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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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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24363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2436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지금 나는 통화 중이다.
나는 통화 중인 사람과 가까운가? 옆에 있는 사람과 가까운가?
휴대전화는 인간을 분리시키는가? 결속시키는가?
휴대전화와 인간의 사회관계에 관한 새로운 통찰
휴대전화는 인간을 결속시키는가? 분리시키는가? 이 책은 이렇게 답한다. 휴대전화는 인간의 유대를 강화한다. 저자는 휴대전화로 매개되는 상호작용과 면대면 상호작용을 관찰하여, 휴대전화가 다양한 의례(ritual)를 활용한다는 것을 밝혀낸다. 에밀 뒤르켐, 어빙 고프먼, 랜덜 콜린스 등 저명한 사회학자의 논리를 인용해 휴대전화가 우리의 사회관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설명한다.
책의 내용
이 책은 서장에 해당하는 1장을 포함하여 1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2장에서는 사회자본의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한다. 즉 “이제까지 인간 사회는 구성원 간의 응집력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졌는가, 아니면 모래 알갱이처럼 수많은 개인들로 파편화돼 버렸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3장에서는 사회자본이 위축되고 있다는 다소 암울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본다. 그런 후 집단 내에서 의례의 이용, 사회적 결속의 형성과 강화에 미치는 의례의 역할에 대한 제반 이론과 사상의 발전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다시 말해서 4장에서 6장에 이르기까지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이 말하는 “다른 누군가가 연출해 주는 의례”로부터 고프만이나 콜린스가 주장하는 ‘스스로 하는 의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의례가 어떻게 일상적 상호작용과 결합돼 있는가를 추적한다.
7장과 8장에서는 휴대전화가 면대면 상호작용과 매개적 상호작용 각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는 집단 내에서 이뤄지는 매개적 상호작용만을 놓고 보면 휴대전화는 다양한 의례적 도구(은어, 인사의 형식, 유머, 가십 등)의 활용을 통해서 집단 내 결속을 촉진한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린다. 9장에서는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휴대전화가 소집단 상호작용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주장을 편다. 책의 마지막 장인 10장에서는 사회적 결속이 구축되는 마지막 방식, 즉 집단 이데올로기를 통한 사회적 결속의 구축·강화에 휴대전화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다시 말해서 면대면 상호작용을 통해서 도출된 집단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의례라는 형식이 어떻게 이용되며 그 과정에서 휴대전화의 쓰임새는 무엇인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책의 특징
이 책의 주요 특징은 연구의 상당 부분을 주관적인 판단이 가미되는 질적 분석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저자는 질적 분석 방법 중 관찰을 택해 휴대전화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한다.
예를 들어 쇼핑객이나 행인으로 위장해 거리를 배회하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통화자에게 가까이 접근한다. 장소가 식료품 상점이라면 휴대전화 통화자를 발견하는 즉시 가능한 한 그 사람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해서 진열대 위에 놓인 토마토 통조림 라벨을 쳐다보는 시늉을 한다. 만약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통화자가 좌석에 앉아 있다면 그 근처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러면서 휴대전화 통화자들이 공공장소에서 함께 있는 타인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 신경을 쓰는가를 관찰한다.
과연 사람들은 휴대전화 통화에 몰입한 나머지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타인들의 행동에는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통화에 몰입하는가, 아닌가?
관찰을 하는 동안 저자는 관찰 대상자로부터 “욕먹는 것을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라고 고프먼이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켜야할 한계를 넘나들면서 연구 대상인 상황에 최대한 근접해야 하고, 또 그래야만 그 상황을 가장 풍부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굳건히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그런 그의 대담한 관찰 기록을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아래는 그런 연구 기록의 예다.
관찰 결과 1.
여성 한 명과 세 명의 남성이 만나고 있던 중에 여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후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 통화는 이렇게 진행됐다.
“제니야! 무슨 일이야?”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그래, 그거 꼭 해야 돼?”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틀림없지? 좋아, 하지만 지금 사람들 만나는 중이니까, 몇 분 뒤에 내가 다시 전화할게.”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좋아. 그래”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내가 몇 분 후에 전화할 테니까, 내가 좋다고 할 때까지 시작하면 안 돼, 알았지?”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그래, 안녕.”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테이블 반대편을 바라보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자녀에게서 걸려온 전화인 것 같다. 그녀의 전화 통화 중에도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남자 세 명 간에는 대화가 진행됐지만, 다소 맥이 빠지고 산만해 보였다. 휴대전화 통화 이전보다 발언 사이의 간격도 약간 더 길어진 것 같았다. 그녀가 통화 상대와 작별인사를 나눌 즈음에 남자 세 명 간의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그녀는 통화를 끝내고 고개를 테이블로 다시 돌려 면대면 대화 상황으로 복귀했다. 면대면 대화 상대들의 얼굴을 보면서 자신의 애가 쿠키를 구우려 한다고 해서 몇 마디 나누었다는 식으로, 통화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줬다.
