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공정감각: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 발행사항
- 서울: 문예출판사, 2023
- 형태사항
- 368 p: 삽도, 21cm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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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00031975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31975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 소개
왜 일부 청년세대의 공정 잣대는
약자를 향하는가?
‘이대남’에 가려진 ‘다른’ 20대의 목소리가
여기에 담겨 있다!
2022년 5월, 연세대학교의 한 재학생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교내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에 방해된다며 업무방해 혐의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를 들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청소노동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어 6월에는 다른 두 명의 다른 학생과 함께(이후 한 명은 고소 취하)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업료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63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같은 해 12월, 서대문경찰서는 노동자들의 집회가 수업에 대한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검찰은 올해 2월 서대문경찰서에 집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보완 수사를 요구했는데 재수사 3개월 만이자 고소 1년 만에 ‘혐의없음’으로 최종 결론 났다.
《공정감각》은 ‘왜 한국 청년들의 공정 잣대는 (기득권자가 아닌) 약자를 향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교내 청소노동자 고소와 소송에 관한 보도를 접한 많은 이가 당혹감을 느끼며 같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당시 언론과 대중은 노동자와 학생의 ‘을과 을의 갈등’, MZ세대의 개인주의 성향, 노동조합과 집회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 등 다양한 접근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보려 했다. 나날이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와 논평이 재생산되는 가운데, 한편으론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도 있지 않을까, 당연히 있을 텐데 왜 그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면 이 책이 작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저자 나임윤경 교수는 “소수의 목소리 크고 선명성이 남다른 사람들의 압도적으로 많은 의견에 언론이 마이크를 갖다 대니, 그들이 마치 20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양하게 된 것”이라 말한다.
교내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에서 보듯 정연한 논리와 맥락이 완전히 부재한 일부 청년세대의 ‘공정’,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부상한 ‘젠더 갈등’과 더불어 이른바 ‘이대남’ 현상에 관해 그간 학계와 정치권, 언론의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있었다. 그러나 청년 담론은 자칫 세대 담론으로 흐르거나 정작 청년층을 타자화하기 쉽다.
《공정감각》은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나임윤경 교수와 〈사회문제와 공정〉 수강생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기존 청년 담론의 한계를 넘어 일상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문제의식과 고투, 변화 방안의 모색까지 그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내는 데 주안을 두었다. 이 책은 ‘이대남’과 ‘이기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MZ세대’라는 프레임에 가려진 ‘다른’ 20대를 가시화한다. 독자들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여전히 뜨거운 공정 담론이 능력주의와 결탁한 기성세대의 공정 개념과 논리를 모방, 답습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가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정은 어떠한 모습인지 함께 ‘공정감각’을 벼릴 수 있을 것이다.
반지성주의에 맞서
지적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는 필자들의 분투!
“‘에브리타임’ 지적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는 필자들의 분투가
한국 사회에서 소통을 포기한 많은 이에게 벅찬 위로가 된다.”
―정희진(서평가,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교내 청소노동자 고소와 소송 소식에 온라인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는 자신들의 ‘수업권 방어’를 위해 고소와 소송을 진행해준 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물론 비판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그중 다수의 글에서는 수업권에 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 청소노동자들을 향한 비난과 비아냥 등을 포함한 혐오 표현이 주를 이뤘다.
“500 600은 받아야 해? (…) 우리 최저시급 계속 올라서 알바만 하면 200 넘게 받을 수도 있잖아. 물론 세금 떼면 180 정도겠지……. 이렇게 받는 우린 그럼 뭐야?? 개그지새끼야?”
“돈 받고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업무 내팽겨치고 시위하는 데는 쩔쩔매고 돈 내고 공부하러 온 학생들 권리는 개뼈따구지 그냥ㅋㅋㅋ”
그해 여름, 한국 사회 일부 청년들의 기이하고 그릇된 ‘공정감각’을 일갈하며 〈에브리타임〉의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나임윤경 교수의 〈사회문제와 공정〉 강의계획서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 또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과 함께 주요 언론들에 보도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나임윤경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점 중 하나로 〈에브리타임〉에서도 똑같이 발견되는 “‘진실’이 맥없이 지워지고 ‘사실’이 근거 없이 조롱과 폄훼를 당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를 ‘반지성주의’라 정의한다. 반지성주의는 “‘아는 것이 힘(권력 혹은 권위)’이 아니라 전혀 모르거나 알려 하지도 않고 알면서도 비틀어버린 ‘거짓과 가짜가 진실과 사실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힘’이 팽배해진 상태”다.
