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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기록되지 않은 노동: 숨겨진 여성의 일 이야기

발행사항
서울: 삶창, 2016
형태사항
279 p., 22cm
비통제주제어
여성노동, 노동문제, 여성학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27529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27529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개인의 선택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 속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급변해왔다.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1990년대 이후 여성들은 비정규, 비공식 노동을 더욱 도맡게 되었다. 여성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일은 화려해 보였지만 실은 불안정한 일자리였다. 10년 사이에 여성 비정규직은 34만 명이 증가했고 시간제와 파견 용역직이 급증했다. 일하는 여성들 다섯 명 중 한 명은 시간제나 파견직으로 일한다. 유망 직종이라며 새 일들이 줄줄이 생겨나고 있지만, 여성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사회적 보장에서 제외되고 법적으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 속에는 먹이고 씻기고 기분 맞춰주고 돌보는 일은 여성이 당연히 하는 일이고, 그 대가를 따로 쳐주지 않아도 된다는 성별 분업과 성차별의 편견이 있다. 그리고 사회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민간시장에 맡겨 여성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정책의 부재도 있었다. 새로운 여성노동자들이 생겨났지만 그녀들에게 노동자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이는 없었다.

>>> 책 소개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이라는 소수자 노동


세상에는 많은 일이 있고 사람들이 그 일을 함으로써 사람살이는 그나마 유지되고 조금씩 변화되어 간다. 물론 그 일, 노동 자체가 변화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개별적으로는 생존을 위해서 혹은 드물게는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어떤 일에 종사하지만 그것의 후과는 자못 크다고 하겠다. 이것이 사회와 문명의 동력이지도 모른다. 따라서 노동은 근대 사회의 권리로서 존중받기 이전에, 함께 사는 사회를 유지, 존속케 하는 하나의 존재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노동의 조직화와 노동운동의 발전은 그런 인식의 부재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한편으로는 사회가 노동을 하나의 수단으로 치부함으로써 많은 갈등을 일으켜왔다. 물론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데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경제주의적 관점, 정확하게는 국가나 자본의 지독한 경제주의적 태도가 큰 영향을 끼쳐 왔다. 노동을 국가의 발전과 자본의 증식 수단으로만 이해함으로써 노동에 종사하는 개별적 존재들의 가치를 함부로 폄훼해온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노동은 부당하게 대접받아 왔고 지금도 그렇다.
이 책의 저자들이 밝히려 한 것도 바로 남성-정규직-비장애인 노동의 반대편에 있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소수자의 노동,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의 실상들이다. 그것도 어떤 개념으로부터 연역된 게 아니라 개별 노동자의 육성을 담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기록의 세계’에서는 결코 보여주지 못하는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의 다른 면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가슴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옮겨 적으며 알게 되었다. 우리는 돈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자기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꿈꾸고, 협력하고 싶어하며, 자신이 일에 쓰는 시간이 의미가 있기를 바라면서, 결국 함께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한다. 그 외로운 자부심을, 사람다움을 남몰래 지키고 있는 자부심을 함께 지킬 수 있게, 그녀들을 노동자라고 부르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_안미선, 「들어가는 글-일하는 여자들의 얼굴」 중에서

여성이며 비정규직이기에 벌어지는 차별

여성이 일을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일반적인 현상이라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노동’이라는 보편적 범주에 욱여넣고 싶어한다. 혹은 모든 것을 계급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싶어한다.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을 노동계급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게 틀린 접근법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문제는 노동계급 내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간극과 균열들이다. 그 간극과 균열 들을 ‘노동’이나 ‘계급’으로 환원했을 때, ‘여성-비정규직-장애인 노동’의 소수자적 특징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고 또 실제적으로 그래 왔다.

