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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오늘의 교육총서

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발행사항
서울: 교육공동체 벗, 2013
형태사항
p327 : 삽도, 23cm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24267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24267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그동안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2011년 12월, 이른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학교 현장은 학교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이듬해 2월 교과부는 서둘러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내놓고 ‘일진 소탕 작업’을 선포했고, 가/피해자를 가려낸다는 명목하에 ‘학교폭력 전수조사’와 ‘정서.행동발달 검사’가 학교 현장에 무차별적으로 행해졌다. 학교폭력 예방을 목적으로 한 교육이 강제되고 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신설되었으며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일벌백계했다. 그야말로 ‘학교폭력의, 학교폭력을 위한, 학교폭력에 의한’ 행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폭력은 쉬 사그라지지 않았고, 청소년들의 자살도 끊이지 않았다. 학교폭력을 잉태한 공간으로서 학교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학교폭력을 둘러싼 학생들 사이의 정글 같은 먹이사슬을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쏟아진 정책들은 거대한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학생들 사이의 연이은 죽음 앞에서 드러난 것은 우리 사회의, 교사의, 학교의, 정부의 무능력함이었고, 학교폭력을 생생히 그리고 입체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교육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토양 역시 빈곤함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지난 1년 반 동안 학교폭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바탕 소란이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었는지 증언한다. ‘학교폭력 피해 발생 → 가해자 엄벌 → 가해자 색출을 위한 학교의 사법기관화 → 교육 당국의 꼬리 감추기’라는 도식은 학교폭력이 처음 사회문제화되었던 1990년대 중반부터 지난 20년간 계속 반복되어 온 악순환이었다. 때마다 일진 소탕 작전을 벌여도 학교폭력이 쉬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학교폭력이 수용소로서 기능만이 남은 학교와 안전판 없는 폭력적인 사회를 숙주로 삼고 있기 때문임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학교폭력 정국이 휩쓸고 간 이 폐허 속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예견된 폭력>은 학교폭력이 터해 있는 구조와 맥락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학생 간 폭력을 부각시키면서 정작 학교가 가진 폭력성은 꼬리를 감추었음을 이야기한다. 2부 <우정이 불가능한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을 인터뷰해 쓴 생생한 르포다. 이들은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교육’의 본연의 역할과는 관계없는 빌어먹을 일들의 연속이며, 우정이 불가능한 공간임을 고발한다. 3부 <당신들의 ‘평화’를 거부한다>는 학교폭력 정국 이후 쏟아져 나온 담론과 정책들을 분석하고 우리가 이 속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살핀다. 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쏟아진 정책들이 학교 현장과 학생들에게 어떤 폭력을 행사했는지도 밝힌다. 4부 <연대와 공감의 교육>에서는 폭력에 맞서는 힘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갈등과 불화가 없는 사회는 없으며 폭력은 근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폭력을 양산하는 권력에 저항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공감과 연대의 감정을 키우는 것임을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그 외에, 애도哀悼가 없는 학교에서 교육은 불가능함을 드러낸 <프롤로그 - 애도哀悼 없는 학교>(엄기호),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에서는 폭력만이 유일한 의사소통으로 기능함을 토로한 <에필로그 - 폭력이 아닌 감정의 연대로>(진냥)도 학교폭력이 학교와 교육에 던진 중요한 화두를 이야기한다. 일본의 이지메/학교폭력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이 책의 의미와 한계를 꼼꼼하게 분석한 <비평 - 학교폭력에 마주 서기 위한 공유된 지식을 찾아서>(김종구)는 학교폭력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시사한다.

