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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30675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30675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1. 18세 선거권, 18세 피선거권, 16세 정당 가입…
달라진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만큼
‘청소년 시민권’의 범위도 넓어졌을까?
-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
지금 한국 사회는 청소년 인권과 관련해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2019년 선거권 연령이 기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18세 유권자’라는 존재가 우리 사회에 최초로 등장했다. 2021년 12월 31일에는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만 25세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어 2022년 1월 15일에 열린 올해 첫 국회 본회의에서 정당 가입 연령이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아졌다. 법적⋅정치적 지위가 달라진 만큼 청소년 시민권의 범위도 확장되었을까?
청소년도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청소년은 ‘이미’ 시민이다. 하지만 청소년은 시민과 비(非)시민을 나누는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간다’, ‘중2병’,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같은 관용적⋅차별적 표현처럼,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사회 바깥에 있는 존재로 여겨지거나 포함되어 있어도 의미 있는 존재로는 간주되지 못하는, 심지어 때로 유령과 다름없는 신세였다. 한 공동체 내에서 몫과 권리를 보유한 자를 시민으로 정의한다면, 청소년은 본인의 시민의식이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아직’ 시민이 아니다.
청소년이 시민다운 시민으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바로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는 ‘예비 시민’인 청소년을 어떻게 시민으로 성장시켜야 하는지를 묻는 게 아니다. 청소년이 제대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게 교육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다음 두 가지를 묻는다. 청소년이 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청소년의 일상, 정치, 학교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그리고 청소년 스스로 자신이 시민임을 자각하려면 어떤 만남이 필요한가.
다행히도 우리에겐 이 질문에 답해 줄 청소년들과 그 동료들이 있다.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는 법이나 사회가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시민이 되어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든 이들의 경험과 혜안을 등불 삼아 청소년이 어떻게 시민이 되는지를 밝힐 해답을 찾아 나간다.
2. 청소년 여러분은 ‘오늘’ 시민인가요?
사회는 청소년 시민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요?
-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사회의 인식은 여전
청소년 시민권 운동의 중요한 기점이 된 스쿨 미투, 학생인권조례 제정, 선거권 연령 인하 운동, 청소년노동인권 실태조사 등을 펼쳐 온 이 책의 저자들은 청소년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사회로 성큼 나아가기를 소망하며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다양한 시각에서 청소년의 권리 실현에 발을 함께해 온 저자들은 선거권 연령 하향 이후 우리 사회의 청소년 시민권 실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을 모은다. “마법 같은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비청소년 시민에게는 하지 못할 용의 복장 ‘검사’를 하는 학교가 있고, 학생은 학교운영위원회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의견을 ‘전달’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에 학생 신분인 현장실습생은 포함되지 않고,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시행된 급식 꾸러미 정책에서 탈학교 청소년들은 제외되었다.
만 18세 선거권은 극히 일부의 청소년에게만 해당될 뿐이어서 이를테면 16세 청소년이 선거운동 기간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 여전히 불법이다. 이러한 정당법에 불복종으로 맞서고자 선거운동에 참여한 청소년 당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로부터 “학생이 나왔네? 네가 정치를 알아?”라는 말을 부지기수로 듣기도 한다. 정부 부처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청소년이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 확대 방안을 제시하자 사회자는 발언의 내용을 정리하는 대신 “똘망똘망 말을 잘한다”고 평가한다.
청소년을 동등한 대화의 상대로 마주하고 있는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하며 진지하게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지, 이 ‘기본적인’ 전제가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다수를 배제한 채 굴러가는 정치의 견고함은 여전하고, 청소년이 ‘공부나 열심히 하기를’, ‘조용히 있어 주기를’ 바라는 사회적 인식의 장벽도 만만치 않다. 법과 제도의 변화가 일부 이루어져도 십 대가 ‘나의 삶 가까이에 정치가 있다’, ‘나는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라고 인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는 ‘내 삶을 설명할 언어를 만난 적 있나요?’, ‘광장은 광화문에만 있나요?’, ‘정당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이 있다고요?’, ‘교육만 바뀌면 청소년의 삶이 좋아질까요?’, ‘학생이 아랫사람인가요?’ 등 열한 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청소년이 어떤 일상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살피며 ‘청소년’과 ‘시민’, 두 단어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청소년 당사자가 가진 힘과 그에 응답해야 할 비청소년의 역할에 주목한다.