이 경우 휴대전화를 받은 여자는 통화를 위해 진행 중이던 면대면 대화로부터 이탈했다. 전화 통화의 흐름이나 테이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자세를 보면 그녀가 통화의 용건(쿠키를 굽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는 자녀의 요구)을 처리하면서도 면대면 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신과 마주 앉아 있는 세 명이 면대면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테이블을 등지는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타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청권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 물리적 공간에서는 두 개의 상호작용이 동일한 가청권의 지배권을 놓고 경쟁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런 경우 면대면 대화는 다소 흐트러질 수밖에 없고 휴대전화 통화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통화를 끝내려는 즈음에, 면대면 대화도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 이유는 그녀가 곧 전화를 끊고 면대면 대화로 복귀할 것이고, 그녀가 ‘부재 중’인 동안 면대면 대화의 진행상황을 간략히 보고하는 의례가 필요하다는 점을 그 남자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관찰 결과 2.
서점에서 한 남자가 이 책 저 책 훑어보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 내지 지시를 받고 있는 듯했다(아마도 그 책은 누군가에게 줄 선물인 것 같았다). 그는 책 한 권을 서가에서 뽑아 그 책을 보면서 통화를 계속했다. 나는 그 사람이 서 있는 구역으로 이동하여 1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서가에 꽂힌 다른 책들을 살펴봤다.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단편적으로 들려오는 통화 내용으로 추측컨대, 어떤 책이 적절한 선물이 될 수 있을지 묻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서가에서 벗어나 책을 들고 3∼4m 떨어진 계산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책값을 치르기 전에 통화를 끝내려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는 계산대를 지나쳐 사람들의 통행이 뜸한 골방처럼 생긴 전시 공간으로 들어갔고, 물론 이때까지 통화는 계속됐다. 잠시 후 나는 천천히 그 골방처럼 생긴 공간으로 따라갔고, 그 사람과 2m 안팎의 거리를 유지하며 전시된 물품들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나와의 거리를 벌리면서 천천히 골방 같은 그 공간을 빠져나와 계산대를 지나쳐 원래의 서가 쪽으로 되돌아가다가 계산대를 몇 m 지난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 지점 근방에 다른 고객 몇 명이 있었는데 그다지 공간이 협소하지는 않았다. 나는 골방에서 조금 더 서 있다가 그곳을 빠져나와 그 남자를 지나쳐 그와 약간의 거리를 둔 채 멈춰 서서 다른 책을 보고 있었다. 이 때 그 남자는 계산대와 나 사이에 서 있었다. 끝으로 그는 계산대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고 휴대전화에 대고 작별인사를 하는 듯싶었다. 그는 통화를 끝낸 후 단말기를 주머니에 넣고 책값을 계산했다.
서점에서 휴대전화 통화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는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주관적 관찰 연구’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나는 물론 그 사람의 대화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통화 내용이 들릴 정도로 그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책을 사는 고객이라는 점에서 나도 그만큼이나 그 서점에 있을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 그 사람은 휴대전화 통화를 계속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자신이 서점이라는 공적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였다. 이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전략은 고객들의 통행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을 찾아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얻고자 하는 ‘예의 바른 무관심’을 그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
나는 통화 중인 사람과 가까운가? 옆에 있는 사람과 가까운가?
휴대전화는 인간을 분리시키는가? 결속시키는가?
휴대전화와 인간의 사회관계에 관한 새로운 통찰
휴대전화는 인간을 결속시키는가? 분리시키는가? 이 책은 이렇게 답한다. 휴대전화는 인간의 유대를 강화한다. 저자는 휴대전화로 매개되는 상호작용과 면대면 상호작용을 관찰하여, 휴대전화가 다양한 의례(ritual)를 활용한다는 것을 밝혀낸다. 에밀 뒤르켐, 어빙 고프먼, 랜덜 콜린스 등 저명한 사회학자의 논리를 인용해 휴대전화가 우리의 사회관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설명한다.
