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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21356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21356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아파트에 미친 나라, 대한민국을 해부하다
대한민국에서 월급만으로 내 집을 장만하려면 통상 9.4년(2008. 12월 국민은행 통계)이 걸린다. 게다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7.8년이라고 한다(영산대 부동산 연구소).
달리 말하면, 신혼의 단꿈을 꾸는 사회초년생 부부는 꼬박 10년에서 20년이란 긴 세월을 오로지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는 데 ‘허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그처럼 힘들게 아파트를 장만했다고 해서, 얘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조금 더 큰 평수로, 조금 더 좋은 동네로 이사 가는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국민들이 우리를 보면 가히 ‘미쳤다’고 할 만하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란 무엇일까? 한국인은 왜 아파트에 ‘미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적어도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남의 멸시를 받지 않고, 재테크 수단으로서도 아파트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는 한국인에게 집단적 욕망과 개인적 욕망의 대상이자, 중산층을 넘어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차별적 지위의 상징, 아파트
한국의 아파트 ‘현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차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아파트 건물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나 홀로’ 아파트는 농촌 총각들이 장가를 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시골 농가로 시집가서 불편한 생활을 감내할 처녀는 이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 강남에 있는 수십억대 아파트에 사는 ‘수퍼 리치’들은 그들이 고용한 가사도우미를 ‘아줌마’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최소한 ‘이모’, ‘미세스 아무개’ 정도로는 불러줘야 그들이 추구하는 ‘품격’ 있는 삶에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부자의 특권이 ‘차별화’에 있다면, 돈으로 얻은 그 귀중한 열매를 서민이 쓰는 플라스틱 쟁반에 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핵폭격에 대비하여 지하에 벙커를 구축한 초고급 아파트 주민들에게 아파트는 정녕 지위와 신분의 상징임이 분명하다.
중산층의 삶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느 동네, 어느 단지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입주자의 사회적 신분이 갈리고, 심지어 저학년 아이들마저도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모이는 그룹이 달라진다.
한국의 아파트는 과연 한국인에게 지위를 규정하는 차별적 상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의식을 들여다보는 내시경, 아파트
이처럼, 아파트의 풍속도를 보여주는 저자는 서양식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화’하였는지 조목조목 소개한다. 대부분 아파트가 외양은 서양식 건물이지만, 내부구조는 ‘ㅁ’ 자 전통한옥을 재현하고 있다. 장독을 놓거나 빨래를 건조하는 데 편리하도록 베란다를 배치하고, 심지어 외출 후 돌아와서 발을 씻는 한국인의 생활습관에 맞춰 목욕실에 ‘세족대’를 설치한 아파트도 있다. 아파트의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한국인의 의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극히 일부의 사례로서, 저자는 아파트를 통해 한국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한국인의 의식을 조명한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나라, 국민 전체의 70%가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이제 단순한 주거공간의 의미를 넘어 현대 한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이자 내시경(內視鏡)이 되었다.
아파트에 대한 국내 최초의 인문·사회과학적 탐구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 학계에서는 아파트에 대한 자발적인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파트의 나라’ 안에 사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아파트 그 자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재발견하고 분석적인 시선으로 재인식하는 데는 무심하고 둔감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아파트 혹은 주택 문제에 관한 국내 학계의 연구는 건축학이나 응용과학, 실용학문이 주도해 왔다. 그 결과, 시대정신이나 사회의식을 결여한 채 행정의 수요나 자본의 논리에 안주해 온 측면마저 있었다.
이에 비해 《아파트에 미치다》는 아파트를 인문·사회과학적 시각에서 다룬 최초의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한국의 아파트가 내포한 사회문화적인 다양한 함의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아파트.한국 현대사, 사회문화사를 읽는 코드
부의 원천이자 차별적 지위의 상징으로서 아파트는 우리 시대의 사회적 영욕은 물론,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아파트를 한국 문화사를 읽는 중요한 코드로 간주하여 통시적이면서도 공시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도입된 과정에서부터 강북의 단독주택이 강남의 아파트에 주거상의 주도권을 내주게 된 배경까지, 그리고 아파트가 한국인 삶의 양식에 가져온 변화와 그 주변적 사실까지, 저자는 예리한 분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다. 저자는 사회학 이론이나 개념을 열거하기보다는 자신의 직관이나 성찰 혹은 상상력을 십분 활용한다. 특히, 아파트 거주문화에 대한 현장감과 체감도를 높이고자 최근 수년치 신문과 잡지의 관련기사를 꼼꼼히 인용한 점은 담론의 현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보통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파트를 통한 한국사회의 특성과 추이를 추적한다. 오랫동안 국내 주요 일간지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저자 특유의 문체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월급만으로 내 집을 장만하려면 통상 9.4년(2008. 12월 국민은행 통계)이 걸린다. 게다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7.8년이라고 한다(영산대 부동산 연구소).
