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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아름다운 실패: 성공에 집착하는 것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치는가

발행사항
서울: 21세기교육연구소, 2019
형태사항
350 p, 26cm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28580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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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00028580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SKY캐슬’이 된 학교와 억압의 피라미드가 된 교육의 비극적 현실을 공개하다!
학교에 부적응한 딸의 경험을 통해
교육체제 전반에 질문을 던지게 된 한 저널리스트의 진심 어린 보고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뒤처지는 아이는 그저 부적응아일 뿐일까? 학교는 잘하는 아이는 적응하고 일부 아이는 적응하지 못하는 ‘원래 그런 곳’인가? 문제는 아이에게 있나? 학교는 아무 문제없을까? 왜 학교는 ‘모든 아이를 위한 곳’이 되면 안 되나?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자아를 찾아야 할 시기이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절인데, 왜 우리 아이들은 경쟁사회로 나갈 훈련을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그 시기를 암울하게 보내야 하나?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는 협력과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왜 학교에서는 경쟁만을 강조하는가? 사회는 급변하고 과학, 산업,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는 나날이 혁신이 일어나는데, 왜 현재의 교육은 지금의 학부모가 경험했던 과거의 교육과 크게 달라진 게 없을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딸의 경험을 통해 교육체제 전반에 질문을 던지게 된 엄마, 루시 클라크
“일이 잘 흘러갔다면 ‘학교란 원래 그렇지’ 생각하고 일말의 의문도 품지 않았을 것이다.”


호주의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세 아이의 학부모이기도 한 루시 클라크는 학교 및 학생들의 실제 사례들과 개인적 일화, 호주와 전 세계 교육체제에 관한 방대한 조사,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책임자인 안드레아스 슐라이허(Andreas Schleicher)를 비롯해 교육개혁가 알피 콘(Alfie Kohn), 찰스 파델(Charles Fadel), 심리학자 레아 워터스(Lea Waters), 핀란드 교육가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 등 유수의 교육자 및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저작을 인용하며 방대한 조사를 거친 내용을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아름다운 실패’라는 제목이 역설하는 그 반어적 함의 속에 교육개혁의 방향이 이미 드러난다. 저자는 공교육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딸의 학교생활을 통해 성공이라는 미명 하에 성적지상주의의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병들어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고발한다. 또한 교육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붕괴된 교육시스템을 학부모로서의 생생한 체험을 통해 또 언론인의 예리한 시각에서 신랄하게 비판하며 동시에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정한 성공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있다.

에세이에서 저널리즘까지 장르를 아우르는 깊이 있고도 생생하며 진솔한 글쓰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되 단순한 책임 소재 찾기에 그치지 않고 유수의 전 세계 교육전문가들을 인용하며 심도 깊은 논의를 풀어가는 책. 2014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2만 6천 번이나 공유되며 시작된 책, 루시 클라크의 <아름다운 실패>는 학부모와 학생 자신, 학교현장의 교사는 물론 교육정책 및 행정을 담당하는 교육계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필독서로 권할 만한 책이다.


지금 교실 안의 모두는 불행하다!
실패하는 아이는 낙오하고, 성공하는 아이는 삶을 잃는 교육


『아름다운 실패(Beautiful Failures)』의 저자 루시 클라크는 ‘학교에서 실패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공하는 아이들조차도 불행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저자가 만난 국립대만사범대학 학장 슈티안밍 교수의 딸 소피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들은 자아 탐구나 관심사 탐색이나 자기 재능을 어떻게 찾는지에 대해선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아요.” 소피는 망설이며 말했다. “자기 삶에 어떻게 착륙해야 되는지도요.” 소피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주 시적으로 표현했다. 공장을 닮은 교육체제에서 아이들은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 자신이 되거나 자신을 찾도록 장려받지 않는다. 그보다는 최고가 되기 위한 경주에 충분한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을 거듭할 뿐이다. 그리고 정형화된 기대에 도달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릴 것이다. - p.134

그러나 저자도 이어 지적했듯, 이는 단지 아시아계 사람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호주 역시 근래에 들어 사교육 시장이 연간 60억 달러(한화 약 5조 원) 규모로 커졌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외곽 부촌의 엘리트고등학교들에서도 학생들의 연쇄 자살사건이 벌어지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에는 스탠퍼드, 예일 등 미국 명문대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미국 유명인사들이 입시 브로커들에게 청탁한 것이 들통난 대형 입시부정 스캔들이 터져 미국사회에 교육과 실력주의(meritocracy) 신화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몇 해 전 국내에 번역출간된 책 『번아웃 키즈(Burnout Kids)』(미하엘 슐테-마르크보르트, 문학동네, 2016)는 학업부담 때문에 ‘탈진 우울증’에 걸린 현대 독일의 아이들을 다뤘다. 실로 전 세계적인 문제인 셈이다.