책의 내용
이 책은 서장에 해당하는 1장을 포함하여 1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2장에서는 사회자본의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한다. 즉 “이제까지 인간 사회는 구성원 간의 응집력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졌는가, 아니면 모래 알갱이처럼 수많은 개인들로 파편화돼 버렸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3장에서는 사회자본이 위축되고 있다는 다소 암울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본다. 그런 후 집단 내에서 의례의 이용, 사회적 결속의 형성과 강화에 미치는 의례의 역할에 대한 제반 이론과 사상의 발전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다시 말해서 4장에서 6장에 이르기까지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이 말하는 “다른 누군가가 연출해 주는 의례”로부터 고프만이나 콜린스가 주장하는 ‘스스로 하는 의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의례가 어떻게 일상적 상호작용과 결합돼 있는가를 추적한다.
7장과 8장에서는 휴대전화가 면대면 상호작용과 매개적 상호작용 각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는 집단 내에서 이뤄지는 매개적 상호작용만을 놓고 보면 휴대전화는 다양한 의례적 도구(은어, 인사의 형식, 유머, 가십 등)의 활용을 통해서 집단 내 결속을 촉진한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린다. 9장에서는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휴대전화가 소집단 상호작용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주장을 편다. 책의 마지막 장인 10장에서는 사회적 결속이 구축되는 마지막 방식, 즉 집단 이데올로기를 통한 사회적 결속의 구축·강화에 휴대전화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다시 말해서 면대면 상호작용을 통해서 도출된 집단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의례라는 형식이 어떻게 이용되며 그 과정에서 휴대전화의 쓰임새는 무엇인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책의 특징
이 책의 주요 특징은 연구의 상당 부분을 주관적인 판단이 가미되는 질적 분석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저자는 질적 분석 방법 중 관찰을 택해 휴대전화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한다.
예를 들어 쇼핑객이나 행인으로 위장해 거리를 배회하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통화자에게 가까이 접근한다. 장소가 식료품 상점이라면 휴대전화 통화자를 발견하는 즉시 가능한 한 그 사람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해서 진열대 위에 놓인 토마토 통조림 라벨을 쳐다보는 시늉을 한다. 만약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통화자가 좌석에 앉아 있다면 그 근처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러면서 휴대전화 통화자들이 공공장소에서 함께 있는 타인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 신경을 쓰는가를 관찰한다.
과연 사람들은 휴대전화 통화에 몰입한 나머지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타인들의 행동에는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통화에 몰입하는가, 아닌가?
관찰을 하는 동안 저자는 관찰 대상자로부터 “욕먹는 것을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라고 고프먼이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켜야할 한계를 넘나들면서 연구 대상인 상황에 최대한 근접해야 하고, 또 그래야만 그 상황을 가장 풍부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굳건히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그런 그의 대담한 관찰 기록을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아래는 그런 연구 기록의 예다.
관찰 결과 1.
여성 한 명과 세 명의 남성이 만나고 있던 중에 여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후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 통화는 이렇게 진행됐다.
“제니야! 무슨 일이야?”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그래, 그거 꼭 해야 돼?”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틀림없지? 좋아, 하지만 지금 사람들 만나는 중이니까, 몇 분 뒤에 내가 다시 전화할게.”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좋아. 그래”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내가 몇 분 후에 전화할 테니까, 내가 좋다고 할 때까지 시작하면 안 돼, 알았지?”
(통화 상대방으로부터의 응답)
“그래, 안녕.”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테이블 반대편을 바라보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자녀에게서 걸려온 전화인 것 같다. 그녀의 전화 통화 중에도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남자 세 명 간에는 대화가 진행됐지만, 다소 맥이 빠지고 산만해 보였다. 휴대전화 통화 이전보다 발언 사이의 간격도 약간 더 길어진 것 같았다. 그녀가 통화 상대와 작별인사를 나눌 즈음에 남자 세 명 간의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그녀는 통화를 끝내고 고개를 테이블로 다시 돌려 면대면 대화 상황으로 복귀했다. 면대면 대화 상대들의 얼굴을 보면서 자신의 애가 쿠키를 구우려 한다고 해서 몇 마디 나누었다는 식으로, 통화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줬다.
이 경우 휴대전화를 받은 여자는 통화를 위해 진행 중이던 면대면 대화로부터 이탈했다. 전화 통화의 흐름이나 테이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자세를 보면 그녀가 통화의 용건(쿠키를 굽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는 자녀의 요구)을 처리하면서도 면대면 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신과 마주 앉아 있는 세 명이 면대면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테이블을 등지는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타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청권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 물리적 공간에서는 두 개의 상호작용이 동일한 가청권의 지배권을 놓고 경쟁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런 경우 면대면 대화는 다소 흐트러질 수밖에 없고 휴대전화 통화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통화를 끝내려는 즈음에, 면대면 대화도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 이유는 그녀가 곧 전화를 끊고 면대면 대화로 복귀할 것이고, 그녀가 ‘부재 중’인 동안 면대면 대화의 진행상황을 간략히 보고하는 의례가 필요하다는 점을 그 남자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관찰 결과 2.
