. 여론을 전파하는 매개체로서의 고정관념: 월터 리프먼
19. 여론이 이슈를 선정한다: 니클라스 루만
20. 언론인의 특권: 대중적 관심 부여하기
21. 여론에는 두 개의 출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대중매체다
22. 이중적 여론 분위기
23. 발화 기능: 미디어가 관점을 대변해 주지 않으면 사실상 벙어리가 되어버
24. 백성의 소리는 곧 신의 소리
25. 새로운 발견
26. 여론 이론에 대하여
27. 여론의 현재적 기능과 잠재적 기능
후기 대중의 불승인에 대한 두려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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