한 사람의 재능과 성취가 단지 몇 개 주요과목의 시험점수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학교는 원래 그런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놓이지 못해


호주판 「가디언(The Guardian)」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세 아이의 학부모이기도 한 저자 루시 클라크는 딸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불안을 호소하며 나중에는 등교거부 증상까지 보이자 그제야 학교교육의 체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다.

“학교가 누구에게나 맞진 않지.”라고 친구들은 나를 위로했고 나도 처음에는 이 말을 태평하게 받아들였다. 딸은 학교에서 실패한 첫 번째 케이스도, 마지막 케이스도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실패했다는 게 딸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에는 학교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의 성공담이 넘친다.
학교가 모두에게 맞는 곳은 아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이 말이 좀 더 주의 깊게 따져봐야 할 미심쩍은 생각에 대한 섣부른 항복처럼 보였다. 학교는 모두를 위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잘못되었다고 느끼나? 압박감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망가지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많은가? 왜 어떤 아이들은 지루해하며 그저 기계적으로 학교를 오가는 것일까? 학교는 ‘모두’가 교육을 받는 곳이자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에 도달하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나? - pp. 10-11

문제의 핵심은 ‘고부담시험(high-stakes exams)’으로 아이를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아이의 미래를 재단하는 현실, 즉 ‘성공’에 대한 협소한 정의, 그리고 경쟁제일주의에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경쟁에 대한 치열한 논쟁에서 의견은 대체로 정반대로 갈린다. ‘필요하다’ 또는 ‘해롭다’로 말이다. 중도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건강한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개념조차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하다는 것은 성격이 좋아서 온힘을 다해 상대방을 바닥에 깔아뭉개는 동안에도 웃고 있다는 뜻일까?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까? 모두가 과정을 즐기기만 한다면 누가 이기든 점수가 어떻게 되든 중요하지 않다는 뜻일까? 그런 경우라면 애초에 경쟁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p.89


책을 집필하면서 저자가 깨달은 바는 이렇다. 첫째, 경쟁은 좋은 교육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야말로 더 발전하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이의 없이 받아들여왔다. 교육을 다른 아이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주로 본다면 경쟁이 교육의 근본이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둘째, 나이가 아니라 단계가 기준이어야 한다. 학교는 일생 중 연령대로 묶여 동시에 움직이는 유일한 시기이다. 무작위로 반을 택해도 한 반에서 아이들 간에 최고 6년의 능력 편차가 나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들을 나이가 아닌 능력에 따라 묶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단계별 분류는 학교 내 괴롭힘 역시 줄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점수에 관한 이야기는 삼가라. 우리는 점수라는 숫자에 강박적으로 매여있다. 점수와 등수는 아이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손쉬운 기준이다. 하지만 아이의 배움과 삶, 인성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준은 못 된다. 아이들에게 그 애가 A를 받을 것인지 B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그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들 각각이 어떤 식의 학습자인지에 관해 이야기하라.

넷째, 아이들이 자기 학습의 주인이 되게 해야 한다. 수업을 주도하는 것은 선생님이 아닌 학습자로서의 아이들 자신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학습을 주도하고 더 많이 참여하게 되면, 과목에 대한 호감도와 집중력 또한 높아진다.

다섯째, ‘성공’의 개념을 훨씬 포괄적인 무언가로 대체해야 한다. 학업성적은 아이들이 내는 성과 중 아주 작은 요소일 뿐이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창의성, 정서지능, 사회적 책임감 같은 비인지적 능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들이 스스로 똑똑하다고 느낄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찾아봐야 한다.

독자가 붕괴된 교육체제와 불안해하는 아이들, 번아웃에 처한 교사들의 상황에 절망하고 있을 때, 저자는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교육이 처한 문제의 현실적인 해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한다. 호주의 템플스토칼리지, 빅픽처프로그램, 핀란드의 교육제도가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역할모델이다. 저자는 자신이 극찬하는 체제와 동경하는 학교의 사례를 들고, 그럼으로써 학생들의 ‘성공’을 더 잘 측정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어떤 식으로 교육을 재고할 수 있을지에 관해 숙고할 자료를 제공한다.

[저자 인터뷰]

편집자: 한국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 인기였습니다. 부유층 가족들의 ‘자녀교육 전쟁’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드라마에서는 전교 1등을 놓치는 것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아주 우수한 학생이 등장하고, 학부모들은 자녀가 서울대 의대에 확실히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 고액의 ‘입시 코디네이터’들을 고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국 교육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호주의 상황은 어떤가요?

