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문

안녕하세요. 이 책을 쓴 목적은 질적 자료분석을 도와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패키지(CAQDAS 또는 QDA software)를 문헌고찰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질적 연구자들이 소프트웨어 사용법도 익히고, 동시에 연구에 필수적인 문헌고찰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CAQDAS는 Computer-Assisted Qualitative Data Analysis Software(QDA software는 Qualitative Data Analysis software)의 줄임말로서 현재 ATLAS.ti, MAXQDA, NVivo, Dedoose, Quirkos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연구자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2018년에 냈던 『초보자를 위한 질적분석가이드』라는 책에서 대학원생이 논문을 쓸
때 일단 종이에 프린트하여 어느 정도 분석을 시작한 뒤, 이후 작업은 워드나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몇 가지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비교할 겸 이것저것 바꿔가며 분석을 하다 보니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쓰며 작업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나아가 분석뿐 아니라 문헌고찰에도 소프트웨어를 활용합니다. 물론 질적 연구에서는 기본적으로 연구자의 직관과 성찰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오히려 창의적인 분석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도 여전히 많죠.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우고 익숙하게 쓸 때까지 드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소프트웨어는 업그레이드가 거듭되면서 쓰기 편해지고 기능이 발전했습니다. 표나 그래프, 개념도 작성, 나아가 동영상 또는 이미지 분석도 수월합니다.
이 책에서 예시로 사용할 소프트웨어는 MAXQDA(맥스-큐디에이)입니다. 소프트웨어 패키지마다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본문에서 소개하는 분석 방법을 이해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예를 들어 ATLAS.ti나 NVivo)에도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내용은 모든 질적 분석과도 연결되므로 질적 연구에 대한 이해가 있는 독자라면 문헌고찰 분석방법을 응용해서 내용분석이나 테마분석, 또는 특정 방법론의 분석(가령 근거이론의 오픈코딩과 축코딩, 선택코딩)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워드로 보고서를 쓸 때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매뉴얼을 달달 외울 필요도 없고, 설사 외운다고 글이 저절로 잘 써지는 건 아니듯,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이해한 뒤 분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분석인 것도 아니고요. 이 책은 빠르게 읽고 바로 시도해 볼 실용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기 때문에 실제 문헌자료를 입력해서 코딩하고 범주로 묶고 여러 측면으로 비교하면서 테마를 도출하는 데 충분하다 싶을 정도의 기본적인 기능을 소개합니다. 동영상 분석 같은 그 밖의 기능은 나중에 자신감이 붙어서 해당 소프트웨어로 할 수 있는 다른 부분까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 때 홈페이지의 매뉴얼이나 동영상(video tutorials)을 검색해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주제 선정이나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아티클 검색 방법 등 문헌고찰 설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은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방법론 서적을 참고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정리하면, 본문에서 다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MAXQDA의 사용법과 기본 기능 소개
•아티클을 소프트웨어 패키지에 입력해서 읽고 평가하며 최종 테마를 도출하는 과정 설명

자칫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분석이 저절로 될 거라는 잘못된 인식을 줄까 우려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받아들일 연구자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를 연구와 문헌고찰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에 도움을 줄 유용한 도구로 잘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간을 흔쾌히 허락해 준 박영Story 노현 대표님, 귀여운 토끼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책에 포인트를 추가해 준 일러스트레이터 조해밀 양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가을
저자 한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