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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가정폭력과 포퓰리즘: 베스텐트 한국판 9호

발행사항
고양: 사월의책, 2023
형태사항
224 p: 삽도, 22cm
서지주기
참고문헌을 포함하고 있음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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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 폭력을 혐오하는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 사나워진 정치가 꼭 포퓰리즘 때문일까?

현대인은 폭력을 혐오한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피해자에게 공감을 표시한다. 언론의 주목을 끄는 ‘눈에 보이는 폭력’에 대해서라면 우리 모두가 폭력에 적극 반대한다. 그러나 가정의 영역, 친밀성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사태가 달라진다.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폭력에 대해 우리는 전혀 민감하지 않다. 그곳에는 여전히 침묵만이 존재한다. 너무 사소하기에, 때로는 너무 개인적인 문제이기에 그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폭력, 그것이 가정폭력이다.

이 책 『가정폭력과 포퓰리즘』(베스텐트 한국판 9호)은 ‘가정폭력’이라는 미시적 주제와 ‘포퓰리즘’이라는 거시적 주제를 두 줄기로 하여 가족의 일상에서 커다란 정치 구조에 이르는 현대 사회의 문제적 상황을 심도 깊게 탐구한다. 폭력을 혐오하는 사회에서도 왜 가정폭력은 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은 가정폭력 이슈를 다각도로 해부함으로써 언론에서 가시화되는 폭력에만 주목해온 우리의 제한된 폭력 감수성과 폭력 연구의 방향성을 비판한다. 나아가 가정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맥락과 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폭력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포퓰리즘 현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사나워진 정치의 모습만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주변화되어 있는 이들의 불만이 포퓰리즘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팬덤 정치와 포퓰리즘 현상을 비판한다고 해도 주변화된 이들을 민주 정치로 포섭해내지 않는 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포퓰리즘에 대한 열광을 경계하되 그것이 제기한 문제에 귀를 기울이며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양가적 관계를 짚어내고 포퓰리즘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안을 모색한다.

■ 가정폭력의 눈으로 다시 보는 폭력 문제

가정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성가족부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의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배우자,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이 폭력에 대한 이론을 만들고 언론이 사회의 각종 폭력에 주목할 때 정작 가정폭력은 의미 있는 역할을 맡지 않았다. 미디어에서 가시화되기 쉬운 폭력에만 초점을 맞추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친밀한 관계의 폭력’은 시야에서 놓쳐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듯 “오늘날 사회에서 가족만큼이나 폭력에 강력하게 노출된 영역은 없어 보인다. 네 벽으로 둘러싸인 집은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이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가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본문, 57쪽) 전쟁이나 사회적 시위처럼 공개적 폭력 사건에 지나치게 많은 주목을 하는 기존 폭력 연구의 방향성은 가정폭력의 ‘침묵’이라는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킨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짜로 물어야 할 질문은 이런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가정폭력의 위험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수수께끼 같은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이렇듯 이 책 『가정폭력과 포퓰리즘』(베스텐트 한국판 9호)에서 우선 주목하는 것은 언론에서 가시화되는 폭력에만 주목해온 우리의 제한된 폭력 감수성과 기존 폭력 연구들의 한정된 관심사에 있다. 가정폭력은 여타 영역과 다른 특수성을 가지는데, 가장 큰 특징은 피해자들이 폭력에 둔감하거나 나아가 침묵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후 수십 년이 지나서도 폭력의 비율은 감소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가정폭력에 대해 침묵하는 경향도 여전하다. 이는 가정폭력 감소를 위한 법률 제정 외에도 사회 구성원의 의식을 바꾸고 제도적 지원책을 확립하고 폭력 연구의 방향성을 변화시키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 책의 1부는 다양한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가정폭력이라는 ‘인기 없는 폭력’에 대한 상세한 관찰을 제시하고 나아가 대안적인 폭력 연구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특히 폭력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회학자 에디 하르트만과 토마스 회벨은 「폭력의 침묵 깨뜨리기」에서 미디어적 가시성에 편향되어 있는 기존 폭력 연구의 위험성을 진단한다. 이런 식의 폭력 연구는 언론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폭력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을 간과할 뿐 아니라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공개적으로 볼 수 있는 사건에 지나치게 많은 주목을 하는 연구는 결국, “사회적인 것의 침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심화시킨다. 학문 연구들이 이러한 가시성 편향을 방법적으로 보완하는 수단이나 길을 찾는 대신에 공개적으로 볼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낯익은 것이지만 그 자체로 목소리가 없고 표현을 하지 않으며, 말이 없고 글로 표현할 수 없으며, 언어에 앞선 것이고 말할 수 없는 것이며, 표현할 말이 없는, 그럼에도 (무엇보다 민족지 연구에서 비로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사건들이 침묵하는 것으로 남는다.”(26쪽)