청소년 시절 학생인권 관련 집회에 참가해 ‘청소년은 시민이다’라는 구호를 처음 접했을 때 머리가 띵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 학생회장에 당선되었지만 학생자치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해 좌절했던 경험,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하는 당사자로 언론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틀에 박힌 질문만 받느라 ‘생애 첫 투표를 하는 새내기 유권자’ 프레임에 갇힌 기분이었다는 솔직한 토로 등 청소년 당사자로서 일상, 학교, 광장에서 변화를 일구고, 현재도 청소년 인권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다섯 저자가 전하는 생생한 증언과 날카로운 통찰을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청소년 운동의 역사를 아우르며 우리 사회 청소년 시민권이 당면한 과제를 다양한 청소년의 경험을 통해 전하는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료 시민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3. “시민한테 다들 왜 그래요?
우리에게 배울 건 없고 알려 줄 것만 있나요?”
- 말 잘 듣는 학생에서 시민으로,
청소년은 ‘몫’과 ‘권리’를 가진 존재
또한 이 책에는 저자들이 또 다른 청소년 인권 운동가들을 만나 나눈 네 편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교복 재킷을 안 입고 패딩만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가한 ‘엎드려뻗쳐’ 체벌을 계기로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 충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에 뛰어든 이유진은 동료들과 함께 조례를 통과시킨 경험에 대해 “더 이상 저 자신을 미성숙하게 여기지 않게 되니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고 말한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오연재는 집회나 시위에서 함께 활동하는 비청소년들마저 청소년을 향해 ‘여러분은 우리의 미래입니다’라고 말할 때 “현재에서 배제되어 있음을 느낀다”며, “미래세대는 무책임한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백경하는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투표하겠느냐는 질문만 봐도 그래요. 직장인들에게 업무로 바쁠 때 투표할 거냐고 묻지 않잖아요.”라고 꼬집는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기성 정치권에서 청소년 문제가 엄청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진 않더라도, 내가 어떤 권리를 누릴 수 있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결코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님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그의 말에서 ‘크면 다 알게 되니 다른 데 신경 끄고 공부나 해’라는 정언 명령을 넘어서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교사나 어른이나 나이 많은 사람이 더 어린 사람이나 학생들한테 배울 게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그게 너무 안 되는 것 같아요. 배울 건 배우고 알려 줄 건 알려 주면 되잖아요? 근데 배울 건 없고 알려 줄 것만 있다는 느낌?” 학생자치권과 청소년 참정권을 활동의 화두로 삼아 온 서한울의 말은 청소년과 비청소년이 생각을 터놓고 말하고, 때로 다른 의견을 내며 경합하는 시간이 ‘어른’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청소년의 시민 되기’를 지지하는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시간이 흘러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저 형식적으로 시민에 편입되는 사회,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청소년은 시민의 축에 끼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당연하지 않고 민주주의도 아니다.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지은은 추천사에서 “청소년은 좀 더 자라면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정치적 존재이며 독립적인 시민이다. 청소년의 생각과 힘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빠르게 노화할 것이다. 청소년의 제안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지가 공동체의 사회적 건강을 결정한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4. 청소년이 광장에 설 권리와 말할 권리는
응답받을 권리를 통해 완성된다
- 이제는 ‘청소년의 시민 되기’에
동료 시민들이 함께 나서야 할 때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만 18세 투표권 통과와 맞물려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학생 시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학교교육의 과정과 수업 방식에도 차츰 변화가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민주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가르침’을 받으면 시민이 될 수 있는 걸까? 청소년이 실제 삶과 교육의 공간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시민의식도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는 것 아닐까? 나아가 청소년은 이미 우리 사회의 시민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려면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공부하고 반영하려는 비청소년들의 노력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청소년에게는 ‘동료 시민’으로서 곁에 서 줄 더 많은 비청소년이 필요하다. 핀잔과 금지 대신 환영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거의 매일 만나는 교사나 가족이 그런 역할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에 담긴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곧 ‘사회는 청소년 시민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선거나 정치, 학교의 다양한 의사결정에 관심을 둘 시간도, 자리도 보장되어 있지 않을 때 청소년의 정치참여는 불가능하다. 가진 건 의지뿐이고 줄일 수 있는 건 잠자는 시간뿐인 조건에서는 ‘청소년이 시민이 될 시간’을 꿈꾸기 어렵다.
