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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25800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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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진정으로 보편적인 인권 이론의 신기원을 연 책”
- 에버하르트 아이헨호퍼(독일 예나 대학 법학 교수)
“세계 학계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성취를 보여주는
격조 높은 인권 이론서” - 조효제
인권 개념을 뿌리째 뒤바꾼 대담하고 획기적인 21세기 인권 교과서
국가의 존립 목적이자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서 인권의 재탄생을 선언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일어난 촛불 시위,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를 구제하기 위해 도입하기로 했던 대체 복무제 취소 등, 최근 한국 사회에는 ‘인권’, ‘민주주의’, ‘국가’, ‘사법부’의 의미와 역할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인권 변호사이자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교수로서 인권과 차별, 노동법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샌드라 프레드먼의 저서 《인권의 대전환》에서 바로 지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첨예한 논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용산 참사에서 국가의 의무에 대한 이 책의 핵심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 용산 참사는 국가의 소극적(자기 억제) 의무와 적극적 의무를 모두 저버린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개입해서는 안 될 상황에서는 공권력을 투입해 생존권을 지키려는 시민들을 진압함으로써 자기 억제 의무를 지키지 않았음과 동시에, 시민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에서는 뒷짐 지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08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인권의 대전환》은 법철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인권 관련 연구를 집대성한 본격적인 인권 연구서이자, 인권 개념의 대전환을 이끌어낸 대담하고 획기적인 인권 이론서이다. 저자는 인권 실천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의무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규명함으로써 인권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인권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단임을 입증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개혁?진보 세력의 새로운 방향 설정을 놓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길 모색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책은 그러한 지적 공백을 채워주는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인권을 공부하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는, 인권의 규범적 상징성을 넘어 현실 속에서 실제로 인권 원칙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정책화하고 관철할 수 있는가 하는 난제에 봉착하곤 한다. 바로 이런 문제가 인권의 ‘진짜’ 전문가들이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에 정면으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인권의 대전환》의 의의를 한마디로 ‘법철학과 사회 이론을 통틀어 현 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진보적 인권 이론’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 <옮긴이 해설>에서
《인권의 대전환》은 이론과 실제를 아우름으로써 지구화 시대 민주주의와 인권의 현실을 생생하게 반영한 최고의 인권 이론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기존 인권 이론의 토대 자체를 새로 구축하겠다는 프레드먼의 포부가 마침내 실현된, 인권 이론의 이정표와 같은 작품이다. 책에 인용된 100여 개의 판례 중에는 저자가 직접 참여한 소송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처음부터 문제의 핵심을 즉각 드러내 그것을 힘차고 치밀하게 해체해 나가는 대가다운 글쓰기 방식은 이 저작의 힘과 매력을 보여준다.
왜 ‘인권의 대전환’인가?
1. 이 책은 인권의 개념 자체에 근본적 전환을 가져왔다. 시민과 국가가 서로 권리와 의무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것이 근대 민주 정치의 기본 전제이다. 그런데 전통적 인권 담론에서는 권리의 주체인 개인은 강조되었지만 개인의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는 또 다른 주체인 국가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인권의 대전환》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인권 개념의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오랫동안 인권은 억압적인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주는 것으로만 이해되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인권은 국가에게 어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하기보다, 개인의 삶에 간섭하지 말라는 식의 ‘소극적’ 의무만 부과하는 것이 된다. 저자는 의무 주체인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인권 개념 속에 ‘권리의 논리’와 ‘의무의 논리’가 똑같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2. 인권은 규범력이라는 뼈에다 구체적 실현 방안이라는 살을 입혀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인권의 대전환》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모든 ‘인권’은 국가의 자기 억제 의무(소극적 의무)와 적극적 의무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의무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상호 작용을 하면서 특정한 인권을 실현한다. 예를 들어, 주거권은 국가가 개인의 가정사에 간섭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할 자기 억제 의무와, 국가가 그 사람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해야 할 적극적 의무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취하게 되면, 전통적인 인권 개념을 비롯해 자유권과 사회권의 구분, 국가의 의무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생긴다. 이 책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모든 사회권 논의의 출발점이자 토대가 되는 논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3. 《인권의 대전환》은 인권을 뒷받침하는 자유, 평등, 연대(우애), 민주주의라는 가치들이 인권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입증하였다. 그동안 인권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기보다는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보조적 수단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이 책은 기존의 그러한 인권 인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대의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직접행동 민주주의, 심의민주주의 등 수많은 민주주의 실천 방식 중에서 어떤 방식을 옹호하든 간에 민주주의의 목적은 인권을 중심으로 하여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를 강화하고 실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권을 옹호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한다는 말과 같다. 인권은 민주주의의 ‘먼’ 친척이 아니라 공화주의적 민주주의 전통을 강력하게 옹호할 수 있는 최고?최적의 원군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인권을 국가 정치 공동체의 핵심 구성 원리로 자리매김하였다. 이 새로운 인권 개념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논쟁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사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인권의 대전환》은 인권을 실현하는 데 법률과 사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명확히 규명하였다. 저자는 법과 정치를 나누는 통상적인 이분법을 배격하고, 국가가 인권을 보장하도록 촉구함으로써 민주주의 체제를 보존하고 지원하는 것이 법원의 궁극적 역할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저자는 사법부가 어떤 정치적 의도를 품고 적극적으로 법 창조를 시도하거나 사법부가 행정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법부는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관찰하고, 국가가 스스로 내세웠던 바를 제대로 실천하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일종의 ‘민주적 사법 적극주의’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이런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최근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부의 정치화 논란을 뛰어넘어 ‘진정한 법의 지배’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사법부가 넓은 뜻에서 ‘인권 운동’의 한 축이 되어야 하고, 민주주의 체제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권의 대전환》은 법원의 적극적 행동주의를 인권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엄밀하게 도출해냄으로써 진보적 인권법 이론의 이정표를 세움과 동시에 법률이 넓은 의미의 인권 운동에 기여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론과 현실을 아우르는 최고의 인권 이론서