〈사회문제와 공정〉을 수강한 학생들이 과제로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들에는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반지성주의의 온상이 되어버린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 변화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그들의 고투와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또한 노동, 성차별, 능력주의(학벌주의), 장애인 인권, 성소수자, 기후 위기(비거니즘) 등 우리 사회 주요 의제들이 청년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벼려지고 실천되는지 보여준다.
학생들이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은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신고되고, 삭제되었으며, 글 작성자는 플랫폼 운영 규칙에 따라 일정 기간 접속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서 기대했던 학생들의 삭제된 (혹은 삭제될) 글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은 좀 다르고, 다양한 청년들의 글을 통해 지금의 ‘공정감각’이 실은 ‘공존감각’을 지워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대와 성별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삭제된 글들의 복원을 통해 삭제되지 않고 남아 활개 치는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대표할 수 없음을, 20대가 ‘다른’ ‘다양한’ 사유의 주체라는 진실을 보여준다.
‘공정감각’이 ‘공존감각’을 지워낸
정치의 무풍지대, 황량한 캠퍼스에서 들려오는
연대와 위로의 목소리
“우리 대학의 현실, 나아가 우리 젊은 세대의 실상에 관한
가장 정직하고 진실한 보고서!”
―김누리(중앙대학교 독문학과 교수)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 신고와 삭제 기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기 글이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찰당하고 있다가 전광석화의 속도로 삭제될 줄은 몰랐던 만큼, 같은 학교 동료 학생들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았다. 나임윤경 교수는 자기 글이 삭제되는 과정을 보며 의기소침해하던 학생들에게 수업이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삭제된 글들을 책으로 엮자고 제안했다. 쉽지 않은 설득과 독려의 과정을 거쳐 학생들의 생각과 글이 교내 또래 학생들이 아닌, 이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좀 더 많은 이에게 《공정감각》이라는 책으로 읽히게 되었다.
다양한 존재(와)의 공존 없는 공정의 결과는 무엇일까. ‘어떤’ 존재들을 온전히 존재치 못하게 하는 ‘그’ 공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존을 염두에 두지 않는 공정이란 얼마나 무의미하며, 무엇보다 이율배반적인가와 같은 질문에 개인과 공동체가 나름의 답을 찾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들어가며’ 중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날카로운 정치사회 비평으로 책, 칼럼, 방송, 강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김누리 교수(중앙대학교 독문학과)는 ‘추천의 글’에서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시위하는 청소노동자를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학의 죽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일체의 정치적인 것이 말끔히 표백된 탈정치의 공간으로 변했다. 어떤 사회적 참상이 벌어져도 대자보 하나 붙지 않는다. 그곳은 지성의 폐허, 정신의 황무지, 정치의 무풍지대가 되었다”라면서 대학의 사인(死因)을 진단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교실 이데아〉(1994)로 20세기 말 무너진 교실을 노래했다면, ‘나임윤경과 아이들’은 이 책에서 ‘공정감각이 공존감각을 지워낸’ 21세기 초 황량한 캠퍼스를 그려낸다. 대학의 죽음이 남긴 반지성의 황무지를 펼쳐 보인다. (‘추천의 글’ 중에서)
김누리 교수가 “다행히, 그 속에서 유토피아의 기억을 간직하고 고투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승리는 불확실하지만 ‘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좌절한 만큼 진보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라고 이 책의 저자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응원처럼, “한국 사회에서 소통을 포기한 많은 이에게 벅찬 위로가 된다”는 서평가 정희진의 말처럼, 《공정감각》은 어쩌면 ‘다른’ 20대의 목소리를 무척이나 듣고 싶었던, 그래서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었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책이다.
약자를 향하는가?
‘이대남’에 가려진 ‘다른’ 20대의 목소리가
여기에 담겨 있다!
