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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28905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28905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모든 책이 사라졌다, 사라졌다, 사라졌다
비통함과 재 냄새로 가득 찬 서고 여행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화재이자 손실을 입은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의 참사를 추적하다
『워싱턴포스트』가 ‘국보’라고 일컬은 논픽션의 대가 수전 올리언이
도서관 최대 수수께끼를 파고 들어가는 탁월한 탐구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전미 베스트셀러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2018년 올해의 책
★리스 위더스푼 헬로 선샤인 북클럽 추천작
★시카고공립도서관 최고의 책
1986년 4월 29일 아침,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놀라서 소지품을 챙기고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안에 있던 400여 명의 사서와 이용객들은 ‘또 시끄럽게 울리네’라며 귀찮아하는 기색이었다. 어차피 다시 들어올 거니 소지품도 그대로 둔 채 나갔고, 도서관은 8분 만에 비워졌다. 다들 밖에서 다시 들어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냥 하나에서 시작됐을지 모르는 이 대화재는 소방관들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틈을 타 전력질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40만 권의 책을 한 줌의 재로 남겼으며, 70만 권의 책을 훼손시켰다. 그곳에 남겨진 것은 비통함과 재 냄새뿐이었따.
역대 최대 공공도서관 화재 사건인 이 일은 그러나 신문과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았고, 책 애호가들조차 이런 일을 모른 채 지나갔다. 책 애호가 수전 올리언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30년 뒤 이 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누군가 일부러 도서관에 불을 지른 걸까? 그는 과연 누구일까?
수전은 도서관과 사서들의 이야기를 지금껏 누구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도서관의 연대기와 화재, 그 여파가 기록되는 가운데 독자들은 진화하는 유기체로서의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덤 속으로 들어간 사서들과 현재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사서들, 수많은 이용객이 우리에게 책과 도서관에 얽힌 삶을 들려준다. 위트와 통찰력, 연민에 바탕을 둔 심도 있는 조사력으로 이 책은 도서관이 왜 우리 마음과 정신, 영혼의 본질적 부분으로 남았는지 입증할 것이다.
도서관이 한 줌의 재가 된 날
연기탐지기가 울리기 시작하자, 건물을 빠져나온 400명의 사람들은 도서관 밖 보도에 모여 상황이 수습되기를 기다렸다. 낡은 경보 시스템 탓에 자주 화재경보가 울렸기 때문에 누구도 별것 아닌 듯 여겼다. 하지만 옅은 보랏빛을 띠던 연기는 회색으로 짙어지더니 시커멓게 변했다. 책 표지들은 팝콘처럼 팡팡 터지고 페이지에는 불이 붙어 날아다녔다. 뜨거운 공기가 벽을 적시고, 열기로 콘크리트 조각이 녹아 사방으로 튀었다.
동북쪽 서가에 있던 책들은 부스러기와 재, 가루가 되어버렸고 새까맣게 탄 페이지들은 1피트 높이로 쌓였다. 마지막 남은 불길이 펄럭이고 소용돌이치다 가라앉았고 마침내 사라졌다. 불이 꺼지기까지 산소통 1400개, 구조 커버 1만3440제곱피트, 플라스틱 시트 2에이커, 톱밥 90더미, 물 300만 갤런 이상, 로스앤젤레스시 소방인력과 장비의 대부분이 소요되었다. 1986년 4월 29일 오후 6시 30분, 도서관에 난 불이 마침내 “진압”되었다고 공표되었다. 7시간 38분 동안 맹위를 떨친 뒤였다.