루시 클라크: 호주에서도 자녀의 학업성취를 둘러싸고 수많은 부모가 불안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제가 『아름다운 실패』를 쓰게 된 것도 바로 그 불안 때문이었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삶을 살고 어린 시절을 잘 보내야 하는 바로 그 시기에 학업성과에 대해 그렇게 걱정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그리고 부모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아동기란 행복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일생에 단 한 번이잖아요. 교육도 즐거워야 하는 건 당연하고, 이건 누가 1등으로 들어가느냐 하는, 이기기 위한 경주가 아니에요. 경쟁이 된 교육에서 사교육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과외교사를 두면 내 아이를 앞서나가게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죠.

한국은 OECD의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기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을 만들어내는 나라로 유명합니다. 특히 불붙은 시장은 사교육이죠. 하루 종일 공부하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은 차치하고, 또 다른 문제는 사교육에 고액이 드는 탓에 부(富)가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된다는 점입니다. 이건 정당치 못해요. 사교육이 계층 격차를 더 크게 벌이고, 거기서부터 사회 내 불평등이 한층 심화되는 셈이죠.

편집자: 『아름다운 실패』는 한국의 교육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흥미롭게 읽힐 듯합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책에서 다룬 ‘학원’ 문화인데요. 호주에서도 근래 사교육 열풍이 일어났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루시 클라크: 한국의 학원에 대한 이야기는 호주에서도 유명합니다. 아니, 악명 높다고 해야 할까요! 어린 아이들이 매일같이 밤늦도록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호주 학부모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만, 실상 지난 5년여 간 호주에서도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큰 시장으로 자리 잡았어요. 높은 점수를 받고 더 나은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여기서도 커진 거죠. 이제 전체 인구가 2천4백만 명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1년에 60억 달러가 사교육에 쓰이고 있습니다. 불안은 전염되지요! 호주에서는 원래 사교육이 어떤 학과목에서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만 제공하는, 이른바 추가적인 지원에 가까웠어요. 이제는 다른 아이보다 더 잘하고 고부담시험(high-stakes exams)에 더 철저히 대비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 되었죠.

문제는 경쟁입니다. 그런 식으로는 교육 받는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경쟁이 실은 학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편집자: ‘타이거 맘(tiger mom)’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애초부터 타이거 맘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어머니들은 드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 자녀의 학업에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호주와 다른 나라의 학부모들도 자녀의 교육에 크게 관여하시나요?

루시 클라크: 많은 경우 답은 ‘네’입니다. 우리 모두 교육은 남들보다 앞서나가는 최선의 방책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나 할 것 없이 자녀를 위한 ‘최선의 것’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교육적 측면에서 ‘최선의 것’이란 아이가 뒤처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부지불식간에 그 메시지를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교육체제에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고, 아이가 일등이 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저는 부모들이 아이의 숙제를 대신 해주고, 아이들의 학습이나 그 결과에 너무 많이 관여한다는 얘길 많이 듣습니다. 아이들에게 진정 유익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자기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 각자의 교훈을 스스로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잘못된 현상이지요! 부모가 그렇게 안절부절 못한다는 것을 알면 아이도 그만큼 불안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편집자: 한국정부는 다양한 ‘대안적’ 교육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일례로, 몇 년 전 대입시험제도를 과감하게 뜯어고쳤는데요. 호주정부는 교육체제 개혁을 위해 어떤 일을 시도해왔는지 궁금합니다.

루시 클라크: 『아름다운 실패』가 나온 뒤로 아이들이 짊어지고 있는 엄청난 압박과 고부담시험이 양산해내는 부정적 영향들, 한 사람의 지성을 드러내는 진정한 지표로서는 너무 부족한 대입시험점수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왔습니다. 아이들을 점수대로 줄 세운다는 생각도 지지를 많이 잃게 됐고요. 하지만 개혁은 느리고, 최근에는 중요한 개혁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비록 많은 아이들이 대입시험점수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게 훨씬 쉬워지긴 했지만요. 어쨌든, 대학입학을 위한 ‘대안적 경로’가 마련됐고 그건 좋은 일이지요.

편집자: 한국에도 직업교육체제가 존재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직업학교는 ‘마이스터고등학교’로 반도체, 로봇 등 가장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열 가지 분야와 관련된 특수기술을 가르치는데요. 호주의 직업교육체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루시 클라크: 호주의 직업교육체제는 중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는 아이가 학업을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일반 대학에 입학하거나 직업진로를 택해 기술대학에 입학하거나를 결정하는 제3차 교육(중등학교에 이어지는 대학 및 직업교육 과정의 총칭) 시점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국가교육과정을 공부하는 셈이죠. 하지만 이 교육과정에는 아이들이 좀 더 직업적인 학문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선택지들이 존재합니다.