서점에서 한 남자가 이 책 저 책 훑어보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 내지 지시를 받고 있는 듯했다(아마도 그 책은 누군가에게 줄 선물인 것 같았다). 그는 책 한 권을 서가에서 뽑아 그 책을 보면서 통화를 계속했다. 나는 그 사람이 서 있는 구역으로 이동하여 1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서가에 꽂힌 다른 책들을 살펴봤다.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단편적으로 들려오는 통화 내용으로 추측컨대, 어떤 책이 적절한 선물이 될 수 있을지 묻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서가에서 벗어나 책을 들고 3∼4m 떨어진 계산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책값을 치르기 전에 통화를 끝내려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는 계산대를 지나쳐 사람들의 통행이 뜸한 골방처럼 생긴 전시 공간으로 들어갔고, 물론 이때까지 통화는 계속됐다. 잠시 후 나는 천천히 그 골방처럼 생긴 공간으로 따라갔고, 그 사람과 2m 안팎의 거리를 유지하며 전시된 물품들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나와의 거리를 벌리면서 천천히 골방 같은 그 공간을 빠져나와 계산대를 지나쳐 원래의 서가 쪽으로 되돌아가다가 계산대를 몇 m 지난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 지점 근방에 다른 고객 몇 명이 있었는데 그다지 공간이 협소하지는 않았다. 나는 골방에서 조금 더 서 있다가 그곳을 빠져나와 그 남자를 지나쳐 그와 약간의 거리를 둔 채 멈춰 서서 다른 책을 보고 있었다. 이 때 그 남자는 계산대와 나 사이에 서 있었다. 끝으로 그는 계산대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고 휴대전화에 대고 작별인사를 하는 듯싶었다. 그는 통화를 끝낸 후 단말기를 주머니에 넣고 책값을 계산했다.
서점에서 휴대전화 통화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는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주관적 관찰 연구’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나는 물론 그 사람의 대화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통화 내용이 들릴 정도로 그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책을 사는 고객이라는 점에서 나도 그만큼이나 그 서점에 있을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 그 사람은 휴대전화 통화를 계속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자신이 서점이라는 공적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였다. 이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전략은 고객들의 통행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을 찾아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얻고자 하는 ‘예의 바른 무관심’을 그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
목차
목차
역자 서문
서문
감사의 글
1장 모바일 커뮤니케이션과 의례적 상호작용: 배관공이 나의 집에 들어서다
‘의례’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
휴대전화 관련 전 세계적 동향
이 책의 체제
이 책의 연구 방법
소결
2장 정보통신 테크놀로지, 사회적 추동력과 개인적 추동력 간의 긴장 관계
사회자본과 결속
개인주의화
매개적 상호작용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간의 균형
3장 의례적 상호작용과 사회적 결속: 에밀 뒤르켕의 견해
뒤르켕과 의례
거시적인 것에서 미시적인 것으로, 면대면 상황에서 매개적 상황으로
4장 일상 속의 의례적 상호작용: 어빙 고프만의 견해
의례에 대한 뒤르켕과 고프만의 시각 비교
분석 단위로서의 상황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으로서의 대인적 의례
토템
전화 통화의 연출
소결
5장 의례적 상호작용: 랜덜 콜린스의 견해
상호작용 의례 연쇄
‘면대면 상황’이라는 의례의 조건
실패한 의례
소결
6장 이벤트로서의 의례: 인간관계의 촉매
의례적 연대의 경과
의례와 관행의 경계
소결
7장 면대면 상호작용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면대면 상황에서 ‘독자적 이용’ 대상으로서의 휴대전화
휴대전화와 면대면 상황
소결
8장 휴대전화와과 매개적 상호작용
휴대전화에 의해 매개된 의례
휴대전화에 의해 매개되는 의례적 상호작용의 여러 유형들
소결
9장 경계가 분명한 연대: 휴대전화와 친근한 영역에서의 결속
휴대전화와 소집단의 통합
휴대전화로 연계된 현존
소결
10장 사회적 결속을 다시 생각한다.
경계가 분명한 연대 : 집단 특유의 이데올로기의 발생과 유지
ICT와 사회적 지평의 확장
개인화, 공동체화 혹은 새로운 어떤 추세?
참고문헌
역자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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