잃은 것들의 목록은 이렇다. 프랑스의 판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실린 1860년도판 『돈키호테』. 성경, 기독교, 교회사에 관한 모든 책. 인물 H에서 K까지의 모든 전기. 미국과 영국의 모든 희곡. 모든 셰익스피어. 컴퓨터,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의학, 지진학. 공학, 금속공학과 관련된 책 9000권, 과학부의 제본되지 않은 모든 원고.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1500년대에 쓴 책. 도면과 설명서가 첨부된 1799년부터의 미국 특허 목록 550만 개, 비슷한 시기부터의 캐나다 특허 자료. 저자 A부터 L까지의 문학작품 5만5000권. 최초의 현대 영어 완역본인 1635년도 커버데일 성경. 수십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제인 항공 연감. 경영서 9000권, 잡지 6000권. 사회과학서 1만8000권, 1896년에 나온 패니 파머의 『보스턴 요리학교 요리책』 초판, 팝콘 레시피책 6권을 포함한 요리책 1만2000권. 물에 닿으면 끈적끈적한 곤죽이 돼버리는 유광지에 인쇄된 예술 간행물과 예술서적 전부. 조류학 도서 전부. 도서관이 소장했던 마이크로필름의 4분의 3. 물에 젖자 떨어져버린 사진 2만 장의 정보 라벨. 불탄 구역에 어쩌다 잘못 꽂혀 있던 모든 책. 불타거나 훼손된 책의 수는 일반적인 도서관 분관 15개의 소장 도서를 전부 합친 것과 맞먹었다. 미국 역사상 공공도서관이 입은 최대의 손실이었다.
금발의 해리 피크, 그가 방화범일까
수전 올리언은 우선 도서관의 유력 방화범으로 지목되었던 해리 피크를 조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해리가 정말 도서관에 불을 질렀는지, 만약 그랬다면 이유가 뭔지, 죄가 없다면 어쩌다 기소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취재에 들어갔더니,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수전은 그의 누나, 애인, 그와 가까웠던 성직자, 친구들,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해리라는 인물의 몽타주를 그려간다.
이 책에는 해리 피크의 성장 과정과 가정환경, 연애 경험, 성격적 특성 등은 물론이고 도서관 화재 당일 그의 행적 또한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해리는 화재가 일어난 아침에 도서관에 있었고 심지어 친구에게 자기가 방화범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그가 평소대로 허풍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사 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사서 여러 명도 해리가 사서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에 갑자기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한 노파는 화재 때 해리와 자신이 부딪쳤다고 말해 그가 현장에 있었음을 증언했다. 결국 해리는 수사 선상에 올라 체포되었다. 하지만 해리를 범인으로 붙잡아둘 만한 법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무엇이든 입증할 만한 것은 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고, 사건 당일 방화 지점조차 확정지을 수 없었다.
그래도 비밀을 풀고 싶었던 저자는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사건에 매달리며,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 그러면서 잠깐 주목을 끌고 시야에서 사라졌던 ‘해리 피크 사건’을 전면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서가에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화재를 조사하면서 만난 인물들의 도서관에서의 삶은 이 책의 커다란 기둥이 된다. 저자는 화재 당시 근무 중이던 사서들과 경비, 진압 작전에 투입되었던 소방관과 이후 도서관 재건에 힘을 실어주었던 기업가 등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사건 이면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또한 개관 당시부터 도서관을 지킨 역대 사서와 경영진들의 삶은 독자에게 도서관의 진화하는 모습을 펼쳐놓는다.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은 1873년 1월에 문을 열었다. 회비가 비싸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고 규칙은 엄격했다. 여성들은 ‘숙녀용 열람실’에서 선별된 잡지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출입도 금지되었다. 이런 시기에 폐쇄적인 도서관 문화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서 메리 포이, 다양한 책을 도서관에 들여놓다 악마와 바람이 났다며 구설수에 오른 테사 켈소,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 소송에 휘말린 도서관장 메리 존스, 과학 서적에 독극물 경고 도장을 찍어 분류한 찰스 러미스 등이 무덤 속에서 살아나 도서관의 연대기를 풀어나간다.
특히 워런은 역대 도서관 운영자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독서가였다. 그녀는 사서들의 가장 큰 한 가지 책무가 열심히 책을 읽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사서들이 독서 행위 자체를 좋아하길 바랐다. 1935년에 도서관협회에서 한 연설에서 “사서들은 술꾼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새가 노래하는 것처럼, 고양이가 잠을 자는 것처럼, 혹은 개가 산책을 가자는 말에 반응하는 것처럼 책을 읽어야 한다. 사서로서의 양심이나 훈련 때문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어떤 일보다 책 읽는 것을 택할 것이기 때문에”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도서관의 보안 책임자인 데이비드 아귀레의 독자들 목격담도 흥미롭다. 아귀레는 매주 약 100건의 문제들에 직면하는데, 소지품 도난, 컴퓨터 이용 제한 시간을 너무 많이 오버하는 사람, 심지어 도서관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들까지 발견한다. 그중 아귀레가 가장 곤란해하는 문제는, 도서관에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냄새가 난다고 말해야 할 때다. 공공도서관은 노숙인을 품어야 하기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지만, 다른 이용객들이 ‘냄새’를 불쾌하게 여기면 보안 담당자가 그들의 불평을 대신 전해야 해서 괴롭다. “냄새 난다는 말이 얼마나 모욕으로 들릴지 알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씩 그 말을 해야 한다.”