학교가 없으면 학교폭력도 없다
: 1부 - 예견된 폭력


<학교, 폭력의 숙주>에서 이계삼은 학교가 없다면 학교폭력이 지금처럼 막강해질 수 있었을까 반문하며, 학교폭력에 대한 한국 사회의 특수성으로 IMF 구제금융 체제 이후 생겨난 양육 방식의 변화를 꼽는다. 먹고사는 일이 강파른 곡예가 되어 버리고 가족, 마을, 또래 집단 등의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폭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우정’과 ‘민주주의’, 그리고 기존의 교육과정과 단절한 새로운 ‘몸의 교육과정’이다. <평화로운 학교는 없다>에서 조영선은 ‘학교는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공간’이라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공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노페(노스페이스)’라는 비싼 갑옷으로 자신을 가리고 센 척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방위성금이나 불우 이웃 돕기 성금 등 이유 없이 돈을 걷고 ‘소지품 검사나 압수’도 무시로 일어나는 공간, ‘사랑의 매’나 선생님을 도와주는 ‘심부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곳이 바로 학교임을 고백한 저자는 공기를 바꾸지 않고서는 폭력적인 문화는 쉬 없어지지 않음을 강조한다. 배경내는 <“걔가 원래 좀 그랬어요”에 담긴 함의>에서 학교폭력을 잉태하고 있는 차별/혐오의 정서를 파헤친다. 여러 연구물들과 인터뷰를 통해 학교 안에서 소수자나 약자들이 어떤 차별과 폭력을 당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낸 저자는 ‘평화로운 학교’는 폭력이 없는 학교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성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학교라고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부서지는 사람들
: 2부 - 우정이 불가능한 학교


정용주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구조와 문화를 분석한다. <언터처블 학교 1 - 학생편>에서는 학교폭력을 둘러싼 학생들의 얽히고설킨 권력 구조를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학교는 공동체라기보다는 집단으로 분리되어 있고, 학생들은 그 속에서 친구 관계도 우정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라 외모나 부모의 경제력 등에 의한 차별적인 결속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전달한다. <언터처블 학교 2 - 교사?학부모편>에서는 ‘학교 착각’이라는 개념을 통해 학교가 배움의 공간, 평화의 공간이 아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약자에 대한 폭력이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치기보다 약자가 되지 않는 법을 가르치려 하고, 교사들은 서류 중심의 학교폭력 관리 속에서 그저 구경꾼이 돼 가고 있음을 지적한 그는 학교폭력은 폭력적인 학교를 나타내는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냥의 <부서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다>는 학교폭력을 둘러싼 오해와 착각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학교 : 부서지는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저자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한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통해 학교라는 공간의 어두운 면을 응시한다. 한 해에 6만 명 이상이 떠나고, 300명 이상이 자살을 택하는, 그래서 어느 누가 죽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학교. 그 속에서 견디다 못해 부서져 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다가온다.

누가 진짜 일진인가
: 3부 - 당신들의 ‘평화’를 거부한다


<학교는 교육기관인가, 사법기관인가>는 학교폭력 정국 이후 경찰국가화 돼 버린 학교를 비판한다. 저자인 조영선은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에서도 가장 크게 논쟁이 된 ‘일진 색출’과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를 중심으로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며 나오는 대책들이 학교에 어떤 폭력을 휘둘렀는지를 이야기한다. 일진을 검거하겠다며 펼친 교과부의 정책들이 가진 폭력성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과연 누가 진짜 일진인지 반문한다. <불안으로 유지되는 대규모 산업>에서 진냥은 학교폭력 대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있고, 산업화/상업화되고 있는지를 고발한다. 기존의 스펙주의 혹은 입시 제도와 학교폭력 대책이 결합해서 ‘또래 상담’, ‘학생 부담임제’, ‘청소년 멘토제’ 등이 탄생하고 학교폭력 예방 지도사나 상담사 등 관련 자격증이 각광받는가 하면 학교폭력을 테마로 한 각종 캠프나 교육 프로그램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공적인 해결은 외면하고 사적으로 떠넘기고 있음을 지적한 저자는 이런 접근법은 기존 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며 학교폭력을 재생산할 뿐이라고 강조한다. 한낱은 상담과 돌봄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은밀한 폭력>을 꼬집는다. 고통의 본질은 삭제된 채 학생 개인에게 병명을 붙임으로써 ‘문제아’ 뒤로 숨어 버리는 ‘문제 학교’ 앞에서 그는 지금의 사태를 두고 어른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용소로서 학교>에서 정용주는 학교가 여전히 긴급조치 속에 있음을 폭로한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교폭력 전수조사, CCTV 설치, 스쿨 폴리스 등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이 강화될수록 유신시대를 지칭하는 말처럼 ‘전 학교(국토)의 감옥화, 전 학생(국민)의 죄수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학교에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합의된 가치가 존재하고 있는지 되묻는 그는, 최근 일베를 둘러싼 논쟁을 학교의 현실에 빗대어 분석한다.