청소년이 공부나 노동을 하면서도 시민임을 잊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려면, 청소년이 시민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시간을 보장받으려면 청소년의 권리도 확대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이나 청소년 정책도 달라져야 하고, 청소년의 참여를 지원하는 예산도 늘어나야 한다.
물론 청소년 곁에서 청소년 시민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야 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각양각색으로 생동감 넘치는 광장의 청소년들과 마치 클론 같은 모습의 천편일률적 ‘아저씨 국회’를 묘사하는 등 따뜻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시선으로 청소년 시민의 현실을 포착한 일러스트레이터 안난초는 “활동가들의 이야기에서 정직한 마음과 단단함, 명쾌함을 보고 놀라기도, 배우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활동가 덕분에 조금씩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았어요”라고 동료 시민으로서의 소회를 밝혀 왔다.
누가 뭐라고 하든 청소년은 ‘이미’ 시민이며, 청소년 시민을 응원하고 손을 맞잡는 사람들 속에서 청소년은 ‘다시’ 시민이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청소년 시민의 자리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이전과는 다른 새 틀을 짤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청소년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려면 적극적으로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청소년이 직접 정책 논의의 장에 자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정치에 함께할 때 시민으로서 역량도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이야기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하라!”
달라진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만큼
‘청소년 시민권’의 범위도 넓어졌을까?
-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
지금 한국 사회는 청소년 인권과 관련해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2019년 선거권 연령이 기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18세 유권자’라는 존재가 우리 사회에 최초로 등장했다. 2021년 12월 31일에는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만 25세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어 2022년 1월 15일에 열린 올해 첫 국회 본회의에서 정당 가입 연령이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아졌다. 법적⋅정치적 지위가 달라진 만큼 청소년 시민권의 범위도 확장되었을까?
청소년도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청소년은 ‘이미’ 시민이다. 하지만 청소년은 시민과 비(非)시민을 나누는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간다’, ‘중2병’,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같은 관용적⋅차별적 표현처럼,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사회 바깥에 있는 존재로 여겨지거나 포함되어 있어도 의미 있는 존재로는 간주되지 못하는, 심지어 때로 유령과 다름없는 신세였다. 한 공동체 내에서 몫과 권리를 보유한 자를 시민으로 정의한다면, 청소년은 본인의 시민의식이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아직’ 시민이 아니다.
청소년이 시민다운 시민으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바로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는 ‘예비 시민’인 청소년을 어떻게 시민으로 성장시켜야 하는지를 묻는 게 아니다. 청소년이 제대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게 교육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다음 두 가지를 묻는다. 청소년이 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청소년의 일상, 정치, 학교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그리고 청소년 스스로 자신이 시민임을 자각하려면 어떤 만남이 필요한가.
다행히도 우리에겐 이 질문에 답해 줄 청소년들과 그 동료들이 있다.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는 법이나 사회가 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시민이 되어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든 이들의 경험과 혜안을 등불 삼아 청소년이 어떻게 시민이 되는지를 밝힐 해답을 찾아 나간다.
2. 청소년 여러분은 ‘오늘’ 시민인가요?
사회는 청소년 시민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요?
-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사회의 인식은 여전
청소년 시민권 운동의 중요한 기점이 된 스쿨 미투, 학생인권조례 제정, 선거권 연령 인하 운동, 청소년노동인권 실태조사 등을 펼쳐 온 이 책의 저자들은 청소년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사회로 성큼 나아가기를 소망하며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다양한 시각에서 청소년의 권리 실현에 발을 함께해 온 저자들은 선거권 연령 하향 이후 우리 사회의 청소년 시민권 실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을 모은다. “마법 같은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비청소년 시민에게는 하지 못할 용의 복장 ‘검사’를 하는 학교가 있고, 학생은 학교운영위원회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의견을 ‘전달’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에 학생 신분인 현장실습생은 포함되지 않고,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시행된 급식 꾸러미 정책에서 탈학교 청소년들은 제외되었다.
