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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골골한 청년들: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내는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

발행사항
파주: 오월의 봄, 2022
형태사항
372 p: 삽도, 21cm
서지주기
참고문헌을 포함하고 있음
비통제주제어
청년, 사회문제, 청년복지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00031033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31033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건강한 몸’의 세계를 살아가는
골골한 청년들의 이야기

청년이 골골하다고?

‘청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무엇일까? 한편에서는 마치 “박카스 광고”에 나올 것 같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건강하고 활기찬 (비장애인 남성) 청년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 한편에서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N포세대” 같은 말로 상정되는 불안정하고 고된 여정 위의 청년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열정이 넘치는 청년, 혹은 불안한 미래 앞에 좌절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 어디에도, ‘건강한 몸’에서 벗어난 청년은 상정되지 않는다.
언제든 아픈 상태가 될 수 있는 청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만성질환과 함께하는 청년, 자잘한 만성질환을 여럿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어 대체로 ‘몸이 안 좋은’ 청년. 그야말로 ‘골골한’ 상태의 청년들은 이중적인 잣대 속에 놓인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함의 기준에서 탈락한 몸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몸으로 취급되고, 회복할 시간과 기회에도 인색한 이 사회에서, 와병할 정도의 중증 환자도 아닌 젊은 사람이 골골거리고 있으니 게으른 베짱이의 꾀병으로 취급받거나 열정 없는 청년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상적인 청년의 모습에서도 벗어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청년 정책의 대상에 그들의 경험과 상황이 고려되지도 않는다.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가 말한 ‘회복사회(remission society, 만성질환자, 장애인, 그들의 가족 등 계속 회복 중인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에는 분명 청년이라는 존재가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골골한 청년들의 삶에 주목한 이유다. 이 책은 질병이나 장애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개중에서도 중한 병이 아닌 (자잘한) 만성질환을 지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은 상황, 생산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노동환경, 회복하고 쉴 권리에 인색한 일터와 문화, 자기계발의 영역이 된 건강, 개인에게 전가된 돌봄과 보건의료 체계에 더해 청년의 고난을 당연시하면서 생애과정의 표준적 이행을 기대하는 문화, 다양한 청년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정책, 불안정한 청년 고용 등이 교차하며 그간 호명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가시화하려는 작업이다. 다양한 몸을 지닌 다양한 청년 개개인의 삶을 들여보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인 셈이다.

아팠던 경험은 차트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는 골골한 청년 일곱 명의 생애가 생생히 담겨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공기업 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지위에 놓여 있고, 비염, 허리 디스크, 건선, 크론병, 망막분리, 식도염, 소뇌염, 중추기원의 현기증, 고혈압, 과민대장증후군, 선천성 심장 질환 등 겪고 있는 질환의 내용과 중증도 역시 다양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도난 수표”라고 부르기도 하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부르기도 하며, 남들로부터 “하자 있는 사람” “젊은데 그거 일했다고 아프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차라리 같이 죽자” “나는 안 아픈데 너는 왜 그러니”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의 호들갑스러운 관심과 지나친 혹은 미묘한 배려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나를 빼고 약속을 만든달지, 몸이 좋지 않고,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여러 측면에서의 능력을 의심받아야 한다. 내가 왜 몸이 좋지 않은지, 어디가 아픈 것인지를 남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수술과 같이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때는 사회적 지지 체계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에게 돌봄을 받아야 하고, 가족으로부터의 지원이 어려운 경우는 혈연 중심, 가족 중심의 돌봄 문화와 병원 체계로 인해 수술과 입원, 이후의 간병까지 곤란함을 겪곤 한다. 집안의 형편이나 소득 수준, 보건의료 제도의 혜택,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치료 자체가 분투가 되기도 한다. 비싼 검진 비용의 처리가 잘못되는 바람에 병원 서버실 직원과도 싸워야 하거나, 산정 특례를 받지 못하면 원하는 치료를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에 거주할 경우,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병원이 없는 경우도 있다. ‘나인 투 식스’의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면 건강 관리에도 더 유리할 것을 알지만 취업이라는 전장에서 아픈 몸은 가려야 할 ‘약점’이다.
취업을 위해 국비 지원 교육을 받으려 해도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교육을 포기하게 되거나, 직장에서의 연차는 대부분 쉬는 데 쓰는 게 아니라 거의 다 병원 검진에 써야 하고, 속도와 생산성이 강요되는 일터에서 몸의 회복을 위한 시간을 쓰기에도 눈치가 보여 몸이 더 나빠지거나 인사고과에서 불리해진다. 여느 한국 사회의 청년들처럼 고용지위가 불안정해 휴가 사용이나 휴게 시간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정규직이고 유급 병가나 휴직이 가능해도 대체 인력이 없어 충분히 병가를 쓰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건강한 몸, 정상성에 대한 욕망과 그 기준에서 미끄러진 자신을 인정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할지언정,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픈 몸을 관리의 실패나 의지나 노력의 부족으로만 여기지는 않았다. 질환의 종류나 사회적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나답게 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한계를 지난 몸을 수용하며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내 몸의 속도와 회복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터에서 협상을 하고 일감을 조정하고, 일터의 조건도 가늠한다.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기도 한다. 나아가 자신의 질병을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한다. 가령 대학원의 수직적 조직문화 때문에 지도교수의 장례식장에 가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허리 디스크가 생긴 데 대해, 성추행으로 인한 우울증에 대해 사회적 처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자기계발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성과 중심 사회가 자신의 몸을 아프게 한 것이고, 질병이 흠집이 되는 사회가 문제라는 점을 제기한다. 가족의 지지와 지원 없이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한 청년은 혈연 중심 가족의 의미를 의문시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고민한다. 또 다른 한 청년은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며 아프면 당연히 쉬는 사회가 온 것을 긍정적 변화로 인식하기도 한다.