차가운 열정과 치밀한 논리를 겸비한 인권 분야의 석학
《인권의 대전환》의 저자 샌드라 프레드먼은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정교수이다. 여성을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정교수로 임용한 것은 옥스퍼드 대학이 12세기에 법학부를 개설한 이래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당시 옥스퍼드 대학의 결정은 세계 법학계에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프레드먼의 학문적 역량이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프레드먼은 특히 법학과 철학 두 영역을 포괄하는 시야를 확보하고서 자유, 평등, 연대, 민주주의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차가운 열정과 치밀한 논리로 파헤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인권의 대전환》에서 저자는 인권의 가치와 민주주의 이론을 직접 연결하기 위해 존 롤스, 로널드 드워킨, 제러미 월드런, 캐스 선스타인, 한나 아렌트, 위르겐 하버마스, 데이비드 헬드 같은 현대 법철학과 정치 이론 분야의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을 섭렵하여, 대담하고 획기적인 인권 이론을 창출하였다. 법철학과 사회과학 이론의 양대 분야 최고봉들의 사상을 새로운 인권론의 주춧돌로 삼은 것은 인권 이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대단히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인권 개념의 전복적 재정립을 위한 새로운 이론적 틀을 확립함과 동시에 인권 변호사이자 유럽 각국의 인권 정책 자문역을 맡았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권의 실천을 위한 사법적?정책적 방안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인권 실현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이 있어도 인권이 구체적인 정책의 형태로 표현되지 못한다면 그 법은 죽은 법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10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아일랜드, 체코, 벨기에, 유럽연합,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의 약 100여 개 인권 관련 주요 판례들과 인권 실현을 위한 각국의 정책적 활동을 소개한다. 북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주요 사법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은 우리 사법부도 국내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연구해야 할 내용이다.
《인권의 대전환》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적극적 의무란 무엇인가’에서는 인권을 위해서는 국가의 소극적 의무뿐 아니라 적극적 의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법철학과 사회 이론의 측면에서 규명한다. 인권의 토대가 되는 자유, 평등, 연대, 민주주의의 가치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가치들로부터 발생하는 의무가 적극적 의무이자 동시에 소극적 의무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인권이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임을 설명한다.
2부 ‘법의 지배와 사법부의 역할’에서는 어떤 것이 적극적 의무가 될 수 있는지 그 성격과 구조를 밝힌다. 그런 다음 인권과 관련해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고찰한다. 여기서 저자는 법원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민주적 정치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 소송 사례를 통해 법원과 정치권, 시민운동 등이 힘을 합쳐 적극적 인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도 제안한다.
3부 ‘인권 실현의 권리와 의무’에서는 앞에서 논의한 이론 틀을 실질적 권리에 적용한다. ‘인정의 평등’과 사회적.경제적 권리에 나오는 ‘분배적 평등’의 상호 작용을 검토하고, 모든 인권 이론을 동원하여 주거권, 교육권, 복지권 영역에서 실제 사례 분석을 시도한다.
인권이 요구하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
사건 발생 후 9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용산 참사는 2009년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주거권인데, 이것을 빼앗는 것에 누가 저항을 하지 않겠느냐. …… (권리를 주장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한 번도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회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기본적 권리가 침해되는 사회”(박원순, <오마이뉴스> 2009년 9월 1일)라며 통탄해 마지않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인私人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 국가는 간섭해서도, 간섭할 수도 없다. 그리고 주거권이니 주택권이니 하는 말은 주장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주거의 문제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주장할 수 있는가.”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후자는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보수적 관점을 압축한 것이다. 인권에 대한 이런 보수적 관점은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고 역사적 발전 배경도 있는 일종의 철학적 보수주의에 근거를 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의 대전환》에서 저자는 ‘자유’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를 가로막는 강고한 이론적 비판들을 하나씩 격파한다.
소극적 자유에서 적극적 자유로
자유를 단순히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로 파악한다면, 인권은 국가에 개인에게 간섭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만 부과할 수밖에 없다. 《인권의 대전환》은 이 같은 전통적인 견해로는 자유를 억압하는 요인도, 자유를 신장하는 행위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가의 억압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기도 하지만 빈곤, 질병, 저발전, 낮은 교육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노벨상을 받은 인도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의 적극적 자유관을 토대로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주장한다. 인권에서 말하는 자유는 단순히 강압이 없는 상태를 넘어,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나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한다.
센은 자유를 간섭의 부재로 보지 않고, 주체 행위 또는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러한 선택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센에게 자유란, 어떤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어떤 것을 행하거나, 소중하게 여기는 상태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센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성취할 수 있느냐는 경제적 기회, 정치적 자유, 사회적 권력, 그리고 양호한 건강 및 기본 교육 같은 조건, 독창성의 격려와 함양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자유를 이런 식으로 규정하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자유의 본질적인 요소 ? 자유와 반대되기는커녕 ? 가 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폭정뿐만 아니라 빈곤 같은, 조직적인 사회적 박탈뿐만 아니라 부족한 경제적 기회 같은, 탄압 국가의 불관용이나 과잉 간섭뿐만 아니라 공공 서비스의 부족 같은, 반(反)자유의 주요 원천을 제거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 81~82쪽(1장 인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에서
저자는 국가의 불간섭(무행동 또는 소극적 행동)과 국가의 적극적 행동을 명확히 나누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흔히 불간섭이라 여겨지는 행동도 근본 차원에서는 적극적 간섭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가 빈민을 돕지 않아서(불간섭) 빈곤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특정 계층 사람들만 적극적으로 도와서 빈곤이 발생했을 수도 있음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가 소유권을 창설하고 국가의 법 체계를 동원하여 특정 계층의 소유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기 때문에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해주겠다고 한다면, 국가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가에 적극적인 인권 충족 의무를 부과하자고 하면 흔히 국가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주자는 말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권의 본질을 오인한 데서 나온 오해이다.