만 18세 선거권은 극히 일부의 청소년에게만 해당될 뿐이어서 이를테면 16세 청소년이 선거운동 기간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 여전히 불법이다. 이러한 정당법에 불복종으로 맞서고자 선거운동에 참여한 청소년 당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로부터 “학생이 나왔네? 네가 정치를 알아?”라는 말을 부지기수로 듣기도 한다. 정부 부처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청소년이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 확대 방안을 제시하자 사회자는 발언의 내용을 정리하는 대신 “똘망똘망 말을 잘한다”고 평가한다.
청소년을 동등한 대화의 상대로 마주하고 있는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하며 진지하게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지, 이 ‘기본적인’ 전제가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다수를 배제한 채 굴러가는 정치의 견고함은 여전하고, 청소년이 ‘공부나 열심히 하기를’, ‘조용히 있어 주기를’ 바라는 사회적 인식의 장벽도 만만치 않다. 법과 제도의 변화가 일부 이루어져도 십 대가 ‘나의 삶 가까이에 정치가 있다’, ‘나는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라고 인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는 ‘내 삶을 설명할 언어를 만난 적 있나요?’, ‘광장은 광화문에만 있나요?’, ‘정당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이 있다고요?’, ‘교육만 바뀌면 청소년의 삶이 좋아질까요?’, ‘학생이 아랫사람인가요?’ 등 열한 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청소년이 어떤 일상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살피며 ‘청소년’과 ‘시민’, 두 단어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청소년 당사자가 가진 힘과 그에 응답해야 할 비청소년의 역할에 주목한다.
청소년 시절 학생인권 관련 집회에 참가해 ‘청소년은 시민이다’라는 구호를 처음 접했을 때 머리가 띵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 학생회장에 당선되었지만 학생자치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해 좌절했던 경험,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하는 당사자로 언론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틀에 박힌 질문만 받느라 ‘생애 첫 투표를 하는 새내기 유권자’ 프레임에 갇힌 기분이었다는 솔직한 토로 등 청소년 당사자로서 일상, 학교, 광장에서 변화를 일구고, 현재도 청소년 인권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다섯 저자가 전하는 생생한 증언과 날카로운 통찰을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청소년 운동의 역사를 아우르며 우리 사회 청소년 시민권이 당면한 과제를 다양한 청소년의 경험을 통해 전하는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료 시민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3. “시민한테 다들 왜 그래요?
우리에게 배울 건 없고 알려 줄 것만 있나요?”
- 말 잘 듣는 학생에서 시민으로,
청소년은 ‘몫’과 ‘권리’를 가진 존재
또한 이 책에는 저자들이 또 다른 청소년 인권 운동가들을 만나 나눈 네 편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교복 재킷을 안 입고 패딩만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가한 ‘엎드려뻗쳐’ 체벌을 계기로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 충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에 뛰어든 이유진은 동료들과 함께 조례를 통과시킨 경험에 대해 “더 이상 저 자신을 미성숙하게 여기지 않게 되니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고 말한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오연재는 집회나 시위에서 함께 활동하는 비청소년들마저 청소년을 향해 ‘여러분은 우리의 미래입니다’라고 말할 때 “현재에서 배제되어 있음을 느낀다”며, “미래세대는 무책임한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백경하는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투표하겠느냐는 질문만 봐도 그래요. 직장인들에게 업무로 바쁠 때 투표할 거냐고 묻지 않잖아요.”라고 꼬집는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기성 정치권에서 청소년 문제가 엄청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진 않더라도, 내가 어떤 권리를 누릴 수 있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결코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님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그의 말에서 ‘크면 다 알게 되니 다른 데 신경 끄고 공부나 해’라는 정언 명령을 넘어서는 힘을 느낄 수 있다.