2022년 5월, 연세대학교의 한 재학생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교내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에 방해된다며 업무방해 혐의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를 들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청소노동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어 6월에는 다른 두 명의 다른 학생과 함께(이후 한 명은 고소 취하)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수업료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63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같은 해 12월, 서대문경찰서는 노동자들의 집회가 수업에 대한 업무방해로 볼 수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검찰은 올해 2월 서대문경찰서에 집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보완 수사를 요구했는데 재수사 3개월 만이자 고소 1년 만에 ‘혐의없음’으로 최종 결론 났다.
《공정감각》은 ‘왜 한국 청년들의 공정 잣대는 (기득권자가 아닌) 약자를 향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교내 청소노동자 고소와 소송에 관한 보도를 접한 많은 이가 당혹감을 느끼며 같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당시 언론과 대중은 노동자와 학생의 ‘을과 을의 갈등’, MZ세대의 개인주의 성향, 노동조합과 집회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 등 다양한 접근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보려 했다. 나날이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와 논평이 재생산되는 가운데, 한편으론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도 있지 않을까, 당연히 있을 텐데 왜 그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면 이 책이 작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저자 나임윤경 교수는 “소수의 목소리 크고 선명성이 남다른 사람들의 압도적으로 많은 의견에 언론이 마이크를 갖다 대니, 그들이 마치 20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양하게 된 것”이라 말한다.
교내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에서 보듯 정연한 논리와 맥락이 완전히 부재한 일부 청년세대의 ‘공정’,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부상한 ‘젠더 갈등’과 더불어 이른바 ‘이대남’ 현상에 관해 그간 학계와 정치권, 언론의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있었다. 그러나 청년 담론은 자칫 세대 담론으로 흐르거나 정작 청년층을 타자화하기 쉽다.
《공정감각》은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나임윤경 교수와 〈사회문제와 공정〉 수강생들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기존 청년 담론의 한계를 넘어 일상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문제의식과 고투, 변화 방안의 모색까지 그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내는 데 주안을 두었다. 이 책은 ‘이대남’과 ‘이기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MZ세대’라는 프레임에 가려진 ‘다른’ 20대를 가시화한다. 독자들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여전히 뜨거운 공정 담론이 능력주의와 결탁한 기성세대의 공정 개념과 논리를 모방, 답습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가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정은 어떠한 모습인지 함께 ‘공정감각’을 벼릴 수 있을 것이다.
반지성주의에 맞서
지적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는 필자들의 분투!
“‘에브리타임’ 지적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는 필자들의 분투가
한국 사회에서 소통을 포기한 많은 이에게 벅찬 위로가 된다.”
―정희진(서평가,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교내 청소노동자 고소와 소송 소식에 온라인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는 자신들의 ‘수업권 방어’를 위해 고소와 소송을 진행해준 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물론 비판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그중 다수의 글에서는 수업권에 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 청소노동자들을 향한 비난과 비아냥 등을 포함한 혐오 표현이 주를 이뤘다.
“500 600은 받아야 해? (…) 우리 최저시급 계속 올라서 알바만 하면 200 넘게 받을 수도 있잖아. 물론 세금 떼면 180 정도겠지……. 이렇게 받는 우린 그럼 뭐야?? 개그지새끼야?”
“돈 받고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업무 내팽겨치고 시위하는 데는 쩔쩔매고 돈 내고 공부하러 온 학생들 권리는 개뼈따구지 그냥ㅋㅋㅋ”
그해 여름, 한국 사회 일부 청년들의 기이하고 그릇된 ‘공정감각’을 일갈하며 〈에브리타임〉의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나임윤경 교수의 〈사회문제와 공정〉 강의계획서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 또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과 함께 주요 언론들에 보도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나임윤경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점 중 하나로 〈에브리타임〉에서도 똑같이 발견되는 “‘진실’이 맥없이 지워지고 ‘사실’이 근거 없이 조롱과 폄훼를 당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를 ‘반지성주의’라 정의한다. 반지성주의는 “‘아는 것이 힘(권력 혹은 권위)’이 아니라 전혀 모르거나 알려 하지도 않고 알면서도 비틀어버린 ‘거짓과 가짜가 진실과 사실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힘’이 팽배해진 상태”다.