달리 말하면, 신혼의 단꿈을 꾸는 사회초년생 부부는 꼬박 10년에서 20년이란 긴 세월을 오로지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는 데 ‘허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그처럼 힘들게 아파트를 장만했다고 해서, 얘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조금 더 큰 평수로, 조금 더 좋은 동네로 이사 가는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국민들이 우리를 보면 가히 ‘미쳤다’고 할 만하다.
한국인에게 아파트란 무엇일까? 한국인은 왜 아파트에 ‘미치는’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적어도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보유하고 있어야 남의 멸시를 받지 않고, 재테크 수단으로서도 아파트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는 한국인에게 집단적 욕망과 개인적 욕망의 대상이자, 중산층을 넘어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차별적 지위의 상징, 아파트
한국의 아파트 ‘현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차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아파트 건물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나 홀로’ 아파트는 농촌 총각들이 장가를 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시골 농가로 시집가서 불편한 생활을 감내할 처녀는 이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서울 강남에 있는 수십억대 아파트에 사는 ‘수퍼 리치’들은 그들이 고용한 가사도우미를 ‘아줌마’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최소한 ‘이모’, ‘미세스 아무개’ 정도로는 불러줘야 그들이 추구하는 ‘품격’ 있는 삶에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부자의 특권이 ‘차별화’에 있다면, 돈으로 얻은 그 귀중한 열매를 서민이 쓰는 플라스틱 쟁반에 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핵폭격에 대비하여 지하에 벙커를 구축한 초고급 아파트 주민들에게 아파트는 정녕 지위와 신분의 상징임이 분명하다.
중산층의 삶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느 동네, 어느 단지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입주자의 사회적 신분이 갈리고, 심지어 저학년 아이들마저도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모이는 그룹이 달라진다.
한국의 아파트는 과연 한국인에게 지위를 규정하는 차별적 상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의 의식을 들여다보는 내시경, 아파트
이처럼, 아파트의 풍속도를 보여주는 저자는 서양식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화’하였는지 조목조목 소개한다. 대부분 아파트가 외양은 서양식 건물이지만, 내부구조는 ‘ㅁ’ 자 전통한옥을 재현하고 있다. 장독을 놓거나 빨래를 건조하는 데 편리하도록 베란다를 배치하고, 심지어 외출 후 돌아와서 발을 씻는 한국인의 생활습관에 맞춰 목욕실에 ‘세족대’를 설치한 아파트도 있다. 아파트의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한국인의 의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극히 일부의 사례로서, 저자는 아파트를 통해 한국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한국인의 의식을 조명한다.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나라, 국민 전체의 70%가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이제 단순한 주거공간의 의미를 넘어 현대 한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이자 내시경(內視鏡)이 되었다.
아파트에 대한 국내 최초의 인문·사회과학적 탐구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 학계에서는 아파트에 대한 자발적인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파트의 나라’ 안에 사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아파트 그 자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재발견하고 분석적인 시선으로 재인식하는 데는 무심하고 둔감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아파트 혹은 주택 문제에 관한 국내 학계의 연구는 건축학이나 응용과학, 실용학문이 주도해 왔다. 그 결과, 시대정신이나 사회의식을 결여한 채 행정의 수요나 자본의 논리에 안주해 온 측면마저 있었다.
이에 비해 《아파트에 미치다》는 아파트를 인문·사회과학적 시각에서 다룬 최초의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한국의 아파트가 내포한 사회문화적인 다양한 함의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아파트.한국 현대사, 사회문화사를 읽는 코드
부의 원천이자 차별적 지위의 상징으로서 아파트는 우리 시대의 사회적 영욕은 물론,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아파트를 한국 문화사를 읽는 중요한 코드로 간주하여 통시적이면서도 공시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도입된 과정에서부터 강북의 단독주택이 강남의 아파트에 주거상의 주도권을 내주게 된 배경까지, 그리고 아파트가 한국인 삶의 양식에 가져온 변화와 그 주변적 사실까지, 저자는 예리한 분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다. 저자는 사회학 이론이나 개념을 열거하기보다는 자신의 직관이나 성찰 혹은 상상력을 십분 활용한다. 특히, 아파트 거주문화에 대한 현장감과 체감도를 높이고자 최근 수년치 신문과 잡지의 관련기사를 꼼꼼히 인용한 점은 담론의 현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보통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파트를 통한 한국사회의 특성과 추이를 추적한다. 오랫동안 국내 주요 일간지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저자 특유의 문체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목차
머리말
1장. 왜 아파트인가?
2장. 아파트, 한국을 덮다
3장. 아파트-부의 원천
4장. 아파트-신분의 차별
5장. 아파트와 개폐식 삶
6장. 아파트와 사회공동체
7장. 아파트와 이데올로기
8장. 아파트의 한국적 토착화
9장. 아파트공간의 미시정치
10장. 아파트와 미래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