인권 충족 의무는 국가가 마음대로 개인의 삶에 간섭할 수 있도록 국가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주자는 말이 아니다. 인권 보호 의무는 국가로 하여금 인권의 진정한 향유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적극적 의무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유모 국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인권 충족 의무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자력화’하도록 돕자는 것이고, 그 의무는 사람들의 인권 충족을 도와주는 ‘촉진적 국가(facilitative state)’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의무는 인권 충족에 불가결한 기본 수단의 제공(예:식량)을 필요로 하겠지만, 교육이나 보건 같은 촉진적 의무 ? 사람들을 자력화하는 ? 도 필요로 한다. 또한 이런 사실은 적극적 의무가 빈곤 계층이나 주변 계층을 위한 것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적극적 의무는 모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방식으로든 간접적인 방식으로든, 모든 이가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을 때 공동체 전체에 이득이 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 61쪽(머리말)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인권의 실현이다
인권 실현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국가가 시민들에게 특정한 선택 또는 어떤 일정한 ‘선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것이 옳은 국가가 아니다. 국가는 개인이 스스로 자기가 좋은 방향으로 선택을 하도록 허용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중립적 국가가 옳은 국가이다.
국가가 소위 ‘이성’에 근거해 시민들에게 특정한 선익을 강요하기 시작하면 전제 정치로 가는 지름길이 열린다.
그러나 저자는 국가가 중립적이라거나 중립일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일종의 허구 또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권리를 국가의 자기 억제로 이해하는 소극적 자유 이론의 핵심에는 국가가 시민들에게 특정한 ‘선익(the good)’ 개념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들어 있다. 이런 견해에서는 흔히,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자유의 기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가 특정 가치를 개인들에게 강요하지 못하도록 국가에 자기 억제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본다. …… 소극적 자유를 주장하는 결론의 문제점은 국가가 가치 중립적일 수 있다고 가정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가 중립이라는 환상 자체가 국가가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실상을 가리고 있다. 롤스가 후기 저작에서 인정한 것처럼 자율성이니 개인주의니 하는 것 자체가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 95, 100쪽(1장 인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에서
따라서 국가는 모든 사람이 동의해야 마땅한 도덕의 보편적 원칙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한 보편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권이라 할 수 있으며, 인권은 다시 자유, 평등, 연대, 민주주의라는 근본 가치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들을 외면하고 ‘국가 중립’이라는 허구의 베일 뒤에 숨는다는 것은 국가의 존립 목적을 저버리는 심각한 오류이고 착각이다. 더욱이 국가가 나서서 인권을 침해하거나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그런 국가는 이미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인권은 민주주의 한 귀퉁이에 놓인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
인권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얼핏 보면,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를 민주주의의 논리를 들어 반박하는 입장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비판자들은 국가가 시민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더라도 그 개입을 어디까지나 인권이라는 전제 조건이 아니라 민주적 정치 과정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인권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인 조치가 없더라도 시민들이 근본적인 문제들을 잘 결정하게 되어 있으며, 이런 점은 국가가 분배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적극적 의무 분야에서 특히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시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잘못된 것임을 밝힌다.
현대 국가는 대의제 정부 형태로 운영되기 마련이고, 대의제 정부는 인민의 의지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보다 더 정교한 이론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이론 중의 하나가 공화주의 이론이다. 공화주의 이론에서는 인민의 대표들이 스스로 자유로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일정한 정책을 수행하라고 위임해준 사안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인민의 주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
이러한 순수한 형태의 공화주의에서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유권자가 그 대표들에게 정책의 모든 세세한 사항까지 위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공화주의적 견해는 하버마스가 비현실적 가정 ? 시민들이 하나의 공통 목표를 위해 집합적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보는? 이라고 부른 전제에 기대고 있다. 그런 식의 공동선을 가정하는 것은 이해 관계의 충돌, 가치 체계의 다원성, 그리고 권력의 불평등한 분포 현실을 간과하는 셈이 된다. ― 126, 127쪽(2장 국가의 역할)에서
따라서 저자는 민주주의를 형성하고 그것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 적극적인 인권 보호 의무를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권은 민주주의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 인권은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는 모든 민주주의 이론의 핵심인 ‘시민의 참여’를 달성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이다. 모든 인민이 자신의 민주적 권리를 평등하게 행사할 수 있는 체제가 바로 민주주의 체제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사람들이 민주적 권리를 평등하게 행사할 수 없게 만드는 모든 장애물 ? 지위, 계급, 성별, 영향력, 정체성 등 ? 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제거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인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은 곧 국가의 민주주의적 성격을 최대한 확대한다는 말과 같다.