“교사나 어른이나 나이 많은 사람이 더 어린 사람이나 학생들한테 배울 게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그게 너무 안 되는 것 같아요. 배울 건 배우고 알려 줄 건 알려 주면 되잖아요? 근데 배울 건 없고 알려 줄 것만 있다는 느낌?” 학생자치권과 청소년 참정권을 활동의 화두로 삼아 온 서한울의 말은 청소년과 비청소년이 생각을 터놓고 말하고, 때로 다른 의견을 내며 경합하는 시간이 ‘어른’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청소년의 시민 되기’를 지지하는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시간이 흘러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저 형식적으로 시민에 편입되는 사회,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청소년은 시민의 축에 끼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당연하지 않고 민주주의도 아니다.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지은은 추천사에서 “청소년은 좀 더 자라면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정치적 존재이며 독립적인 시민이다. 청소년의 생각과 힘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빠르게 노화할 것이다. 청소년의 제안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지가 공동체의 사회적 건강을 결정한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4. 청소년이 광장에 설 권리와 말할 권리는
응답받을 권리를 통해 완성된다
- 이제는 ‘청소년의 시민 되기’에
동료 시민들이 함께 나서야 할 때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만 18세 투표권 통과와 맞물려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학생 시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학교교육의 과정과 수업 방식에도 차츰 변화가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민주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가르침’을 받으면 시민이 될 수 있는 걸까? 청소년이 실제 삶과 교육의 공간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시민의식도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는 것 아닐까? 나아가 청소년은 이미 우리 사회의 시민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려면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공부하고 반영하려는 비청소년들의 노력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청소년에게는 ‘동료 시민’으로서 곁에 서 줄 더 많은 비청소년이 필요하다. 핀잔과 금지 대신 환영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거의 매일 만나는 교사나 가족이 그런 역할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에 담긴 ‘청소년은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라는 질문은 곧 ‘사회는 청소년 시민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선거나 정치, 학교의 다양한 의사결정에 관심을 둘 시간도, 자리도 보장되어 있지 않을 때 청소년의 정치참여는 불가능하다. 가진 건 의지뿐이고 줄일 수 있는 건 잠자는 시간뿐인 조건에서는 ‘청소년이 시민이 될 시간’을 꿈꾸기 어렵다.
청소년이 공부나 노동을 하면서도 시민임을 잊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려면, 청소년이 시민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시간을 보장받으려면 청소년의 권리도 확대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이나 청소년 정책도 달라져야 하고, 청소년의 참여를 지원하는 예산도 늘어나야 한다.
물론 청소년 곁에서 청소년 시민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야 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각양각색으로 생동감 넘치는 광장의 청소년들과 마치 클론 같은 모습의 천편일률적 ‘아저씨 국회’를 묘사하는 등 따뜻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시선으로 청소년 시민의 현실을 포착한 일러스트레이터 안난초는 “활동가들의 이야기에서 정직한 마음과 단단함, 명쾌함을 보고 놀라기도, 배우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활동가 덕분에 조금씩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았어요”라고 동료 시민으로서의 소회를 밝혀 왔다.
누가 뭐라고 하든 청소년은 ‘이미’ 시민이며, 청소년 시민을 응원하고 손을 맞잡는 사람들 속에서 청소년은 ‘다시’ 시민이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청소년 시민의 자리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이전과는 다른 새 틀을 짤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청소년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려면 적극적으로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청소년이 직접 정책 논의의 장에 자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정치에 함께할 때 시민으로서 역량도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이야기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공부하라!”
목차
여는 글_시에서 살면 시민인가요? 4
1. 청소년 시민, 다른 삶을 상상하다
내 삶을 설명할 ‘언어’를 만난 적 있나요? 18
뭔가 말하고 싶은데 자꾸만 주저하게 되나요? 32
광장은 광화문에만 있나요? 46
나를 지지하는 법을 만들어 본 적 있나요? 62
* 이유진의 이야기_말 잘 듣는 학생에서 시민으로 79
오연재의 이야기_우리는 늘 ‘현재’에서 배제되어 있다 86
2. 이미 정치적인 존재, 청소년
정치, 그 재미 없는 걸 왜 하냐고요? 96
내 삶을 대변하는 정치를 본 적 있나요? 110
정당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이 있다고요? 124
교육만 바뀌면 청소년의 삶이 좋아질까요? 140
* 백경하의 이야기_삶의 필요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공간 158
3. 시민의 학교에서 청소년은 ‘다시’ 시민이 된다
용의 복장이랑 시민이랑 무슨 상관인가요? 168
학생 자치와 정치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186
학생이 아랫사람인가요? 202
* 서한울의 이야기_학생들에게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기를 217
닫는 글_사회는 청소년 시민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요? 224
저자 소개 238
주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