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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착도서

단행본

날씨의 맛: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를 느끼는 감수성의 역사

발행사항
서울: 책세상, 2016
형태사항
331 p: 삽도, 22cm
서지주기
참고문헌을 포함하고 있음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26330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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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26330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
날씨를 느끼는 사람들의 감수성은 어떻게 변화해왔나
기쁨, 슬픔, 즐거움, 혐오, 우울, 공포, 불안, 권태…
날씨와 관련된 감각과 감정의 변천사를 읽는다


스탕달은 사적인 글에서 “영원히 내릴 것처럼 계속되는 질척하고 고약하고 밉살스러운 비”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투덜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월든》에서 “비가 식물에 좋다면 나에게도 좋은 것”이라며 자연과의 일체감을 주는 비를 예찬했다. 이처럼 상반된 감정을,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날씨는 문학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곤 했다. 예컨대 알베르 카뮈의《이방인》에서는 눈부시도록 번뜩이는 ‘햇빛’이 주인공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는 결정적인 동기로 작용하여 운명을 일변시킨다. 손창섭의〈비 오는 날〉, 현진건의〈운수 좋은 날〉, 황순원의〈소나기〉같은 한국 소설에서도 우울하고 불길하고 때로는 사랑의 두근거림을 촉발하는 ‘비’가 작품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간 날씨 연구가 주로 자연과학의 측면에서 이루어져 날씨의 생성 과정을 추적하고 그 여파를 분석하는 기상학의 발전을 이끌었다면, 이 책은 날씨를 느끼는 우리의 감각과 감수성에 초점을 맞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은 날씨를 어떻게 지각해왔는가? 비와 눈을 맞으며, 안개와 뇌우를 목도하며 개개인은 어떤 감정을 느껴왔는가? 이 의문에 답하고자 ‘감각과 감수성 역사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을 필두로 지리학·기상학·사회학·문학 등의 전문가 열 명이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발자취를 탐색했다.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날씨 관련 묘사를 분석하고, 예술사와 사회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안개, 바람 등을 느끼는 감각의 변화를 짚어내는 이 책은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우리 감수성의 흥미진진한 역사를 발견케 한다. 인간이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자연 현상으로, 우울함, 충만함, 기쁨, 공포, 불안 등을 일으키는 날씨와 관련된 감각과 감정의 변천사라 할 수 있다.
날씨는 하늘의 소관이고 신의 뜻이라 여기던 옛날부터 과학의 발전으로 날씨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 지금까지, 날씨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날씨만큼 이데올로기적인 것은 없다”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전방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입증한다.

날씨를 느끼는 감각과 감정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

도시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네
가슴을 파고드는
이 울적함은 무엇일까?
_폴 베를렌,〈도시에 비가 내리듯〉중에서

나는 예컨대 소나기가 내릴 때, 이끼가 내려앉은 오래된 담장 위로 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볼 때, 바람이 비의 미세한 떨림과 뒤섞여 윙윙대는 소리를 들을 때 기쁨을 맛본다. 밤에 들리는 이 쓸쓸한 소리들은 나를 달콤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게 한다.
_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자연에 관한 연구》중에서

위 글에서 보듯, 비 내리는 날씨 때문에 울적해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빗소리가 빚어내는 감미로움에 기쁨을 느끼는 이도 있다. 17세기의 서간문 작가 드 세비녜 부인은 비를 맞으며 달리면서 당대 여성에게 요구되던 정숙함에서 벗어나는 일탈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비는 정치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시민왕’을 자처한 루이 필리프 1세는 1831년 메츠를 방문했을 때, 도열한 병사들이 비를 맞고 있자 망토 쓰는 것을 거절하고 함께 비를 맞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로써 “모든 프랑스 국민이 비 앞에, 즉 자연의 법칙 앞에 평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비를 인기 전략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1장에서는 비 내리는 날씨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을, 비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상징적 의미를 띠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2장에서는 햇빛에 대한 평가가 1750년에서 1960년까지 약 200년 동안 완전히 전복되어 경계의 대상에서 찬양의 대상으로 바뀌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본다. 18세기까지만 해도 햇볕을 지나치게 쬐면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무더위와 가뭄으로 인한 재난은 태양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러 병을 치유하기 위해 햇볕을 쬐는 것이 권고되는 등 햇빛의 살균 효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화력과 치유력을 지닌 햇빛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도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져 일광욕과 산책 열풍을 대대적으로 일으켰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햇빛은 생명력, 욕망, 건강, 웰빙의 상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아 세탁기, 세제 등의 광고 이미지에 등장하게 된다.
3장에서는 프랑스 각 지역의 지형과 기후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고 지칭하는 용어와 표현도 가지각색인 바람을 다룬다. 프랑스의 지방 설화에 등장하는 바람 묘사를 인용하면서 파괴적인 면과 유익한 면을 동시에 지닌 바람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지 분석한다.