적극적 의무는 공화주의적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를 실시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국가가 타인의 권리 침해로부터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보통선거권이 법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에서〈공민권법(Civil Rights Act)〉이 제정되기 전에 유색 인종이 사실상 선거권을 갖지 못했던 사실이 그 점을 잘 입증해준다. 그 정도로 노골적인 배제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롤스가 인정하듯이, 현대 민주 국가 내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부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흔히 정치 과정을 통제할 수 있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입법과 사회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 135, 136쪽(2장 국가의 역할)에서
인권으로부터 발생하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더는 무시될 수 없으며, 그것이 각종 권리의 범주를 나눈 인위적인 구분 뒤에 은폐되어서도 안 된다. 모든 인권의 바탕이 되는 자유, 평등, 민주주의, 연대의 기본 가치에 의거해서 국가는 적극적 의무와 자기 억제 의무를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러한 국가의 의무를 일관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그리고 위의 기본 가치를 신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권의 의무’ 개념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구화되고 있는 세계 속에서 국가의 이러한 인권 의무는 특히 중차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무역의 가치와 국가의 규제 정책을 가로막는 압박이 국가의 모든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 503, 504쪽(8장 사회적 권리와 적극적 의무)에서
사법부는 인권 실현의 최후 보루이다
(2009년 9월 25일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야간 옥외 집회 금지 헌법 불합치’ 결정은 행정부 권력에 대한 헌법의 경고라는 데 의미가 있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목표 아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법 집행에 대한 제동이며, 중도 실용을 강조하는 정부가 국민의 법 감정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점거 농성 중인 철거민에 대한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으로 5명의 시민이 사망한 ‘용산 참사’도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권 침해라고 비난받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의 실체를 수사한 검찰의 수사 기록 3000페이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과 유족의 대립이 첨예하다. 유족측은 검찰의 태도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여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기로 한 참여정부의 병역법 개정 방침이 현 정부에서 사실상 폐기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법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법치가 헌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법치여야지 정권 유지를 위한 법치라면 문제가 있다”며 “권력이 기본권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 <내일신문>(2009년 9월 25일)에서
2009년 9월 11일에 법원(대전지법 천안지원)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며 입영 기피자를 처벌토록 한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은 특히 “입법자가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9월 25일에는 헌법재판소가 일명 ‘집시법’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 결정을 두고 야당과 시민운동 단체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법원이 제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사실 인권 문제를 판단하는 데 법원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는 현대 인권법 이론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문제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촉진하는 사법 적극주의
법원이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심사하는 것에 대해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도 않았고 정치적 책임성도 없는 판사들에게 특히 사회권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며, 법원이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논란에 맞서 프레드먼은 국가의 적극적 의무가 민주주의를 장려하는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법부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역할, 정치 과정에서 주변화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역할, 시민들의 온전하고 평등한 참여를 위한 물질적?사회적 전제 조건을 보장하는 역할, 그리고 궁극적으로 심의민주주의의 촉매 기구로 기능하는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사법부가 입법부나 행정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원은 민주적 압력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할 수는 있다. 법원은 시민들을 위해 정부를 법원에 출석시켜 특정 정책을 취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게 하고, 정부에 시민사회와 소통하라고 촉구하는 참여적 윤리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적극적 인권 보호 문제를 법원에서 심사할 수 있을 때, 사법부는 민주 정치에 간섭하여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삼을 때 현대의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의 영향력과 목소리가 평등하지 않은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 소수자들이 정치 과정에서 배제될 때, 또는 그들의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할 때,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법원의 민주적 역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사법의 기능이 정당성을 지닐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 264, 265쪽(4장 사법 심사와 법원의 역할)에서
먹고 살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민주적 과정에 참여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따라서 사회 내의 혜택을 분배하는 행위는 단순히 물질적 분배 행위를 넘어 정치 참여의 평등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조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특히 인권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가장 약한 집단의 목소리를 보장해주어야만 정당한 민주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공익 소송을 통한 인권의 실현
《인권의 대전환》은 인권의 실천 담론을 법원을 통한 사법적 방법과 법원 외의 비사법적 방법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사법적 방법은 일반적인 소송 절차와 공익 소송으로 나뉜다. 이 책 5장에서 소개하는 인도 대법원의 경우는 공익 소송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사법부가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를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다룸으로써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정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법률은 그 제도적 구조, 그리고 특히 소송 과정의 ‘당사자주의’적이고 수동적이며 사후적인 성격으로 인해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사법 소송 과정 자체가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와 관련된 소송에서 요구받는 각종 욕구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도의 대법원에서 그러한 적응이 가장 정교하게 이루어졌다. 인도의 대법원은 사법 당사자주의 시스템에 내재된 불평등성을 인정하는 토대에서, 빈곤 계층과 소외 계층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시스템 운용 과정을 개편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일련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공익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원고 적격성(standing)’의 범위를 넓혀주고, 법원이 사실 확인 과정을 주도하며, 법원이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강제 명령을 내리고, 법원의 명령을 행정부가 실제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인권, 특히 생명권을 실제로 향유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장려하는 데서 법원의 역할이 대단히 크게 변하였다. ― 295, 296쪽(5장 사법부의 재구성)에서
공익 소송 운동의 결과로 사법부의 권한과 사법 절차에서 혁명적 변화가 나타났다. 사법부의 판결이 사법 적극주의와 사회 운동.인권 운동을 잇는 일종의 사회적 대화의 형태가 된다. 법이나 권리와 같은 이슈를 놓고 벌어지는 사회적 대화가 더는 전문직 계층의 고상한 담론에 머물지 않고 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들이 만나는 포럼이 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공익 소송 같은 사법적 방법 외에 시민사회, 인권 운동, NGO,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통해 인권 신장에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이들의 상호상승 작용은 전체 인권 운동의 효과를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 에버하르트 아이헨호퍼(독일 예나 대학 법학 교수)
“세계 학계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성취를 보여주는
격조 높은 인권 이론서” - 조효제
인권 개념을 뿌리째 뒤바꾼 대담하고 획기적인 21세기 인권 교과서
국가의 존립 목적이자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서 인권의 재탄생을 선언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일어난 촛불 시위,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를 구제하기 위해 도입하기로 했던 대체 복무제 취소 등, 최근 한국 사회에는 ‘인권’, ‘민주주의’, ‘국가’, ‘사법부’의 의미와 역할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인권 변호사이자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교수로서 인권과 차별, 노동법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샌드라 프레드먼의 저서 《인권의 대전환》에서 바로 지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첨예한 논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용산 참사에서 국가의 의무에 대한 이 책의 핵심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 용산 참사는 국가의 소극적(자기 억제) 의무와 적극적 의무를 모두 저버린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개입해서는 안 될 상황에서는 공권력을 투입해 생존권을 지키려는 시민들을 진압함으로써 자기 억제 의무를 지키지 않았음과 동시에, 시민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에서는 뒷짐 지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08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인권의 대전환》은 법철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인권 관련 연구를 집대성한 본격적인 인권 연구서이자, 인권 개념의 대전환을 이끌어낸 대담하고 획기적인 인권 이론서이다. 저자는 인권 실천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의무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규명함으로써 인권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인권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단임을 입증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개혁?진보 세력의 새로운 방향 설정을 놓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길 모색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책은 그러한 지적 공백을 채워주는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인권을 공부하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는, 인권의 규범적 상징성을 넘어 현실 속에서 실제로 인권 원칙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정책화하고 관철할 수 있는가 하는 난제에 봉착하곤 한다. 바로 이런 문제가 인권의 ‘진짜’ 전문가들이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에 정면으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인권의 대전환》의 의의를 한마디로 ‘법철학과 사회 이론을 통틀어 현 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진보적 인권 이론’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 <옮긴이 해설>에서
《인권의 대전환》은 이론과 실제를 아우름으로써 지구화 시대 민주주의와 인권의 현실을 생생하게 반영한 최고의 인권 이론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기존 인권 이론의 토대 자체를 새로 구축하겠다는 프레드먼의 포부가 마침내 실현된, 인권 이론의 이정표와 같은 작품이다. 책에 인용된 100여 개의 판례 중에는 저자가 직접 참여한 소송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처음부터 문제의 핵심을 즉각 드러내 그것을 힘차고 치밀하게 해체해 나가는 대가다운 글쓰기 방식은 이 저작의 힘과 매력을 보여준다.