〈사회문제와 공정〉을 수강한 학생들이 과제로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들에는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반지성주의의 온상이 되어버린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 변화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그들의 고투와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또한 노동, 성차별, 능력주의(학벌주의), 장애인 인권, 성소수자, 기후 위기(비거니즘) 등 우리 사회 주요 의제들이 청년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벼려지고 실천되는지 보여준다.
학생들이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은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신고되고, 삭제되었으며, 글 작성자는 플랫폼 운영 규칙에 따라 일정 기간 접속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서 기대했던 학생들의 삭제된 (혹은 삭제될) 글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은 좀 다르고, 다양한 청년들의 글을 통해 지금의 ‘공정감각’이 실은 ‘공존감각’을 지워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대와 성별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삭제된 글들의 복원을 통해 삭제되지 않고 남아 활개 치는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대표할 수 없음을, 20대가 ‘다른’ ‘다양한’ 사유의 주체라는 진실을 보여준다.
‘공정감각’이 ‘공존감각’을 지워낸
정치의 무풍지대, 황량한 캠퍼스에서 들려오는
연대와 위로의 목소리
“우리 대학의 현실, 나아가 우리 젊은 세대의 실상에 관한
가장 정직하고 진실한 보고서!”
―김누리(중앙대학교 독문학과 교수)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에 신고와 삭제 기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기 글이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찰당하고 있다가 전광석화의 속도로 삭제될 줄은 몰랐던 만큼, 같은 학교 동료 학생들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았다. 나임윤경 교수는 자기 글이 삭제되는 과정을 보며 의기소침해하던 학생들에게 수업이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삭제된 글들을 책으로 엮자고 제안했다. 쉽지 않은 설득과 독려의 과정을 거쳐 학생들의 생각과 글이 교내 또래 학생들이 아닌, 이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좀 더 많은 이에게 《공정감각》이라는 책으로 읽히게 되었다.
다양한 존재(와)의 공존 없는 공정의 결과는 무엇일까. ‘어떤’ 존재들을 온전히 존재치 못하게 하는 ‘그’ 공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존을 염두에 두지 않는 공정이란 얼마나 무의미하며, 무엇보다 이율배반적인가와 같은 질문에 개인과 공동체가 나름의 답을 찾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들어가며’ 중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날카로운 정치사회 비평으로 책, 칼럼, 방송, 강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김누리 교수(중앙대학교 독문학과)는 ‘추천의 글’에서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시위하는 청소노동자를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학의 죽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일체의 정치적인 것이 말끔히 표백된 탈정치의 공간으로 변했다. 어떤 사회적 참상이 벌어져도 대자보 하나 붙지 않는다. 그곳은 지성의 폐허, 정신의 황무지, 정치의 무풍지대가 되었다”라면서 대학의 사인(死因)을 진단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교실 이데아〉(1994)로 20세기 말 무너진 교실을 노래했다면, ‘나임윤경과 아이들’은 이 책에서 ‘공정감각이 공존감각을 지워낸’ 21세기 초 황량한 캠퍼스를 그려낸다. 대학의 죽음이 남긴 반지성의 황무지를 펼쳐 보인다. (‘추천의 글’ 중에서)
김누리 교수가 “다행히, 그 속에서 유토피아의 기억을 간직하고 고투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승리는 불확실하지만 ‘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좌절한 만큼 진보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라고 이 책의 저자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응원처럼, “한국 사회에서 소통을 포기한 많은 이에게 벅찬 위로가 된다”는 서평가 정희진의 말처럼, 《공정감각》은 어쩌면 ‘다른’ 20대의 목소리를 무척이나 듣고 싶었던, 그래서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었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책이다.
목차
들어가며-자꾸 삭제되니 책으로 만들어버리자 (나임윤경)
1 ‘언더도그마’라는 보수 담론의 질주
2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이들에게
3 3루 출생을 3루 안타로 착각하는 이들에게
4 21세기, 아직도 이동권 없는 이들에게 ‘문명’을 논하다니
5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
부모가 동성이라 클래식 음악이 비정상은 아니듯
6 어느새 다가온 기후 위기를 실감한 당신의 선택은?
맺으며-반지성주의로부터 반페미니즘, 그리고 그 ‘공정’ (나임윤경)
추천의 글-역사는 이상주의자들이 좌절한 만큼 진보한다 (김누리)