“저는 원래 목이 약한 편인데 계속 말해야 하니까 편도염이 잘 걸려요. 다른 분들도 많이 그렇고……. 또 저희 일은 아무래도 고객들 위주로 친절하고 기분 좋게 항상 응대해야 하잖아요. 도우미 인권은 없는 것 같아요. 성희롱도 있고……. 제가 들어본 말 중 되게 기분 나쁘고 불쾌했던 것은, ‘축하드립니다. 선물 드릴게요’ 하면 아저씨가 나보고 ‘언니는 안 주나? 다른 건 안 주나?’ 능글맞게 말하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뒤에서 안은 적도 있고,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지켜본 적도 있고.”

_안미선, 「도우미 인권은 없는 것 같아요」중에서

아줌마라서 함부로 욕하는 것 같아 그녀는 무척 화가 났다. 그대로 넘어가면 다른 여성들에게도 써먹을 것 같았다. 고객들은 조그마한 일인데도 사무실에 전화해서 직원들 이름을 대면서 항의한다. 그게 무서워서, 고객이 뭐라고 하면 그저 미안하다고 했던 것이 고객들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객이 하는 욕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가 그렇게 맞대응을 하게 된 것은 오랫동안 일하면서 가능하게 된 일이다. 처음 일할 때 별일 아닌 것으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다.

_변정윤, 「‘욕설은 기본’, 톨게이트 여성노동자의 호소」중에서

이 책의 어디를 들춰봐도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비정규직 노동으로 일을 할 때 벌어지는 성희롱과 성차별, 인권유린의 생생한 사례가 넘쳐난다. 이런 사례들을 과연 ‘노동’이나 ‘계급’의 관점으로 치유 가능한지는 심각하게 따져 물을 일이다. 다시 말하면, 21세기의 대한민국은 19세기적 계몽도 뿌리내리지 못한 척박한 사회인 것이다.

장애인이기에 벌어지는 차별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을 하는 여성이라는 주체에 장애인이라는 또 하나의 주체가 추가될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인터넷이나 구인광고에 버젓이 장애인 채용공고를 낸 회사들의 반응은 중증장애인으로서 이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가려는 내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나에게는 이력서를 제출했던 회사가 요구하는 심사조건에 누락될 만한 단점이 없었는데도, 서류 심사에 통과해 면접을 보러 가면 면접관들은 대놓고 내 면전에 이런 말들을 했다.
“이렇게 심한 중증이 올 줄은 몰랐다.”
“어느 정도 생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느냐?”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 장애 때문에 수반되는 결과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겠다.”
“부모님은 이런 중증장애의 딸에게 재산도 물려주지 않고 뭘 했느냐? 이런 중증장애인, 그것도 여성이 꼭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느냐? 부모 복을 잘못 타고 났으니 남편이라도 잘 만날 수 있도록 사람들이나 많이 사귀어봐라! 이 험난한 취업난에 뛰어들지 말고.”
“우리는 국가시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라 중증장애인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정 원한다면 일은 하게 해줄 수 있지만 장애인이 사용할 만한 화장실이 없다. 알아서 해결하든 자신 없으면 자진해서 입사를 포기해라!”

_최성미, 「‘생산성’ 묻는 사회, 장애 여성의 노동은?」중에서

인권유린과 성차별은 비혼모에게도, 그리고 이주 여성노동자에게도 변함없이 작용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차별의 땅이며, 차별의 이유는 너무도 인위적이고 천차만별이다. 여성이기에, 비정규직 노동자이기에, 장애인이기에, 이주노동자이기에, 비혼모이기에 벌어지는 차별 중 몇 가지만 겹치게 되면 그것의 무게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이 ‘기록되지 않은 노동’에게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자의 일반적 권리를 적용한다고 해서 해소될 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그림자처럼 존재하지만 공화국 시민으로서 기본적인 권리 주장도 묵살당하는 노동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노동은 다음과 같으며,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의 부모들과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는 노동들이다. 야쿠르트 아줌마, 행사 도우미, 여성 트레이너, 여성 대리운전,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 산모도우미, 돌봄교실 선생님, 방과후 교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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