왜 ‘인권의 대전환’인가?
1. 이 책은 인권의 개념 자체에 근본적 전환을 가져왔다. 시민과 국가가 서로 권리와 의무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것이 근대 민주 정치의 기본 전제이다. 그런데 전통적 인권 담론에서는 권리의 주체인 개인은 강조되었지만 개인의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는 또 다른 주체인 국가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인권의 대전환》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인권 개념의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오랫동안 인권은 억압적인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주는 것으로만 이해되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인권은 국가에게 어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하기보다, 개인의 삶에 간섭하지 말라는 식의 ‘소극적’ 의무만 부과하는 것이 된다. 저자는 의무 주체인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인권 개념 속에 ‘권리의 논리’와 ‘의무의 논리’가 똑같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2. 인권은 규범력이라는 뼈에다 구체적 실현 방안이라는 살을 입혀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인권의 대전환》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모든 ‘인권’은 국가의 자기 억제 의무(소극적 의무)와 적극적 의무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의무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상호 작용을 하면서 특정한 인권을 실현한다. 예를 들어, 주거권은 국가가 개인의 가정사에 간섭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할 자기 억제 의무와, 국가가 그 사람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해야 할 적극적 의무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취하게 되면, 전통적인 인권 개념을 비롯해 자유권과 사회권의 구분, 국가의 의무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생긴다. 이 책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모든 사회권 논의의 출발점이자 토대가 되는 논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3. 《인권의 대전환》은 인권을 뒷받침하는 자유, 평등, 연대(우애), 민주주의라는 가치들이 인권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입증하였다. 그동안 인권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기보다는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보조적 수단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이 책은 기존의 그러한 인권 인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대의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직접행동 민주주의, 심의민주주의 등 수많은 민주주의 실천 방식 중에서 어떤 방식을 옹호하든 간에 민주주의의 목적은 인권을 중심으로 하여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를 강화하고 실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권을 옹호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한다는 말과 같다. 인권은 민주주의의 ‘먼’ 친척이 아니라 공화주의적 민주주의 전통을 강력하게 옹호할 수 있는 최고?최적의 원군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인권을 국가 정치 공동체의 핵심 구성 원리로 자리매김하였다. 이 새로운 인권 개념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논쟁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사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인권의 대전환》은 인권을 실현하는 데 법률과 사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명확히 규명하였다. 저자는 법과 정치를 나누는 통상적인 이분법을 배격하고, 국가가 인권을 보장하도록 촉구함으로써 민주주의 체제를 보존하고 지원하는 것이 법원의 궁극적 역할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저자는 사법부가 어떤 정치적 의도를 품고 적극적으로 법 창조를 시도하거나 사법부가 행정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법부는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관찰하고, 국가가 스스로 내세웠던 바를 제대로 실천하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일종의 ‘민주적 사법 적극주의’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이런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최근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부의 정치화 논란을 뛰어넘어 ‘진정한 법의 지배’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사법부가 넓은 뜻에서 ‘인권 운동’의 한 축이 되어야 하고, 민주주의 체제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권의 대전환》은 법원의 적극적 행동주의를 인권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엄밀하게 도출해냄으로써 진보적 인권법 이론의 이정표를 세움과 동시에 법률이 넓은 의미의 인권 운동에 기여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론과 현실을 아우르는 최고의 인권 이론서
차가운 열정과 치밀한 논리를 겸비한 인권 분야의 석학
《인권의 대전환》의 저자 샌드라 프레드먼은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정교수이다. 여성을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정교수로 임용한 것은 옥스퍼드 대학이 12세기에 법학부를 개설한 이래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당시 옥스퍼드 대학의 결정은 세계 법학계에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프레드먼의 학문적 역량이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프레드먼은 특히 법학과 철학 두 영역을 포괄하는 시야를 확보하고서 자유, 평등, 연대, 민주주의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차가운 열정과 치밀한 논리로 파헤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인권의 대전환》에서 저자는 인권의 가치와 민주주의 이론을 직접 연결하기 위해 존 롤스, 로널드 드워킨, 제러미 월드런, 캐스 선스타인, 한나 아렌트, 위르겐 하버마스, 데이비드 헬드 같은 현대 법철학과 정치 이론 분야의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을 섭렵하여, 대담하고 획기적인 인권 이론을 창출하였다. 법철학과 사회과학 이론의 양대 분야 최고봉들의 사상을 새로운 인권론의 주춧돌로 삼은 것은 인권 이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대단히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인권 개념의 전복적 재정립을 위한 새로운 이론적 틀을 확립함과 동시에 인권 변호사이자 유럽 각국의 인권 정책 자문역을 맡았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권의 실천을 위한 사법적?정책적 방안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인권 실현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이 있어도 인권이 구체적인 정책의 형태로 표현되지 못한다면 그 법은 죽은 법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10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아일랜드, 체코, 벨기에, 유럽연합,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의 약 100여 개 인권 관련 주요 판례들과 인권 실현을 위한 각국의 정책적 활동을 소개한다. 북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주요 사법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은 우리 사법부도 국내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연구해야 할 내용이다.