다음으로 가정폭력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아네 케르슈텐은 「가정폭력의 집요함」에서 가정폭력의 집요함을 연결망 이론의 관점에서 논의하며 가정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에 초점을 맞춘다. 우발적인 신체적 폭력에만 주목한다면 가정폭력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가정폭력은 구성원들의 관계가 진행되는 어떤 역사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사회학자 중 한 명인 페르디난트 주터뤼티는 「가족 폭력의 구조적 잠재성」에서 가족의 구조적 특수성이 폭력 행위가 장기적 상호작용 모형으로 응고되는 것을 어떻게 조장하고 있는지를 논의한다. 예컨대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자녀를 유아기 때부터 구타하기 시작하고 부모의 학대는 차츰 반복되고 강화되는 자기강화의 과정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렇듯 가족 내 폭력의 반복이 가족의 구조적 조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규범적, 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가정이 폭력의 장소로 남아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유년기를 연구하는 교육학자 자비네 안드레젠은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의 규명」에서 교육 관계들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부정의로 인정하는 국제적인 과정을 배경으로 하여 폭력의 시간성, 침묵과 말하기, 신뢰와 폭력이라는 폭력의 세 가지 측면을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폭력에 대한 이러한 다차원적 이해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만이 아니라 폭력 자체를 복합적으로 고찰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성폭력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라우라 폴터스는 「설명 방식에서 나타나는 폭력연구」에서 얼마나 많은 설명 방식이 폭력 연구에 개방되어 있는지를 비판적 에세이를 통해 논의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말과 함께 나타나는 폭력 사건에 대한 당혹감은 미디어와 사회학자들에게 폭력의 원인을 설명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설명이 도덕적 분개를 과시하는 데 쓰일 때, 폭력에 대한 설명은 자아도취적 사안이 될 경향이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자아도취를 피하면서도 폭력의 인과성과 책임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좋은 폭력 연구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묻는다.

■ 민주주의의 위기가 꼭 포퓰리즘 때문일까?

이 책의 2부는 현재의 포퓰리즘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현장감 높은 시도들을 선보인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면서 포퓰리즘을 언급한다. 포퓰리스트 특유의 거친 언사와 의도적 도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독단적 태도와 기만적인 대중 선동 때문에 정치가 거칠어지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나워진 정치가, 민주주의의 위기가 꼭 포퓰리즘 때문일까?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주인은 우리인데 왜 우리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는가?’라는 주변화된 이들의 물음에 민주주의 정치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함에 따라 생겨난다. 하지만 포퓰리즘은 인민을 내세우기는 하나 그 미명하에 너무나 쉽게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무시하기 때문에 결코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포퓰리즘이 정치적으로 소외된 일군의 사람들을 포섭해낼지는 모르나 그 과정에서 늘 권위주의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약속과 권위주의적 실행’이 포퓰리즘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포퓰리즘의 모순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포퓰리즘 속에 담긴 민주주의적 열망을 포착하면서도 그 권위주의적 성격에 어떻게 거리를 둘 수 있을까? 오늘날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이 과정에서 포퓰리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먼저 사회학자 김주호는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양가적 관계 이해하기」에서 포퓰리즘을 반민주주의적 또는 민주주의적으로만 보는 기존의 일면적 접근방식과 거리를 두고 두 상반된 성격의 병존이 포퓰리즘의 본질적 특성이며 그에 대한 이해가 포퓰리즘 분석에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인민이 정치적 권력과 정당성의 기원이고 정치는 인민의 의지를 구현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하지만, 이 믿음에 대한 근본주의적 태도와 그로 인한 반다원주의적 성격 때문에 오늘날 민주주의 정치를 위협한다.

다음으로 정치철학자 김만권은 「‘좌파 포퓰리즘’ 전략은 ‘민주적’ 대안인가」에서 신자유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재활성화하는 전략으로 주목받는 좌파 포퓰리즘을 다룬다. 그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적일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진보적 좌파가 말하는 것처럼 포퓰리즘이 정말 신자유주의 시대에 주변화된 이들을 다시 정치의 장으로 불러내어 민주주의를 더 민주주의답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그가 보았을 때 라클라우와 무페로 대변되는 좌파 포퓰리즘의 이론적 토대는 적잖은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포퓰리즘의 현실적 국면도 그리 녹록치 않다.

마지막으로 사회운동 연구자 홍성태는 「포퓰리즘 정치와 사회운동의 도전」에서 그간 연구의 공백으로 남아 있던 포퓰리즘과 사회운동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고찰한다. 사회운동의 시각에서 포퓰리즘을 다룬 기존 연구들은 지나치게 우려를 표하거나 반대로 과도한 기대를 투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포퓰리즘이 민주적 사회운동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주변화된 이들을 인민의 이름으로 대변함으로써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반자유주의적이고 반다원주의적이며 선거 승리를 위해 인민을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사회운동과 거리가 있음을 지적한다.
목차
문: 현대성과 폭력 1부 쟁점 / 가정폭력: 침묵해야 하는 폭력 폭력의 침묵 깨뜨리기 (에디 하르트만 외) 가정폭력의 집요함: 연결망 이론으로 보기 (아네 케르슈텐) 가족 폭력의 구조적 잠재성 (페르디난트 주터뤼티)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의 규명 (자비네 안드레젠) 설명 방식에서 나타나는 폭력연구 (라우라 볼터스) 2부 한국판 특집 / 사나워진 정치가 꼭 포퓰리즘 때문일까?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양가적 관계 이해하기 (김주호) ‘좌파 포퓰리즘’ 전략은 ‘민주적’ 대안인가 (김만권) 포퓰리즘 정치와 사회운동의 도전 (홍성태) 베스텐트 독일판 차례 저역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