책을 복원하자 도서관이 부활했다
화재 소식이 도시 여기저기로 퍼지면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들었다. 불에 그을린 채 물에 젖은 70여 만 권의 책을 냉동고로 옮겨 복구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사흘간 밤낮으로 일했다. 연기 자욱한 건물 안에서 문밖까지 손에서 손으로 책을 전해 날랐다. 저자는 이 긴급한 순간을 “로스앤젤레스 시민들로 살아 있는 도서관을 이룬 것 같았다”고 묘사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공유된 지식을 보호하고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는 의미였으며 이는 도서관이 매일 하는 일이기도 했다.
화염 속에서 살아남은 책들은 상자 5만 개에 담겨 영하 56도의 식품창고로 보내졌다. 그리고 2년 뒤 해동, 건조, 소독을 하고 보수하여 다시 제본할 준비를 마쳤다. 시는 책을 살릴 자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이 화마에 사라지고 7년 뒤인 1993년 10월 3일, 신문에는 ‘도서관 재개관’이라는 헤드라인이 실린다. 개관식에는 200만 권이 넘는 책을 꽂는 ‘책 꽂기 파티’가 열렸고 5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도서관의 부활을 축하했다.
저자는 우리의 정신과 영혼에 각자의 경험과 감정이 새겨진 책이 있다고 말한다. 각 개인의 의식은 스스로 분류하여 내면에 저장한 기억들의 컬렉션이자, 한 사람이 살아낸 삶의 개인 도서관이라는 것이다. 이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으며 우리가 죽으면 불타 사라진다. 그러나 세상과 공유한다면 생명을 얻게 된다.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은 비통함과 유쾌함으로 가득한 도서관 여행기로서 우리에게 생명을 얻어 각자의 기억 도서관에 오래도록 꽂히게 될 것이다.
비통함과 재 냄새로 가득 찬 서고 여행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화재이자 손실을 입은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의 참사를 추적하다
『워싱턴포스트』가 ‘국보’라고 일컬은 논픽션의 대가 수전 올리언이
도서관 최대 수수께끼를 파고 들어가는 탁월한 탐구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전미 베스트셀러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2018년 올해의 책
★리스 위더스푼 헬로 선샤인 북클럽 추천작
★시카고공립도서관 최고의 책
1986년 4월 29일 아침,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놀라서 소지품을 챙기고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당시 안에 있던 400여 명의 사서와 이용객들은 ‘또 시끄럽게 울리네’라며 귀찮아하는 기색이었다. 어차피 다시 들어올 거니 소지품도 그대로 둔 채 나갔고, 도서관은 8분 만에 비워졌다. 다들 밖에서 다시 들어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냥 하나에서 시작됐을지 모르는 이 대화재는 소방관들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틈을 타 전력질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40만 권의 책을 한 줌의 재로 남겼으며, 70만 권의 책을 훼손시켰다. 그곳에 남겨진 것은 비통함과 재 냄새뿐이었따.
역대 최대 공공도서관 화재 사건인 이 일은 그러나 신문과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았고, 책 애호가들조차 이런 일을 모른 채 지나갔다. 책 애호가 수전 올리언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30년 뒤 이 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누군가 일부러 도서관에 불을 지른 걸까? 그는 과연 누구일까?
수전은 도서관과 사서들의 이야기를 지금껏 누구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도서관의 연대기와 화재, 그 여파가 기록되는 가운데 독자들은 진화하는 유기체로서의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덤 속으로 들어간 사서들과 현재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사서들, 수많은 이용객이 우리에게 책과 도서관에 얽힌 삶을 들려준다. 위트와 통찰력, 연민에 바탕을 둔 심도 있는 조사력으로 이 책은 도서관이 왜 우리 마음과 정신, 영혼의 본질적 부분으로 남았는지 입증할 것이다.