《인권의 대전환》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적극적 의무란 무엇인가’에서는 인권을 위해서는 국가의 소극적 의무뿐 아니라 적극적 의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법철학과 사회 이론의 측면에서 규명한다. 인권의 토대가 되는 자유, 평등, 연대, 민주주의의 가치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가치들로부터 발생하는 의무가 적극적 의무이자 동시에 소극적 의무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인권이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임을 설명한다.
2부 ‘법의 지배와 사법부의 역할’에서는 어떤 것이 적극적 의무가 될 수 있는지 그 성격과 구조를 밝힌다. 그런 다음 인권과 관련해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고찰한다. 여기서 저자는 법원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민주적 정치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 소송 사례를 통해 법원과 정치권, 시민운동 등이 힘을 합쳐 적극적 인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도 제안한다.
3부 ‘인권 실현의 권리와 의무’에서는 앞에서 논의한 이론 틀을 실질적 권리에 적용한다. ‘인정의 평등’과 사회적.경제적 권리에 나오는 ‘분배적 평등’의 상호 작용을 검토하고, 모든 인권 이론을 동원하여 주거권, 교육권, 복지권 영역에서 실제 사례 분석을 시도한다.
인권이 요구하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
사건 발생 후 9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용산 참사는 2009년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주거권인데, 이것을 빼앗는 것에 누가 저항을 하지 않겠느냐. …… (권리를 주장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한 번도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회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기본적 권리가 침해되는 사회”(박원순, <오마이뉴스> 2009년 9월 1일)라며 통탄해 마지않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인私人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에 국가는 간섭해서도, 간섭할 수도 없다. 그리고 주거권이니 주택권이니 하는 말은 주장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주거의 문제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주장할 수 있는가.”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후자는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보수적 관점을 압축한 것이다. 인권에 대한 이런 보수적 관점은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고 역사적 발전 배경도 있는 일종의 철학적 보수주의에 근거를 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의 대전환》에서 저자는 ‘자유’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를 가로막는 강고한 이론적 비판들을 하나씩 격파한다.
소극적 자유에서 적극적 자유로
자유를 단순히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로 파악한다면, 인권은 국가에 개인에게 간섭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만 부과할 수밖에 없다. 《인권의 대전환》은 이 같은 전통적인 견해로는 자유를 억압하는 요인도, 자유를 신장하는 행위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가의 억압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기도 하지만 빈곤, 질병, 저발전, 낮은 교육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노벨상을 받은 인도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의 적극적 자유관을 토대로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주장한다. 인권에서 말하는 자유는 단순히 강압이 없는 상태를 넘어,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나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한다.
센은 자유를 간섭의 부재로 보지 않고, 주체 행위 또는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러한 선택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센에게 자유란, 어떤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어떤 것을 행하거나, 소중하게 여기는 상태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센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성취할 수 있느냐는 경제적 기회, 정치적 자유, 사회적 권력, 그리고 양호한 건강 및 기본 교육 같은 조건, 독창성의 격려와 함양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자유를 이런 식으로 규정하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자유의 본질적인 요소 ? 자유와 반대되기는커녕 ? 가 된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폭정뿐만 아니라 빈곤 같은, 조직적인 사회적 박탈뿐만 아니라 부족한 경제적 기회 같은, 탄압 국가의 불관용이나 과잉 간섭뿐만 아니라 공공 서비스의 부족 같은, 반(反)자유의 주요 원천을 제거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 81~82쪽(1장 인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에서
저자는 국가의 불간섭(무행동 또는 소극적 행동)과 국가의 적극적 행동을 명확히 나누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흔히 불간섭이라 여겨지는 행동도 근본 차원에서는 적극적 간섭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가 빈민을 돕지 않아서(불간섭) 빈곤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특정 계층 사람들만 적극적으로 도와서 빈곤이 발생했을 수도 있음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가 소유권을 창설하고 국가의 법 체계를 동원하여 특정 계층의 소유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주기 때문에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해주겠다고 한다면, 국가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가에 적극적인 인권 충족 의무를 부과하자고 하면 흔히 국가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주자는 말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권의 본질을 오인한 데서 나온 오해이다.
인권 충족 의무는 국가가 마음대로 개인의 삶에 간섭할 수 있도록 국가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주자는 말이 아니다. 인권 보호 의무는 국가로 하여금 인권의 진정한 향유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적극적 의무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유모 국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인권 충족 의무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자력화’하도록 돕자는 것이고, 그 의무는 사람들의 인권 충족을 도와주는 ‘촉진적 국가(facilitative state)’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의무는 인권 충족에 불가결한 기본 수단의 제공(예:식량)을 필요로 하겠지만, 교육이나 보건 같은 촉진적 의무 ? 사람들을 자력화하는 ? 도 필요로 한다. 또한 이런 사실은 적극적 의무가 빈곤 계층이나 주변 계층을 위한 것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적극적 의무는 모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방식으로든 간접적인 방식으로든, 모든 이가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을 때 공동체 전체에 이득이 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 61쪽(머리말)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인권의 실현이다
인권 실현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국가가 시민들에게 특정한 선택 또는 어떤 일정한 ‘선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것이 옳은 국가가 아니다. 국가는 개인이 스스로 자기가 좋은 방향으로 선택을 하도록 허용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중립적 국가가 옳은 국가이다.