폭력에 맞서는 힘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 4부 - 연대와 공감의 교육


<폭력의 반대말이 ‘안전’ 맞습니까?>에서 저자는 폭력에 대한 대응책으로 나온 안전 담론이 어떻게 자유와 인권을 잡아먹고 있는지 살펴본다. 한낱은 안전 담론이 사회적 소수자들을 관리/통제하거나, 배제/추방하는 효과적인 기제가 될 위험성을 지적하며 연대와 상호 돌봄의 언어로 안전 너머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하승우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모든 갈등과 불화마저 없애려 하는 현재의 학교를 비판한다. <폭력에 관한 질문은 올바른가>에서 그는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한 있을 수밖에 없는 불화를 제거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의 생명력과 평화를 파괴하는 근본적인 폭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교육이 갈등과 불화를 인정하고 그것과 함께 사는 법을 연습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더 ‘소란스러운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 <‘오지랖 넓은’ 학생들을 기르는 교육>에서 조영선은 학생들이 불의와 폭력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상적 무권리의 상황에 처해 있는 학생들은 학교폭력 상황에서도 대항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폭력에 맞서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참여와 자치를 보장해야 하고 그것은 곧 학생들과 권력을 나누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목차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 애도哀悼 없는 학교 _ 엄기호 1부 예견된 폭력 ① 학교, 폭력의 숙주 - 학교폭력의 인식론적 회로를 더듬다 _ 이계삼 ② 평화로운 학교는 없다 - 학교폭력과 학생인권 _ 조영선 ③ “걔가 원래 좀 그랬어요”에 담긴 함의 - 차별/혐오의 열쇳말로 살펴본 학교폭력 _ 배경내 2부 우정이 불가능한 학교 ① 언터처블 학교 1 - 학생편 _ 정용주 ② 언터처블 학교 2 - 교사/학부모편 _ 정용주 ③ 부서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다 - 학교폭력을 둘러싼 오해와 착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학교 : 부서지는 사람들〉 _ 진냥 3부 당신들의 ‘평화’를 거부한다 ① 학교는 교육기관인가, 사법기관인가 - 학교폭력근절대책은 학교에 어떻게 폭력을 휘둘렀나 _ 조영선 ② 불안으로 유지되는 대규모 산업 - 학교폭력 정국이 우리에게 남긴 것 _ 진냥 ③ 은밀한 폭력 - ‘돌봄’과 ‘상담’은 청소년을 구원할 수 있나 _ 한낱 ④ 수용소로서 학교 - 전 학교의 감옥화, 전 학생의 죄수화 _ 정용주 4부 ‘장악’이 아닌 ‘해방’으로 ① 폭력의 반대말이 ‘안전’ 맞습니까 - 자유와 인권을 잡아먹는 몹쓸 ‘안전’에 딴죽걸기 _ 한낱 ② 폭력에 관한 질문은 올바른가 - 갈등과 불화와 함께 살기 _ 하승우 ③ ‘오지랖 넓은’ 학생들을 기르는 교육 - 폭력에 맞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_ 조영선 에필로그 / 폭력이 아닌 감정의 연대로 _ 진냥 비평 / 학교폭력에 마주 서기 위한 공유된 지식을 찾아서_ 김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