왜 질병서사인가

이렇듯 이 책은 단순히 질병 경험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함께해온 이들의 입체적인 삶의 경험에 주목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질병은 삶의 조건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질환은 오랜 기간을 함께하는 병이기에, 단편적 일화로 아픈 이의 경험을 파악하기 어렵다. 아팠던 경험은 단순히 차트와 처방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아픈 개인이 그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어떤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는지, 어떤 희망과 두려움을 갖고 분투하는지, 어떻게 협상하며 세계를 살아내는지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 때 우리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건강함이라는 정상성에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알게 된다.
이에 저자들은 이 서사라는 도구, 즉 질병서사라는 방법론을 통해 골골한 청년들이 그들의 삶에서 겪은 장기간의 고통과 경험을 마주했고, 그들 각각의 생애를 기록하는 글쓰기를 택했다. 아파야 보이는 것들, 아파야 알게 되는 것들이 이들의 서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질병과 함께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아주 명확히 깨닫게 된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계와 구조가 개개인의 몸, 질병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질병, 다양한 신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 책은 ‘정상적’ 신체, ‘이상적’ 청년이라는 우리 사회의 정상성 기준에서 벗어나 있기에 사회정책부터 사회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비가시화된 이들을 호명하는 작업이며, 그와 동시에 정상과 건강함의 기준을 되묻는 작업이다(선천성 심장장애와 살아가는 한 청년은 이렇게 말한다. “난 숨 쉬는 게 헐떡헐떡거리는 게 정상이고. 근데 얘네들은 이게 정상이 아니래. 그게 좀 이상한 거예요. 애초에 난 출발점이 다른데 정상적인 심장은 어떤 거지?”). 또한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양한 몸과 차이에 대한 상상력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드러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크론병과 살아가는 한 청년은 동생에게 “누나 임신도 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되게 심각한 병인데 밝으시네요?”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도 있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는 명제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는지도 생각해보자. 우리는 질병은 완치될 것이라고 생각할 뿐, 증상의 완화가 악화가 반복되며 골골한 채 살아가야 하는 몸들이 살아갈 사회적 조건에 대한 고민은 부재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쉴 권리에 인색했던 한국 사회에서도 아프면 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나아가 쉬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몸, 골골한 채 삶을 지속해야 하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아픈 몸 때문에 비난받는 문화 역시 당연히 바뀌어야 하지만(“아픈 애인 줄 알았으면 우리 부서에 안 데려왔을 거다”), 조금이라도 힘들어 보이는 일은 못할 것이라거나 무조건 쉬라는 배려 역시 골골한 몸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드러내는 태도일 수 있다. 비난이든 지나친 배려든 한 개인의 특성을 그의 질환이나 몸 상태만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되곤 하는 워라밸에 대한 이해도 생각해보자. 워라밸은 ‘MZ세대’의 특성, 가족 돌봄의 문제, 긴 노동시간의 문제라고 주로 여겨지나, 골골한 청년들에게 워라밸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몸과 생활환경에 따라 필요와 욕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상상력의 부재가 드러나는 순간들은 이 책에 담긴 일곱 명의 생애 곳곳에 깔려 있다.
이 책은 골골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상력을 우리에게 촉구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임을 환기한다. 결국 건강한 이들의 변화와 상상력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더 깊이 톺아볼 수 있도록 이들의 생애사를 기반으로 자아, 질병서사, 돌봄, 사회적 관계, 노동, 생활시간, 사회정책 문제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골골한 청년 개개인의 생애를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 체계, 사회복지 제도의 맥락 안에서 설명하고, 사회학적 이론들과 연결 지어 이것이 개개인의 불운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드러내려 노력했다. 나아가 고립된 기분으로 있을지 모를 골골한 청년들이 이 책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길, 이 책이 제기하는 과제들이 현실적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목차
추천의 말: 이슈로, 공적 이슈를 개인적 의미로_김명희(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 예방의학 전문의) 기획의 말: 여기, 골골한 청년들이 있다_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 고문,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 들어가며: 건강한 몸의 세계에서 골골한 청년으로 살아가기 1장. 영스톤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1_골골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만성질환과 자아 2장. 성실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2_아픈 사람은 회복되어야만 일할 수 있나?: 환자친화적 일터 3장. 나래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3_보건의료 정책만으로 충분한가?: 사회정책 4장. 여정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4_아픈 몸보다 더 힘겨운 시선: 사회적 낙인과 편견, 사회적 관계 5장. 석원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5_누구나 돌봄이 필요해: 청년과 돌봄 6장. 조이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6_다양한 시간의 경험이 곧 삶이다: 청년의 생활시간 7장. 명태 씨 이야기 골골함 깊이 읽기 7_아픈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대항서사로서의 질병서사 나가며: 하지만 이들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주(註)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