국가가 소위 ‘이성’에 근거해 시민들에게 특정한 선익을 강요하기 시작하면 전제 정치로 가는 지름길이 열린다.
그러나 저자는 국가가 중립적이라거나 중립일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일종의 허구 또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권리를 국가의 자기 억제로 이해하는 소극적 자유 이론의 핵심에는 국가가 시민들에게 특정한 ‘선익(the good)’ 개념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들어 있다. 이런 견해에서는 흔히,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자유의 기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가 특정 가치를 개인들에게 강요하지 못하도록 국가에 자기 억제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본다. …… 소극적 자유를 주장하는 결론의 문제점은 국가가 가치 중립적일 수 있다고 가정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가 중립이라는 환상 자체가 국가가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실상을 가리고 있다. 롤스가 후기 저작에서 인정한 것처럼 자율성이니 개인주의니 하는 것 자체가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 95, 100쪽(1장 인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에서
따라서 국가는 모든 사람이 동의해야 마땅한 도덕의 보편적 원칙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한 보편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권이라 할 수 있으며, 인권은 다시 자유, 평등, 연대, 민주주의라는 근본 가치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들을 외면하고 ‘국가 중립’이라는 허구의 베일 뒤에 숨는다는 것은 국가의 존립 목적을 저버리는 심각한 오류이고 착각이다. 더욱이 국가가 나서서 인권을 침해하거나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그런 국가는 이미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인권은 민주주의 한 귀퉁이에 놓인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
인권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얼핏 보면,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를 민주주의의 논리를 들어 반박하는 입장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비판자들은 국가가 시민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더라도 그 개입을 어디까지나 인권이라는 전제 조건이 아니라 민주적 정치 과정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인권에 대해 사전에 적극적인 조치가 없더라도 시민들이 근본적인 문제들을 잘 결정하게 되어 있으며, 이런 점은 국가가 분배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적극적 의무 분야에서 특히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시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잘못된 것임을 밝힌다.
현대 국가는 대의제 정부 형태로 운영되기 마련이고, 대의제 정부는 인민의 의지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보다 더 정교한 이론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이론 중의 하나가 공화주의 이론이다. 공화주의 이론에서는 인민의 대표들이 스스로 자유로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일정한 정책을 수행하라고 위임해준 사안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인민의 주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
이러한 순수한 형태의 공화주의에서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유권자가 그 대표들에게 정책의 모든 세세한 사항까지 위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공화주의적 견해는 하버마스가 비현실적 가정 ? 시민들이 하나의 공통 목표를 위해 집합적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보는? 이라고 부른 전제에 기대고 있다. 그런 식의 공동선을 가정하는 것은 이해 관계의 충돌, 가치 체계의 다원성, 그리고 권력의 불평등한 분포 현실을 간과하는 셈이 된다. ― 126, 127쪽(2장 국가의 역할)에서
따라서 저자는 민주주의를 형성하고 그것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 적극적인 인권 보호 의무를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권은 민주주의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 인권은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는 모든 민주주의 이론의 핵심인 ‘시민의 참여’를 달성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이다. 모든 인민이 자신의 민주적 권리를 평등하게 행사할 수 있는 체제가 바로 민주주의 체제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사람들이 민주적 권리를 평등하게 행사할 수 없게 만드는 모든 장애물 ? 지위, 계급, 성별, 영향력, 정체성 등 ? 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제거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인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은 곧 국가의 민주주의적 성격을 최대한 확대한다는 말과 같다.
적극적 의무는 공화주의적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를 실시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국가가 타인의 권리 침해로부터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보통선거권이 법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에서〈공민권법(Civil Rights Act)〉이 제정되기 전에 유색 인종이 사실상 선거권을 갖지 못했던 사실이 그 점을 잘 입증해준다. 그 정도로 노골적인 배제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롤스가 인정하듯이, 현대 민주 국가 내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부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흔히 정치 과정을 통제할 수 있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입법과 사회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 135, 136쪽(2장 국가의 역할)에서
인권으로부터 발생하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더는 무시될 수 없으며, 그것이 각종 권리의 범주를 나눈 인위적인 구분 뒤에 은폐되어서도 안 된다. 모든 인권의 바탕이 되는 자유, 평등, 민주주의, 연대의 기본 가치에 의거해서 국가는 적극적 의무와 자기 억제 의무를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러한 국가의 의무를 일관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그리고 위의 기본 가치를 신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권의 의무’ 개념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구화되고 있는 세계 속에서 국가의 이러한 인권 의무는 특히 중차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무역의 가치와 국가의 규제 정책을 가로막는 압박이 국가의 모든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 503, 504쪽(8장 사회적 권리와 적극적 의무)에서
사법부는 인권 실현의 최후 보루이다
(2009년 9월 25일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야간 옥외 집회 금지 헌법 불합치’ 결정은 행정부 권력에 대한 헌법의 경고라는 데 의미가 있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목표 아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법 집행에 대한 제동이며, 중도 실용을 강조하는 정부가 국민의 법 감정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점거 농성 중인 철거민에 대한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으로 5명의 시민이 사망한 ‘용산 참사’도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권 침해라고 비난받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의 실체를 수사한 검찰의 수사 기록 3000페이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과 유족의 대립이 첨예하다. 유족측은 검찰의 태도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여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기로 한 참여정부의 병역법 개정 방침이 현 정부에서 사실상 폐기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법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법치가 헌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법치여야지 정권 유지를 위한 법치라면 문제가 있다”며 “권력이 기본권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 <내일신문>(2009년 9월 25일)에서