도서관이 한 줌의 재가 된 날
연기탐지기가 울리기 시작하자, 건물을 빠져나온 400명의 사람들은 도서관 밖 보도에 모여 상황이 수습되기를 기다렸다. 낡은 경보 시스템 탓에 자주 화재경보가 울렸기 때문에 누구도 별것 아닌 듯 여겼다. 하지만 옅은 보랏빛을 띠던 연기는 회색으로 짙어지더니 시커멓게 변했다. 책 표지들은 팝콘처럼 팡팡 터지고 페이지에는 불이 붙어 날아다녔다. 뜨거운 공기가 벽을 적시고, 열기로 콘크리트 조각이 녹아 사방으로 튀었다.
동북쪽 서가에 있던 책들은 부스러기와 재, 가루가 되어버렸고 새까맣게 탄 페이지들은 1피트 높이로 쌓였다. 마지막 남은 불길이 펄럭이고 소용돌이치다 가라앉았고 마침내 사라졌다. 불이 꺼지기까지 산소통 1400개, 구조 커버 1만3440제곱피트, 플라스틱 시트 2에이커, 톱밥 90더미, 물 300만 갤런 이상, 로스앤젤레스시 소방인력과 장비의 대부분이 소요되었다. 1986년 4월 29일 오후 6시 30분, 도서관에 난 불이 마침내 “진압”되었다고 공표되었다. 7시간 38분 동안 맹위를 떨친 뒤였다.
잃은 것들의 목록은 이렇다. 프랑스의 판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실린 1860년도판 『돈키호테』. 성경, 기독교, 교회사에 관한 모든 책. 인물 H에서 K까지의 모든 전기. 미국과 영국의 모든 희곡. 모든 셰익스피어. 컴퓨터,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의학, 지진학. 공학, 금속공학과 관련된 책 9000권, 과학부의 제본되지 않은 모든 원고.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1500년대에 쓴 책. 도면과 설명서가 첨부된 1799년부터의 미국 특허 목록 550만 개, 비슷한 시기부터의 캐나다 특허 자료. 저자 A부터 L까지의 문학작품 5만5000권. 최초의 현대 영어 완역본인 1635년도 커버데일 성경. 수십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제인 항공 연감. 경영서 9000권, 잡지 6000권. 사회과학서 1만8000권, 1896년에 나온 패니 파머의 『보스턴 요리학교 요리책』 초판, 팝콘 레시피책 6권을 포함한 요리책 1만2000권. 물에 닿으면 끈적끈적한 곤죽이 돼버리는 유광지에 인쇄된 예술 간행물과 예술서적 전부. 조류학 도서 전부. 도서관이 소장했던 마이크로필름의 4분의 3. 물에 젖자 떨어져버린 사진 2만 장의 정보 라벨. 불탄 구역에 어쩌다 잘못 꽂혀 있던 모든 책. 불타거나 훼손된 책의 수는 일반적인 도서관 분관 15개의 소장 도서를 전부 합친 것과 맞먹었다. 미국 역사상 공공도서관이 입은 최대의 손실이었다.
금발의 해리 피크, 그가 방화범일까
수전 올리언은 우선 도서관의 유력 방화범으로 지목되었던 해리 피크를 조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해리가 정말 도서관에 불을 질렀는지, 만약 그랬다면 이유가 뭔지, 죄가 없다면 어쩌다 기소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취재에 들어갔더니,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수전은 그의 누나, 애인, 그와 가까웠던 성직자, 친구들,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해리라는 인물의 몽타주를 그려간다.
이 책에는 해리 피크의 성장 과정과 가정환경, 연애 경험, 성격적 특성 등은 물론이고 도서관 화재 당일 그의 행적 또한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해리는 화재가 일어난 아침에 도서관에 있었고 심지어 친구에게 자기가 방화범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그가 평소대로 허풍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사 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사서 여러 명도 해리가 사서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에 갑자기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한 노파는 화재 때 해리와 자신이 부딪쳤다고 말해 그가 현장에 있었음을 증언했다. 결국 해리는 수사 선상에 올라 체포되었다. 하지만 해리를 범인으로 붙잡아둘 만한 법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무엇이든 입증할 만한 것은 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고, 사건 당일 방화 지점조차 확정지을 수 없었다.