편집자: 한국에서는 대학입학시험제도가 그 초점을 수능에서 학생부종합평가로 옮겼습니다. 일생에 단 한 번 치러지는 시험인 수능의 악영향을 예방하기 위해서인데요. 호주의 대입시험제도는 어떻습니까? 교사가 평가하는 학생부라든가 자기소개서, 독서리포트 등이 포함된 학생들의 포트폴리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요?

루시 클라크: 최근까지 호주 학생들은 대입시험인 ATAR(Australian Tertiary Admission Rank)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12년 교육과정 중 최종시험의 결과에 따라 아이들을 줄 세우는 식이었지요. 교육의 초점이 ATAR 점수를 잘 받는 것에 맞춰지면서 교육 자체는 물론 아이들이 느껴야 할 학습의 즐거움까지 망친다고 많은 교육자들이 생각했던,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방식이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ATAR 점수에 대한 중요성이 조금 줄었어요. 대학들이 ‘대안적 경로’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ATAR 점수가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자신이 선택한 대학 전공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거지요.

편집자: 한국의 새로운 대학입시정책은 일반 대중이 학생들의 평가자, 즉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때에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지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호주 교사들의 지위는 어떻습니까? 학부모로부터 객관적인 평가자로 신뢰 받고 있나요?

루시 클라크: 호주에서는 교사들의 지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보수도 좋지 않고, 사범대학 입학 자체가 쉽다 보니 가장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들을 그 직업에 유치하지 못하는 실정이죠. 호주의 이런 상황은 분명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큰 문화적 전환이 될 것이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겠지만, 더 나은 보수와 사범대학 입학기준 상향을 그 출발점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편집자: 한국에서는 1세대 대안학교가 90년대 말부터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대안학교라 할 간디학교를 세운 설립자인 양희규 씨는 당시 한국에서 한 해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살했다는 CNN 보도를 보고 대안학교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여러 종류의 대안학교가 있지만, 대부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과정이지, 대안대학은 없습니다. 게다가 소위 ‘포스트 대안학교’라 불리는 학교에서는 학업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학부모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안학교들이 한국교육에 어떤 좋은 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혹시 그에 대한 조언이나 아이디어는 없으신지요?

루시 클라크: 학교의 경쟁적 분위기 속에서 내 딸이 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나서, 그리고 제 책에 등장하는, 교육제도 아래서 너무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나서, 특히 무엇보다 학교에서의 부담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녀를 둔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아이의 정신건강이 학업성취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성적을 걱정해서 자살을 생각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청소년기는 아이들이 자아감을 형성하고, 어떻게 강해질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 자존감과 회복력은 생각하고 놀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에서 나오는 거죠. 대안학교는 그 같은 요소를 교육에 포함시키는 점에서 주류학교를 능가하지만, 저는 주류학교에서도 대안학교 방식의 사고를 받아들임으로써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전 세계 교육체제가 ‘성공’을 너무 협소한 개념으로 정의한 탓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실패자로 느끼고 있어요. 이건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편집자: 공자는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란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교육에 대한 장기계획을 갖는 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루시 클라크: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호주에서 교육개혁은 어렵습니다. 한 정당의 집권기간이 짧기 때문에 정권을 잡은 정당이 A를 계획해 추진하더라도, 몇 년 뒤에는 다른 정당이 정권을 잡고 B를 하려고 들거든요. 교육이 이런 식으로 정치판의 축구공에 지나지 않는다면, 정치가들이 아이들의 권익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 결과 충분한 개혁이 일어나지 못하는 거죠.

둘째, 아이들로 하여금 일생에 걸쳐 학습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면, 우리는 아동기 아이들에게 그토록 어렵고 불쾌한 과업을 떠안기면서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학교가 아이를 불안하게 하고 아동기를 앗아간다면, 아이는 학교만 졸업하면 더는 무엇도 배우고 싶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성공’의 개념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이 단지 고부담시험을 통해 검증된 높은 학업적 성취일 뿐이라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스스로 실패자라고 느낄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성공하는 아이들조차 높은 수준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성공에 대한 집착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치고 있는지를 제대로 봐야 합니다. 학교성적은 아이들을 우울하게 해서도 자살하고 싶게 해서도 안 됩니다. 그런 결과를 내는 체제는 뭔가가 대단히 잘못된 겁니다.
목차
감사의 글 프롤로그 1장 학교교육 부적응아 2장 부모는 자녀의 행복만을 바란다 3장 우리 아이는 천재다 4장 어디로 갈 것인가? 5장 교실 속 동아시아 코끼리 6장 압박 피라미드 7장 청소년이 죽어가고 있다 8장 세대 간에 박힌 쐐기 9장 교사의 입장을 이해해보자 10장 동심 파괴 11장 자녀의 학교는 부모가 다니던 시절의 학교가 아니다 12장 교육이란 무엇인가? 13장 최고의 교육모델 14장 민주적 리더십 15장 내가 원하는 학교 에필로그 본문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