날씨, 미학적 영감과 기발한 은유의 원천이 되다
4장에서는 맛보고, 밟고, 만지고, 보고, 그 속에 파묻히는 등, 우리의 오감을 통해 정의 내릴 수밖에 없는 기상 현상인 눈에 대한 감각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눈은 고대 로마 시대에 포도주나 우유 같은 음료를 차게 식히는 데 활용되었고, 이 전통은 계속되어 눈의 집하와 운반이 활발히 이루어져 관련 기록과 유적이 유럽 곳곳에 남아 있다. 한편, 케플러 등의 과학자들은 눈송이의 구조와 성질에 관심을 기울였고, 브뤼헐을 비롯한 화가들은 눈이 등장하는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직접 밟고 접촉하는 눈은 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해서 19세기 말부터 스키를 위시한 동계 스포츠가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산악지대에 스키장이 건설되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5장에서는 신비롭고 예측할 수 없으므로 위험하고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만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여 창의력의 근원이 되기도 하는 안개를 다룬다. 때로는 불길하고 해로운 것으로, 때로는 마녀나 유령과 결부된 것으로 인식되는 등 수많은 속설을 지닌 안개는 그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효과로 말미암아 환상동화, 추리소설, 공상과학소설 작가들은 물론이고 화가, 사진가, 조각가, 설치미술가 등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작품을 창조하는 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6장에서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우리를 크게 놀라게 하는 뇌우와 폭풍우, 태풍에 대해 살펴본다. 뇌우는 ‘신의 분노’ 표출로 여겨져 오랫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나 계몽주의 시대에 얼마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시도되었다. 독일 낭만주의의 ‘질풍노도Sturm und Drang’(Sturm은 ‘폭풍우’를 뜻한다) 운동이란 명칭에서도 보듯 뇌우와 폭풍우는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미학의 대상이 되었고,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사회적·정치적 격변의 은유로 즐겨 쓰이기도 했다.
7장에서는 오늘날의 기상 인식, 사람들이 일기예보에 보내는 열광과 근심을 살펴본다. 날씨에 대한 감수성의 역사를 크게 세 단계로, 즉 계절의 시대, 일기예보의 시대, 기후의 시대로 나누고, 현재는 일기예보의 시대에 해당한다고 본다. 기상학의 발전으로 날씨가 우리 생활에 주는 영향력은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으로 날씨와 일기예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여가와 휴가가 늘어나면서 기상 정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진 현재의 세태,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시차 증후군jet lag 등의 질환이 유행처럼 미디어에 오르내림에 따라 생겨난 치료법들을 논하는 등 기상 문화에 대한 현대의 사회학적·심리학적 연구 자료를 검토한다.

날씨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풍부한 입증 자료
비, 햇빛, 바람, 눈, 안개, 뇌우, 그리고 기상 자체와 일기예보를 다룬 일곱 개의 장을 각각의 기상 현상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집필한 만큼 풍부한 전문 지식을 담은 이 책은 날씨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과 다채로운 개성이 두드러져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바람’을 다룬 3장은 프랑스 각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중심으로 바람이 묘사되는 다양한 양상을 분석했고, ‘안개’를 다룬 5장과 ‘일기예보’를 다룬 7장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한 인터뷰를 활용했다. ‘눈’과 ‘뇌우’를 다룬 4장과 6장에서는 눈이 내리거나 쌓인 풍경, 뇌우가 내리치는 광경이 등장하는 미술 작품을 다수 소개하여 날씨를 표현하는 기법이 어떻게 변화했고 이에 영향을 미친 요소는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시, 소설, 수필 등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날씨 관련 묘사를 찾아내어 분석하는 한편, 사상가 및 학자의 저작에 나오는 날씨 이야기도 언급하며 논지를 전개해나간다. 18∼20세기 프랑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의 사례도 두루 다룬다. 헤시오도스, 베르길리우스, 괴테, 모파상, 졸라, 위고, 스탕달, 베를렌, 보들레르, 소로, 휘트먼 등의 문학가,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버크, 칸트, 바르트, 바슐라르, 뒤랑, 에코 등의 사상가 및 학자의 저작에 나오는 날씨 이야기가 언급되고, 루이 필리프 1세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의 일화도 예시된다. 날씨 관련 데이터, 신문과 잡지 기사도 인용하는 등 근거로 삼는 자료들의 범위가 폭넓다.
또한 브뤼헐, 카유보트, 터너, 모네 등 유명 화가의 그림, 안개가 끼거나 번개가 치고 눈이 쌓인 프랑스 각 지역을 기록한 사진, 해수욕장 개장을 알리거나 햇빛을 막는 의복을 선전한 백화점의 광고 포스터, 기상 관련 사항을 표시한 지도 등등, 시각 자료도 다채롭게 담고 있다.
목차
머리말 1 빗속에서 알랭 코르뱅 2 햇빛, 또는 평온한 날씨의 맛 크리스토프 그랑제 3 이야기 따라 바람 따라 마르틴 타보 콩스탕스 부르투아르 니콜라 쇠넨발트 4 눈을 맛보다, 보다, 만지다 알렉시 메츠제 5 안개를 쫓아 리오네트 아르노댕 슈가레 6 뇌우가 몰아칠 듯한 날씨 아누슈카 바작 7 날씨는 어떻습니까? 열광과 근심의 대상인 오늘의 일기예보 마르탱 드 라 수디에르 니콜 펠루자 원주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