그래도 비밀을 풀고 싶었던 저자는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사건에 매달리며,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 그러면서 잠깐 주목을 끌고 시야에서 사라졌던 ‘해리 피크 사건’을 전면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서가에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화재를 조사하면서 만난 인물들의 도서관에서의 삶은 이 책의 커다란 기둥이 된다. 저자는 화재 당시 근무 중이던 사서들과 경비, 진압 작전에 투입되었던 소방관과 이후 도서관 재건에 힘을 실어주었던 기업가 등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사건 이면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또한 개관 당시부터 도서관을 지킨 역대 사서와 경영진들의 삶은 독자에게 도서관의 진화하는 모습을 펼쳐놓는다.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은 1873년 1월에 문을 열었다. 회비가 비싸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고 규칙은 엄격했다. 여성들은 ‘숙녀용 열람실’에서 선별된 잡지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출입도 금지되었다. 이런 시기에 폐쇄적인 도서관 문화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서 메리 포이, 다양한 책을 도서관에 들여놓다 악마와 바람이 났다며 구설수에 오른 테사 켈소,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고 소송에 휘말린 도서관장 메리 존스, 과학 서적에 독극물 경고 도장을 찍어 분류한 찰스 러미스 등이 무덤 속에서 살아나 도서관의 연대기를 풀어나간다.
특히 워런은 역대 도서관 운영자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독서가였다. 그녀는 사서들의 가장 큰 한 가지 책무가 열심히 책을 읽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사서들이 독서 행위 자체를 좋아하길 바랐다. 1935년에 도서관협회에서 한 연설에서 “사서들은 술꾼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새가 노래하는 것처럼, 고양이가 잠을 자는 것처럼, 혹은 개가 산책을 가자는 말에 반응하는 것처럼 책을 읽어야 한다. 사서로서의 양심이나 훈련 때문이 아니라 세상의 다른 어떤 일보다 책 읽는 것을 택할 것이기 때문에”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도서관의 보안 책임자인 데이비드 아귀레의 독자들 목격담도 흥미롭다. 아귀레는 매주 약 100건의 문제들에 직면하는데, 소지품 도난, 컴퓨터 이용 제한 시간을 너무 많이 오버하는 사람, 심지어 도서관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들까지 발견한다. 그중 아귀레가 가장 곤란해하는 문제는, 도서관에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냄새가 난다고 말해야 할 때다. 공공도서관은 노숙인을 품어야 하기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지만, 다른 이용객들이 ‘냄새’를 불쾌하게 여기면 보안 담당자가 그들의 불평을 대신 전해야 해서 괴롭다. “냄새 난다는 말이 얼마나 모욕으로 들릴지 알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씩 그 말을 해야 한다.”
책을 복원하자 도서관이 부활했다
화재 소식이 도시 여기저기로 퍼지면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들었다. 불에 그을린 채 물에 젖은 70여 만 권의 책을 냉동고로 옮겨 복구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사흘간 밤낮으로 일했다. 연기 자욱한 건물 안에서 문밖까지 손에서 손으로 책을 전해 날랐다. 저자는 이 긴급한 순간을 “로스앤젤레스 시민들로 살아 있는 도서관을 이룬 것 같았다”고 묘사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공유된 지식을 보호하고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는 의미였으며 이는 도서관이 매일 하는 일이기도 했다.
화염 속에서 살아남은 책들은 상자 5만 개에 담겨 영하 56도의 식품창고로 보내졌다. 그리고 2년 뒤 해동, 건조, 소독을 하고 보수하여 다시 제본할 준비를 마쳤다. 시는 책을 살릴 자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이 화마에 사라지고 7년 뒤인 1993년 10월 3일, 신문에는 ‘도서관 재개관’이라는 헤드라인이 실린다. 개관식에는 200만 권이 넘는 책을 꽂는 ‘책 꽂기 파티’가 열렸고 5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도서관의 부활을 축하했다.
저자는 우리의 정신과 영혼에 각자의 경험과 감정이 새겨진 책이 있다고 말한다. 각 개인의 의식은 스스로 분류하여 내면에 저장한 기억들의 컬렉션이자, 한 사람이 살아낸 삶의 개인 도서관이라는 것이다. 이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으며 우리가 죽으면 불타 사라진다. 그러나 세상과 공유한다면 생명을 얻게 된다.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은 비통함과 유쾌함으로 가득한 도서관 여행기로서 우리에게 생명을 얻어 각자의 기억 도서관에 오래도록 꽂히게 될 것이다.
목차
감사의 말
출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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