2009년 9월 11일에 법원(대전지법 천안지원)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며 입영 기피자를 처벌토록 한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은 특히 “입법자가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9월 25일에는 헌법재판소가 일명 ‘집시법’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 결정을 두고 야당과 시민운동 단체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법원이 제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사실 인권 문제를 판단하는 데 법원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는 현대 인권법 이론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문제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촉진하는 사법 적극주의
법원이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심사하는 것에 대해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도 않았고 정치적 책임성도 없는 판사들에게 특히 사회권 문제를 다루도록 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며, 법원이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논란에 맞서 프레드먼은 국가의 적극적 의무가 민주주의를 장려하는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법부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역할, 정치 과정에서 주변화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역할, 시민들의 온전하고 평등한 참여를 위한 물질적?사회적 전제 조건을 보장하는 역할, 그리고 궁극적으로 심의민주주의의 촉매 기구로 기능하는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사법부가 입법부나 행정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원은 민주적 압력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할 수는 있다. 법원은 시민들을 위해 정부를 법원에 출석시켜 특정 정책을 취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게 하고, 정부에 시민사회와 소통하라고 촉구하는 참여적 윤리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적극적 인권 보호 문제를 법원에서 심사할 수 있을 때, 사법부는 민주 정치에 간섭하여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삼을 때 현대의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의 영향력과 목소리가 평등하지 않은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 소수자들이 정치 과정에서 배제될 때, 또는 그들의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할 때,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법원의 민주적 역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사법의 기능이 정당성을 지닐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 264, 265쪽(4장 사법 심사와 법원의 역할)에서
먹고 살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민주적 과정에 참여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따라서 사회 내의 혜택을 분배하는 행위는 단순히 물질적 분배 행위를 넘어 정치 참여의 평등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조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특히 인권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가장 약한 집단의 목소리를 보장해주어야만 정당한 민주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공익 소송을 통한 인권의 실현
《인권의 대전환》은 인권의 실천 담론을 법원을 통한 사법적 방법과 법원 외의 비사법적 방법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사법적 방법은 일반적인 소송 절차와 공익 소송으로 나뉜다. 이 책 5장에서 소개하는 인도 대법원의 경우는 공익 소송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사법부가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를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다룸으로써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정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법률은 그 제도적 구조, 그리고 특히 소송 과정의 ‘당사자주의’적이고 수동적이며 사후적인 성격으로 인해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사법 소송 과정 자체가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와 관련된 소송에서 요구받는 각종 욕구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도의 대법원에서 그러한 적응이 가장 정교하게 이루어졌다. 인도의 대법원은 사법 당사자주의 시스템에 내재된 불평등성을 인정하는 토대에서, 빈곤 계층과 소외 계층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시스템 운용 과정을 개편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일련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공익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원고 적격성(standing)’의 범위를 넓혀주고, 법원이 사실 확인 과정을 주도하며, 법원이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강제 명령을 내리고, 법원의 명령을 행정부가 실제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인권, 특히 생명권을 실제로 향유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장려하는 데서 법원의 역할이 대단히 크게 변하였다. ― 295, 296쪽(5장 사법부의 재구성)에서
공익 소송 운동의 결과로 사법부의 권한과 사법 절차에서 혁명적 변화가 나타났다. 사법부의 판결이 사법 적극주의와 사회 운동.인권 운동을 잇는 일종의 사회적 대화의 형태가 된다. 법이나 권리와 같은 이슈를 놓고 벌어지는 사회적 대화가 더는 전문직 계층의 고상한 담론에 머물지 않고 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들이 만나는 포럼이 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공익 소송 같은 사법적 방법 외에 시민사회, 인권 운동, NGO,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통해 인권 신장에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이들의 상호상승 작용은 전체 인권 운동의 효과를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목차
․옮긴이 해설 - 조효제
․머리말
․서론
1부 적극적 의무란 무엇인가
1장 인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 - 자유, 평등, 연대
1. 시민의 적극적 자유와 국가의 적극적 의무 / 2. 개인주의와 공동체
3. 좋은 것과 옳은 것 : 국가는 중립적일 수 있는가? / 4. 누가 비용을 내야 하나? 책임 개념을 다시 생각한다 5. 인권은 국가의 적극적 의무다
2장 국가의 역할
1. 시민의 적극적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대 / 2. 전 지구적 시장 자유화와 국가의 적극적 의무
3. 민영화와 국가의 적극적 의무 : 누구의 책임인가? / 4. 적극적 인권 보호는 지구화의 핵심 의무다
2부 법의 지배와 사법부의 역할
3장 적극적 의무의 구조
1. 의무는 나눌 수 없다 / 2. 적극적 의무란 무엇인가 / 3. 법이 해야 할 일
4장 사법 심사와 법원의 역할
1. 국가의 의무와 사법 심사 / 2. 소극적 의무와 적극적 의무 구분의 어려움
3. 사법 심사 재구성과 민주주의의 강화 / 4. 적극적 의무의 사법 판단 사례 / 5. 법원의 민주적 역할
5장 사법부의 재구성
1. 사법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 2. 인도의 공익 소송 : 세기적 사법 실험
3. 법원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루
6장 법을 넘어선 적극적 의무
1. 비사법적 의무 준수 메커니즘 / 2. 비사법적 조정 이론의 도전 / 3. ‘적극적 의무 준수 메커니즘’ 모델의 적용
4. 국가 · 사법부 · 시민사회 · 국가인권위:상승 작용적 접근
3부 인권 실현의 권리와 의무
7장 평등의 실현
1. 인정 평등과 재분배적 평등 / 2. 평등과 사법부 / 3. 사법부를 넘어서 : 평등을 신장할 적극적 의무
4. 평등 - 민주주의의 진정한 변화를 위하여
8장 사회적 권리와 적극적 의무 : 몇 가지 핵심 사례들
1. 주거와 피난처 / 2. 교육받을 권리 / 3. 복지를 누릴 권리 / 4. 인권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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